[머니디렉터]가족법인, 절세의 수단인가 과세의 표적인가

이영훈 신영증권 헤리티지사업부 세무사 2026. 4. 1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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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이영훈 신영증권 헤리티지솔루션본부 세무사
신영증권 헤리티지솔루션본부 이영훈 세무사./사진제공=신영증권

올해 초 국내 유명 연예인 A씨가 국세청으로부터 200억원이 넘는 세금 추징 통보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표면적으로는 흔히 발생하는 연예계 세무이슈로 비칠 수 있지만, 이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고소득자들 사이에서 널리 활용되어 온 '가족법인' 구조의 세무 리스크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해당 사례의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A씨가 기존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유지하는 한편, 모친이 대표로 있는 가족법인과 별도의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A씨의 연예 활동으로 발생한 수익은 개인, 소속사, 그리고 가족법인으로 나뉘어 배분되는 구조였다. 형식상으로는 가족법인이 A씨의 연예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는 것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과세관청이 문제삼은 핵심은 이 법인의 사업 실체성 여부이다. 조사과정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해당 법인의 주소지는 도심의 사무실이 아닌 외진 지역의 식당이었고, 상시 근무하는 직원도 존재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이러한 부분들을 근거로 해당 가족법인을 실질적인 용역의 제공 없이 수익을 수령하기 위한 페이퍼컴퍼니로 판단했다.

이와 같은 판단에서 과세관청이 중점적으로 보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법인의 인적·물적 실체의 존재 여부이다. 실제 사무공간이 존재하는지, 상시 근무 직원이 있는지, 법인이 독립적으로 사업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둘째는 독립적인 용역 제공의 존재 여부이다. A씨처럼 이미 소속사를 통해 매니지먼트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는 경우, 가족법인이 별도로 어떠한 경제적 기능을 수행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기존 소속사의 역할과 구별되는 실질적인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법인에 귀속된 소득을 정당한 사업 대가로 인정받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판단의 법적근거가 되는 것이 바로 국세기본법 제14조에 규정된 '실질과세의 원칙'이다. 거래의 형식이나 명칭이 아니라 경제적 실질에 따라 과세해야 한다는 세법상 기본 원칙으로, 형식상 법인의 소득으로 보이더라도 실질적으로 개인의 활동에서 발생한 소득으로 판단된다면 과세관청은 법인격을 부인하고 이를 개인 소득으로 재분류하여 과세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도 함께 적용될 수 있다. 개인이 얻어야 할 소득을 경제적 합리성이 없는 방식으로 법인에 이전하여 세부담을 인위적으로 낮춘 것으로 판단될 경우, 과세관청은 해당 거래를 정상적인 거래로 보지 않고 과세소득을 다시 계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소위 가족법인을 활용하는 구조가 널리 성행하고 있을까. 그 배경에는 개인과 법인 간의 세율 차이가 있다. 현재 개인의 최고 소득세율은 지방세 포함 49.5%에 이르는 반면, 법인의 최고세율은 약 27.5% 수준이다. 법인은 추가적으로 인건비, 임대료, 업무 관련 비용 등을 손금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고소득자의 법인을 활용한 소득 구조 설계는 상당한 절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때문에 연예인, 전문직, 인플루언서 등 고소득 인적용역 제공자들 사이에서 가족법인 형태의 구조가 빠르게 확산되어 온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가족법인을 둘러싼 과세 환경은 점차 강화되고 있다. 2024년 세법 개정 이후 성실신고확인 대상 소규모 법인에 대한 최저 법인세율이 20% 수준으로 높아졌고, 상증세법 제45조의5 '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 규정에서 증여의제 범위가 확대 되었으며, 조세특례제한법상 중소기업 혜택에서도 제외되는 등 가족법인을 활용한 절세구조의 매력도는 과거보다 상당부분 감소한 상태다.

이번 사건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유사한 구조를 활용하다가 과세 문제에 직면한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등장했고, 해당 납세자들은 대부분 추징금을 납부하면서도 '세법 해석의 차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 A씨 측은 소속사 경영 혼란 등 현실적인 배경을 들어 가족법인 설립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있으며, 과세전적부심사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사법적으로 최종적인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만큼, 현재는 일정한 회색지대(gray zone)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번 사례가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가족법인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법인이 독립된 사업 주체로서 실질을 갖추고 있다면, 그로 인한 세부담 경감 효과는 당연히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법인격이라는 형식을 조세회피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 세법상 실질과세원칙에 따른 세무 리스크는 피하기 어렵다. 만일, 가족법인의 설립이나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면, 절세효과보다 먼저 그 법인이 실질적으로 무엇을 하는지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절세구조가 정교할수록 그 리스크도 커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영훈 신영증권 헤리티지사업부 세무사
[머니투데이 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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