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툭하면 올려도 역대급 실적… 샤넬 콧대 더 높아진 이유 [질문 하나]

김하나 기자 2026. 4. 1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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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하나 기자의 질문 하나
샤넬코리아 사상 첫 매출 2조원
외형뿐만 아니라 이익도 증가
성장 배경으론 N차 인상 꼽혀
베블런 효과로 보는 샤넬 행보
여기에 경기침체도 영향 미쳐

샤넬코리아가 매출 2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실적을 썼다. 반복되는 가격 인상에도 소비는 좀처럼 식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올해 역시 'N차 가격 인상'은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샤넬 사랑이 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 샤넬은 한국 시장에서 '지위재'가 된 것일까.

샤넬 코리아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사진|뉴시스]
샤넬코리아가 사상 최고 실적을 내면서 '매출 2조 클럽'에 가입했다. 샤넬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1조8446억원)보다 9.1% 증가한 2조126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진출 이후 연간 매출이 2조원을 넘은 건 처음이다.

샤넬코리아 매출은 2021년 1조2238억원에서 2022년 1조5913억원, 2023년 1조7038억원, 2024년 1조8446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서며 새 지평을 열었다.

외형만 커진 것도 아니다. 내실도 좋아졌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4.6% 늘어난 3360억원을 기록했다. 패션, 향수·뷰티, 워치·파인주얼리 등 전 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이런 성장의 배경에는 공격적인 가격 인상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몇달 간격으로 훌쩍 뛴 가격표를 다시 붙이는 'N차 인상'을 반복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끌어냈다. 샤넬은 지난해에만 1월, 4월, 6월, 9월, 11월 등 총 다섯차례 가격을 올렸다. 가방뿐만 아니라 주얼리, 코스메틱 전반에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그렇다면 왜 자꾸 가격을 올리는 걸까. 샤넬이 내세우는 이유도 똑같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상승'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단순 비용 증가만으로 샤넬의 반복적인 가격 인상을 설명하긴 힘들다. 더군다나 지금은 경기 침체기다. 웬만한 기업은 지금 매출 감소를 우려해 가격을 인상하지 못한다.

이쯤에서 명품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샤넬의 가격 인상은 희소성을 유지하고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도 N차 인상 조짐이 벌써 보인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은 접근 장벽을 높이는 동시에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더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이를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로 설명한다. 사치재 구매에서 나타나는 베블런 효과는 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으로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뜻한다. 일반적으로는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지만, 베블런 효과가 나타나는 사치재 상품은 예외다.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유지된다.

이홍주 숙명여대(소비자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명품 시장에서 샤넬은 '지위재' 성격이 강하다. 가격 인상은 '여전히 최고급 브랜드'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행위에 가깝다. 소비자들은 샤넬 가방을 착용하는 것 자체를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인식한다. 이 때문에 가격이 오를수록 구매 욕구가 유지되거나 더 강화되는 양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베블런 효과다. 샤넬은 이 메커니즘을 잘 활용하는 브랜드다."

실제로 샤넬의 빈번한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에게 '지금이 구매 적기'라는 압박을 준다. 샤넬 제품의 인상 소식이 들릴 때마다 백화점 앞이 '오픈런'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이유다. 가격 인상이 수요를 억제하기보다는 오히려 자극하는 구조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그럴수록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선'이 무뎌진다는 측면도 있다.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인식이 형성되면, 지금의 높은 가격조차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홍주 교수는 "지속적인 가격 인상은 소비자에게 구매를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손실회피' 심리가 작동해 지금 사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강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샤넬이 경기침체기에도 맘놓고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유는 또 있다. '양극화'다. 곽금주 서울대(심리학) 교수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소비는 줄어들기보다 양극화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말을 이었다.

"경기침체기에는 일상에선 지출을 줄이면서도 특정 품목에는 과감히 돈을 쓰는 '보상 소비'가 나타난다. 예컨대 식비 등 일상적인 지출은 최소화하면서도, 수백만원대 명품 가방과 같은 고가 소비에는 쉽게 지갑을 여는 패턴이 대표적이다. 명품은 스스로를 위로하고 보상하는 소비 수단으로 기능한다. 샤넬의 최대 실적 역시 경제적 제약 속에서 억눌린 소비 욕구가 특정 고가 품목에 집중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곽 교수의 말은 '샤테크(샤넬+재테크)'라는 말이 등장한 배경을 설명해준다. 샤넬의 지속적인 가격 인상은 신제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리셀 시장 시세를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을 가치가 유지되거나 상승할 수 있는 '자산'으로 인식하고 구매에 나선다. 이 또한 양극화의 단면이다.

[사진|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샤넬의 가격 인상 기조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샤넬코리아는 올해 1월 주요 가방 가격을 7% 인상했다. 대표적으로 샤넬의 '클래식 맥시 핸드백' 가격을 1월 기준 2033만원으로 올렸다. 이 제품은 2020년 말만 해도 1014만원이었지만 5년 새 2배 비싸졌다.

4월 들어선 1일 뷰티 제품 가격을 3~4% 수준으로 올린 데 이어, 이튿날인 2일엔 '샤넬 25' 핸드백 가격을 3%가량 인상했다. 지난해 11월 9.3% 인상한 데 이어 두번째다. 이에 따라 스몰 사이즈 가격은 기존 907만원에서 올해 1020만원으로 올랐다. 미디엄과 라지도 이번 인상으로 각각 1100만원, 1200만원 수준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렇게 가격을 끌어올리는데도 샤넬의 실적은 끄떡없다. 이러니 글로벌 명품이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본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이를 '명품 사랑'이라고 봐야 할까 기현상으로 해석해야 할까. 이마저도 알 수 없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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