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에는 결국 후퇴’ 약발 다한 트럼프 TACO 매매법… 이란 휴전 ‘수익률 뚝’

유진우 기자 2026. 4. 1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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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물러선다” 先반영에 발목
벼랑 끝 전술에 내성 생긴 월가
이란 휴전에도 나스닥 2.8% 상승 그쳐
지난해 ’12% 폭등’과 대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경 발언으로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한 뒤, 막판에 타협안을 제시해 주가가 반등하는 패턴이 금융시장에서 반복되고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를 트럼프는 늘 겁먹고 물러선다(Trump Always Chickens Out·TACO)는 뜻을 담아 ‘타코 매매’라 부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가 가벼운 조어로 시작한 이 용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1년 만에 월가를 지배하는 단기 투자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강경 발언 후 타협안을 발표하면 그 직후 주가지수가 단기적으로 큰 폭으로 뛰는 흐름이 뚜렷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투자자들이 이 공식을 잘 알게 되면서 실제 타협안 발표 이후 지수 상승폭은 과거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공포 국면에서 주식을 팔지 않고 버티거나 오히려 매수에 나서는 선반영 흐름이 강해진 탓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0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대법원의 관세 철폐 관련 결정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주식시장 급등일 가운데 상당수는 관세 기조나 중동 군사적 갈등이 완화된 시점과 일치한다. 9일(현지시각) 기준 이날부터 꼭 1년 전이었던 지난해 4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은 광범위한 상호관세 90일 유예를 발표했다. 당시 발표 다음날 거래일 기준 대형주 중심 S&P 500 지수는 9.52%,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는 12.16%, 우량주 중심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7.87% 각각 폭등했다. S&P500 지수를 기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일간 상승폭 신기록이었다. 이어 5월 12일 미국과 중국이 90일 관세 휴전을 발표했을 때도 S&P500은 3.26%, 나스닥은 4.35%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재집권 이후 300여 거래일 동안 S&P500 지수 상위 10위 상승일 가운데 9일은 관세나 이란 관련 긴장 완화 국면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이슈를 두고 강한 위협 발언을 내놓아 시장이 출렁일 때 주식을 샀다가, 이후 관세 유예나 휴전 등 긴장 완화 신호가 나오며 주가가 급반등하는 시점에 맞춰 팔았을 경우 누적 수익률은 52%에 달했다.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일인 2025년 1월 20일 S&P500 관련 자산을 산 뒤 중간에 사고팔지 않고 계속 보유했다면 수익률은 12%에 그쳤다. 이는 월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 뒤 후퇴라는 반복 패턴을 사실상 하나의 매매 신호로 받아들여 활용해왔음을 보여준다고 WSJ는 전했다.

지난달 28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노 킹스(No Kings)' 전국 시위의 날 행사에서 한 사람이 풍선 타코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주가지수 흐름을 세부적으로 분석하면 타코 매매 패턴에 대한 증시 반응 강도는 이전보다 크게 약해졌다. 9일은 미국이 이란과 2주 휴전 발표 이후 뉴욕증권거래소(NYSE) 첫 거래일이었다. 이날 대형주 중심 S&P 500 지수와 우량주 중심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 상승률은 각각 2.5%, 2.8%에 그쳤다. 상호관세 90일 유예 당시 두 자릿수에 육박하던 지수 상승폭이 1년여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막판 후퇴를 미리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지수 반등폭이 예전보다 줄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WSJ는 이를 두고 트레이더들이 막판 유예를 예상하도록 ‘조건화(conditioned)’됐다고 했다. 위협 후 대화라는 같은 패턴이 반복되자 시장에서는 정치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기 전부터 주식을 먼저 사들이는 흐름이 강해졌다. 로이터는 퀀트 포트폴리오 관리 책임자를 인용해 “투자자들이 공포가 커진 장세에서도 예전처럼 일방적인 하락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위협 직후부터 주가에 일부 기대가 먼저 반영되면서, 정작 공식 타협안이 나온 뒤에는 추가 매수세가 예전만큼 강하게 붙지 않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위협 직후 급락하고 철회 발표 뒤 급등하는 흐름이 비교적 선명했다. 이제는 투자자들의 선제적 매수와 실물 자산 시장의 더딘 정상화가 겹치면서 시장 반응이 한층 복잡해졌다. 이 때문에 TACO 매매가 여전히 단기 전략으로는 유효하지만, 예전처럼 단순하게 접근해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글렌미드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마이클 레이놀즈 부사장은 경제 전문지 포천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반복된 패턴을 향후 투자에 그대로 적용하고 싶어하지만, 이런 사례를 지나치게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도 유예할 것’이라는 기대가 과도하게 쌓인 상태에서 트럼프가 실제 정치적 위협을 강행할 경우,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시장이 한 순간에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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