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밀린 판 뒤집기?…테슬라·구글 동맹으로 반격
구글과는 CPU·IPU 동맹…인프라 공략
美 정부 지원·빅테크 결집…인텔 반등 속도전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테슬라·구글과 잇따라 손잡으며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재도약에 나섰다. 중앙처리장치(CPU) 중심 기업으로 쇠퇴했다는 평가를 받던 인텔이 '시스템 반도체 통합 전략'을 앞세워 존재감을 되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텔은 9일(현지시각) 구글과 다년간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구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최신 서버용 CPU '제온6'를 공급키로 했다. 기존 협력 관계를 연장하는 동시에 AI 인프라 전반으로 협력을 확대하는 성격이다.
이번 계약에는 단순 칩 공급을 넘어 맞춤형 인프라처리장치(IPU) 공동 개발이 포함됐다. IPU는 데이터센터 내 네트워크·스토리지·보안 기능을 전담하는 반도체다. 데이터 이동과 관리에 드는 부담을 분산시켜 CPU가 연산에 집중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인텔은 CPU와 IPU를 결합한 '균형 잡힌 시스템'이 차세대 AI 인프라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GPU 중심으로 재편된 AI 시장에서 인텔이 꺼내든 '전략적 카드'로 풀이된다. 생성형 AI 확산 초기에는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가속기 경쟁이 핵심이었지만, 최근 연산 성능뿐 아니라 데이터 이동과 시스템 효율이 병목으로 떠오르며 경쟁 축이 바뀌고 있다. GPU가 AI 연산을 담당하고 CPU가 제어를 맡는 구조에 더해 IPU가 데이터 흐름을 처리하는 '분업형 아키텍처'로 진화하는 흐름이다. 인텔은 CPU와 IPU를 축으로 이 구조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구글 역시 인텔과의 협력 확대에 힘을 실었다. 대규모 AI 학습과 추론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특정 가속기 의존도를 낮추고 인프라 전반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판단이다.
1.8나노 장벽…인텔 도전 현실은
인텔의 행보는 전날 공개된 스페이스X·테슬라·xAI와의 '테라팹' 협력 발표와 맞물리며 더욱 주목된다. 테라팹은 텍사스에 구축되는 초대형 반도체 생산기지로, 설계·생산·테스트를 통합한 수직계열화 모델이다. 인텔은 이 프로젝트에서 18A(1.8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AI 칩 생산을 맡을 전망이다.
그간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 머스크 계열사는 자체 설계한 반도체를 삼성전자와 TSMC 등에 위탁 생산하는 구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AI 칩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 파운드리만으로는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까지 내재화하는 '테라팹' 구상이 추진된 것으로 풀이된다. 인텔의 합류는 이러한 수직계열화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기존 파운드리 체계에도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TSMC의 생산 능력은 이미 수년치 예약이 찬 상태고, 주요 물량 일부는 삼성전자가 소화하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이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며 '제3의 선택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술 격차는 여전히 변수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초미세 공정 수율과 양산 경험에서 TSMC와 삼성전자 대비 2~3년가량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머스크식 속도전과 인텔의 보수적 조직 문화 간 충돌 가능성도 리스크로 꼽힌다.
다만 인텔은 최근 감원과 자산 매각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 체질 개선에 나섰고 데이터센터용 프로세서 수요 회복과 함께 실적 반등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 아래 미국 정부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등 정책적 뒷받침도 강화된 상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전문연구원은 "인텔이 1.8나노 공정을 단기간에 안정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도 "테슬라와의 협력이 공동 투자나 기술 제휴 형태로 이어질 경우 인텔 단독 추진보다 속도를 끌어올릴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테슬라와 인텔 모두 미국 기업인 만큼 정부 지원이 집중될 수 있다"며 "대규모 자금과 정책 지원이 결합되면 초기 성과가 지연되더라도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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