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팔도핫플레이스] 문학의 향 짙게 밴 ‘통영’
다도해 풍광과 어우러진 작은 어항 속
지역 출신 문인들 기념하는 공간 자리
‘감성 충전’ 문학기행 떠나기 좋은 곳
유품·작품 보며 작가 삶의 흔적 마주

소설 ‘김약국의 딸들’ 주요 배경인 통영 서피랑.

통영항 전경. 시인 청마 유치환, 시조시인 초정 김상옥, 꽃의 시인 대여 김춘수, 흙과 생명의 작가 박경리 등이 이곳 통영에서 태어났다./통영시/
통영은 문학의 향기가 짙게 배어 있는 도시다. 극작가 동랑 유치진과 시인 청마 유치환 형제, 시조시인 초정 김상옥, 꽃의 시인 대여 김춘수, 흙과 생명의 작가 박경리 등이 통영 출신이다.

박경리 기념관.
◇박경리 기념관=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1926~2008) 선생의 삶과 문학세계를 기리는 공간이다. 2010년 5월 5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통영시 산양읍 언덕에 개관했다.
박경리 선생은 1926년 10월 28일 통영에서 출생했다. 진주여고를 졸업한 뒤 결혼한 남편이 6·25전쟁 중 납북되면서 딸과 함께 지내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박경리 기념관 전경. 2010년 바다가 내려 보이는 통영시 산양읍 언덕에 개관했다./통영시/
기념관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통유리 구조와 적갈색 벽돌 외관의 건물로 지어졌다. 작가의 친필 원고, 여권, 편지 등 다양한 유품을 중심으로 전시돼 있다.
박경리 선생의 실제 모습을 담은 영상실과 작품, 논문을 열람할 수 있는 자료실도 함께 마련돼 있으며, 유년 시절부터 중년기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사진이 전시돼 있어 선생의 삶을 시기별로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집필 당시 사용하던 집필실을 재현한 공간도 마련돼 있어 선생의 창작 환경을 확인할 수 있고, 박경리 공원이 조성돼 있어 자연 속 산책도 가능하다.

박경리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의 주요 배경이 된 통영 서피랑./통영시/
◇문학 작품의 무대 서피랑= 서피랑은 박경리 작가가 태어난 곳이자 그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의 주요 무대이기도 하다.

서피랑 정상의 모습./통영시/
서문고개에서 뚝지먼당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박경리 작가의 생가가 있다. 박경리 선생 생가로 가는 길에 세워진 ‘김약국의 딸들’ 육필 원고 표지석 내용이다. 장편소설 ‘김약국의 딸들’에는 박경리 선생의 서피랑 명정골과 서문고개에 대한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신위를 모신 사당 충렬사 건너편 자투리땅에는 시인 백석(1912~1996)의 ‘통영 2’ 시비가 세워져 있다.
평안북도 정주가 고향인 백석은 남쪽 항구 통영까지 내려와 충렬사 계단, 명정골 우물, 강구안 포구를 서성거리다 ‘통영’을 제목으로 한 시를 3편이나 썼다. 그 배경엔 통영 처녀 ‘난(蘭)’에 대한 애끓는 짝사랑이 있었다.
일본 유학에서 돌아와 조선일보의 ‘여성’지 편집 일을 하던 백석은 1935년 친구의 결혼식 축하 모임에서 알게 된 이화여고생 ‘난’(본명 박경련)에게 홀딱 반하고 말았다. 그녀를 잊지 못한 스물네 살 청년 백석은 친구와 함께 그녀의 고향 통영을 방문했다.
‘(전략)난(蘭)이라는 이는 명정(明井)골에 산다는데/ 명정골은 산을 넘어 동백나무 푸르른 감로 같은 물이 솟는 명정샘이 있는 마을인데/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긷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 붉게 동백꽃 피는 철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후략)’(‘통영-남행시초’ 중)

통영시 봉평동에 자리 잡은 김춘수 유품전시관./통영시/

꽃의 시인 김춘수 동상./통영시/
◇김춘수 유품전시관= 2008년 3월 개관한 김춘수 유품전시관은 봉평동에 있다. 통영읍 서정에서 태어난 김춘수(1922~2004) 시인은 통영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던 1947년 첫 시집 ‘구름과 장미’를 출간하며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꽃’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을 통해 한국 현대시의 대표 순수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김춘수 유품 전시관.

김춘수 유품전시관 실내 모습. 선생이 생전 사용하던 가구와 옷가지 등 약 330점이 전시돼 있다./통영시/

김춘수 유품전시관 실내 모습. 선생이 생전 사용하던 가구와 옷가지 등 약 330점이 전시돼 있다./통영시/
김춘수 시인의 육필 원고 126점과 서예작품, 사진, 생전 사용하던 가구와 옷가지 등 약 330점이 전시돼 있다. 출간된 시집도 연대순으로 전시돼 있으며, 대표작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등으로 알려진 김 시인의 작품 세계를 객관적으로 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전시관 내부에는 김춘수 시인이 생전에 사용하던 공간을 재현한 ‘김춘수 방’이 마련돼 있다.
침대, 산수화 병풍, 액자 등을 포함해 실제 거주 공간과 유사한 형태로 꾸몄다.
다른 공간에는 평소 사용하던 소지품, 책, 옷가지, 사진 등이 함께 전시돼 있어 시인의 일상적인 모습과 삶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청마문학관 전경. 이곳에는 유품과 자필 원고 등이 전시돼 있다./통영시/

청마문학관 전경. 이곳에는 유품과 자필 원고 등이 전시돼 있다./통영시/
◇청마 유치환의 삶과 시= ‘사랑하는 것은/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오늘도 나는/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중략)//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행복’ 일부)

통영우체국 앞 청마거리에 세워진 시인 유치환 동상./통영시/
청마문학관은 통영시 정량동 망일봉 기슭,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2000년 2월 문을 열었다. 문학관은 총면적 4026㎡ 규모로, 전시 공간은 ‘청마의 생애’, ‘청마의 문학’, ‘청마의 발자취’로 구분돼 꾸며져 있다.

청마문학관 옆에 함께 조성돼 있는 청마 생가 모습./통영시/

청마 유치환의 생가.
문학관에는 청마의 생가가 함께 복원돼 있다. 청마의 생가는 실제 생가 위치가 아닌 인근 부지에 복원됐다. 초가 형태의 건물로 안채에는 방 두 칸과 부엌이 있으며, 창고를 겸한 아래채가 자리 잡고 있다. 유치환 선생의 부친이 운영하던 유약국 관련 유품도 함께 전시돼 있다.

김상옥 기념관 실내 모습. 김상옥 시인의 유품과 작품을 만날 수 있다./통영시/
◇새롭게 꾸민 초정 김상옥 기념관= ‘비 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 들이던 그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 주던/ 하얀 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지금도 꿈속에 본 듯 힘줄만이 서노나.’(‘봉선화’)

초정 김상옥 시인의 생가. 김상옥 기념관으로 재탄생했다./통영시/
초정 선생은 시(詩), 서(書), 화(畵)에 모두 뛰어났으며 서예, 전각, 도자기, 공예 등 우리의 전통 문화유산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시조시인 김상옥 동상./통영시/
기념관에는 김상옥 시인의 유품과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대표 시조부터 그림, 서예, 도자 작품뿐만 아니라 생전 작업공간, 선생이 사용한 필기구와 노트, 붓도 그대로 남아 있다. 특히 2층의 한 방은 통영에서 김 시인과 교류했던 작곡가 윤이상, 화가 이중섭 등 예술가들의 이야기로 꾸몄다. 김성호 기자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
Copyright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