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다니는 아빠도 딸 문제 틀렸다… "교과서 속 장마, 현실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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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직원 A씨는 최근 딸의 과학 공부를 돕다 "다음 중 장마와 관련 없는 기단(공기 덩어리)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봤다.
한국기상학회 재해기상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이미 20년 전부터 장마 개념이 잘못돼 있다"며 "현실과는 어긋나 있다는 걸 예보하는 사람들은 다 알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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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츠크해 고기압' 실제 영향력 작지만
전통적 개념에는 '필수 조건'으로 포함돼
기상학회, '기단 이름 없이' 재정의 추진

기상청 직원 A씨는 최근 딸의 과학 공부를 돕다 "다음 중 장마와 관련 없는 기단(공기 덩어리)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봤다. 그는 기상 전문가로서 망설임 없이 딸에게 말했다. "오호츠크해 고기압이야." 하지만 며칠 뒤 "아빠 때문에 시험 문제 틀렸다"는 핀잔이 돌아왔다. 답안지 속 정답은 '티벳 고기압'이었다.
이 일화는 어릴적 교과서로 배운 장마 개념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확히는 '차갑고 습한 오호츠크해 고기압과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비등하게 만나 오랜 기간 전선이 정체하면서 내리는 많은 비'라는 전통적 정의가 더는 맞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학자들은 기상청과 머리를 맞대 장마 개념을 재검토하고 있다.
9일 기상학계에 따르면 한국기상학회는 지난해 말 용어심의회를 열어 장마 정의를 '여름철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는 시기에, 남쪽의 온난습윤한 기단과 북쪽의 한랭한 기단이 만나는 경계에서, 우리나라에 다량의 강수가 발생하기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는 기간'으로 변경하는 안을 논의했다. 특정 기단명을 담지 않고, 정체전선을 필수 조건으로 가정하지 않았다. 학회는 올해 최종안 확정을 위해 세부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장마 개념과 현실의 엇박자는 사실 해묵은 문제다. 한국기상학회 재해기상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이미 20년 전부터 장마 개념이 잘못돼 있다"며 "현실과는 어긋나 있다는 걸 예보하는 사람들은 다 알았다"라고 말했다. 본래 장마는 '두 기단의 충돌'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이다. 장 교수는 2019년 공주대 장마 특이기상연구센터의 초대 센터장을 지내며 기상 관측 데이터 기반 연구를 본격 시작했다. '장마 현상은 여러 메커니즘의 복합체'라는 결론이 나왔다.
장 교수는 △상층 이동성 고기압이 북태평양 고기압 위를 지나며 정체전선 형성 △중규모 저기압이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와 만날 때 등 장마 발생 원인이 다양하다고 했다. 남쪽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있고, 북쪽에 다양한 요인이 경계면을 형성해 비를 뿌리게 한다는 것이다.
교과서가 장마 시기를 초여름(6월 하순~7월 하순)에 한정한 점도 오해를 키웠다. 장 교수는 "원래도 8월, 9월에 비가 많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교과서 속 개념에 기대 '장마가 끝나면 비가 안 내린다'는 인식이 퍼진 탓에 늦여름 비를 두고 '2차 장마' '가을 장마' 등으로 이름 붙일지 고민한다.
"장마 등 기상에 대한 국민 이해도 높아져"

최근 들어 장마 개념 재정립 논의가 활발해진 데 대해 장 교수는 "기상에 대한 국민 이해도가 많이 올라간 영향"이라고 추정했다.심각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극한 호우 등 갖가지 기상이변을 두 눈으로 목격한 시대적 배경 탓도 있다. 이미선 기상청장도 본보 인터뷰에서 "'장마가 언제 시작했고 언제 끝났느냐'고 묻는데 단순 수치 조건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20일 기상청이 중부지방 장마 종료를 공식 선언한 뒤에도 장마와 비슷한 패턴의 강수가 이어지자 '장마가 아직 안 끝난 거냐'는 반응이 나왔다.
학계는 국민 인식에 굳어진 잘못된 장마 개념을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1월 '장마 개념 재정립을 위한 국립기상과학원-한국기상학회 장마 포럼'에서 학자들은 열띤 토의 끝에 의견을 좁혔다. 하지만 새 장마 개념이 확정되더라도 교육 현장에 곧장 적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교과서 용어를 바꾸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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