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포스x슬랙] "11년 전 창업자 대화로 영감 얻고, 데이터 분석으로 질문 자체 없앤다"
세일즈포스 슬랙이 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맞춤형 AI 에이전트 '슬랙봇(Slackbot)'을 국내에 공개했다.

"2015년 창업자 대화가 아직도 확인 가능"
이예찬 당근마켓 중고차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회사가 슬랙을 선택한 이유를 11년의 역사에서 찾았다. 그는 "당근은 11년 전 설립 초기부터 슬랙을 써왔다"면서 "지금도 2015년에 창업자분끼리 대화하신 것을 아직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11년 전 창업자의 대화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것은 슬랙이 단순한 실시간 메신저가 아니라 조직의 의사결정 아카이브로 기능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 엔지니어는 현재 당근마켓에서 슬랙의 역할에 대해서도 "단순한 메신저를 넘어서 장애 알림이나 데이터 리포트, 의사결정 히스토리 등 모든 비즈니스의 흐름이 슬랙 하나로 모이고 있다"면서 "특히 수평적이고 투명한 정보 공유 문화를 위해 논의 채널을 가능한 최대한 공개 채널로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채널을 공개로 운영한다는 것은 정보의 사일로를 구조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를 통해 "결정 순간의 히스토리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보니 새로운 담당자가 오셔도 맥락을 바로 파악하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엔지니어는 슬랙의 본질에 대해 "단순한 소통 창구를 넘어서 조직의 살아있는 기억이자 민첩한 실행의 기반이 되고 있다"고 규정했다. '살아있는 기억'이라는 표현은 슬랙에 축적된 데이터가 과거의 정적 기록이 아니라 현재 업무에 실시간으로 활용되는 동적 자산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슬랙, 내부를 넘어 외부 생태계까지 연결하는 플랫폼"
이청규 우아한형제들 기술제휴운영팀 담당은 회사의 슬랙 활용을 연결성의 관점에서 풀었다.
그는 "슬랙은 몇 개월만 지나도 단순한 대화를 넘어 업무의 흐름 자체가 되는 공간이 된다"면서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열려 있어서 불필요한 추가 공유 없이도 빠르게 실행할 수 있게 되는 큰 힘을 갖게 된다"고 했다. 의사결정이 투명하게 공유되면 별도의 보고·전달 과정이 불필요해지고, 이것이 곧 실행 속도로 직결된다는 논리다.
특히 강조한 것은 슬랙의 외부 연결성이다.
그는 "배달의민족은 엔터프라이즈 그리드 환경에서 딜리버리히어로 글로벌 조직들과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면서 "수천 개의 파트너사들과도 슬랙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내부를 넘어 외부 생태계까지 사람과 데이터를 하나로 연결하는 거대한 플랫폼 역할을 슬랙이 해주고 있다"고 했다.
배달의민족처럼 글로벌 모회사와 수천 개 외부 파트너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조직에서 슬랙이 단일 소통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은 슬랙의 엔터프라이즈 플랫폼으로서의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편 두 기업 모두 슬랙 도입의 핵심 성과로 컨텍스트 스위칭 비용의 감소를 꼽았다. 이청규 담당은 "지라와 컨플루언스를 많이 쓰고 있는데 슬랙과의 연결성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굳이 기존 시스템을 오갈 필요가 없어졌다"면서 "슬랙 안에서 이슈를 확인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외부 SaaS뿐 아니라 내부 시스템의 권한 요청이나 승인 같은 절차도 슬랙 한 곳에서 이루어지게 되면서 "여러 시스템을 오가던 흐름이 슬랙 중심으로 하나로 모이면서 가장 피곤하게 느껴졌던 컨텍스트 스위칭이 굉장히 크게 줄었다"고 강조했다.
이예찬 엔지니어도 당근마켓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그는 "저희는 콘트롤이라는 내부 배포 도구가 있는데 예전에는 VPN을 켜고 로그인하고 굉장히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배포를 트리거할 수 있었다"면서 "지금은 슬랙에 알림이 오면 바로 버튼을 눌러서 배포를 바로 할 수 있다"고 했다.

"심리적 장벽을 없애준 워크플로우 빌더"
슬랙의 혁신이 개발자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핵심 메시지였다. 이예찬 엔지니어는 "개발자가 아니어도 워크플로우 빌더라는 기능을 이용해서 스스로 자동화를 만들어내는 케이스가 굉장히 많다"면서 "이것이 슬랙의 가장 큰 차별점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인사 발령이나 권한 신청 같은 정형화된 업무들이 워크플로우 빌더를 통해 크게 간소화됐다는 것이다.
이 엔지니어가 특히 주목한 것은 기술적 효율화보다 심리적 변화였다. 그는 "의미가 있는 것은 심리적인 장벽을 많이 없애줬다는 것"이라면서 "부서 간 업무를 요청할 때 내가 이렇게 요청해도 되나,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하는 머뭇거림이 있는데 워크플로우 절차가 세팅되어 있다 보니 접근성이 훨씬 높아지고 부서 간 소통이 훨씬 원활해졌다"고 했다.
업무 자동화의 효과가 단순 시간 절감에 그치지 않고 조직 문화의 변화, 즉 부서 간 심리적 장벽의 해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은 슬랙의 가치를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한다.
이청규 담당도 마찬가지다. 그는 "전사적으로 조직별 서포트 채널을 운영하면서 워크플로우로 문의를 접수받는 것이 초기 운영 1.0 단계였다면 최근에는 비개발자 현업 분들이 슬랙에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직접 분석하는 운영 2.0 단계로 진화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질문이 계속 반복되는지를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가이드를 만들어서 아예 질문 자체를 줄여버리겠다는 움직임이 비개발자 현업에서 주도적으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문의에 대응하는 수동적 운영에서 반복 문의의 패턴을 분석해 질문 자체를 없애는 능동적 운영으로의 전환이 비개발자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슬랙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현업 전체로 확산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라진 기능의 이유를 AI가 과거 대화에서 찾아냈다"
패널 토크에서 가장 생생한 반응을 끌어낸 것은 각자의 '아하 모먼트' 사례였다.
이예찬 엔지니어는 당근마켓의 사내 AI 에이전트 '카비(Karby)' 사례를 들었다. "슬랙 안에서 카비를 멘션만 하면 데이터 분석을 위한 쿼리 생성이나 리포트 작성, 에러 분석까지 정말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면서 "구성원들의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했다.
이 엔지니어가 가장 놀랐던 경험은 따로 있었다. 그는 "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면 기능이 사라지기도 하는데 너무 빠르게 움직이다 보면 저 기능이 언제 없어졌지 하는 히스토리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서 "카비에게 물어봤더니 과거 슬랙 히스토리를 다 찾아보면서 언제, 누가, 그리고 왜 이것을 없애자고 했는지 그런 히스토리를 다 찾아주더라"고 했다.
서비스에서 특정 기능이 제거된 시점과 이유, 의사결정자까지 슬랙 대화 기록에서 추출해냈다는 것이다. 이 엔지니어는 "이것이 슬랙 안에서 작동하는 봇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슬랙이 단순한 워크 OS가 아니라 AI 에이전트가 작동하기 위한 기반이 되는 에이전트 OS가 되는 것을 체감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시사점이 상당하다. 외부 AI 도구에 별도로 데이터를 입력하거나 학습시킬 필요 없이, 슬랙 안에 이미 축적된 수년간의 대화 데이터가 곧바로 AI 에이전트의 지식 베이스가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슬랙이 AI 에이전트의 작동 기반이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편 이청규 담당의 아하 모먼트는 기술이 아닌 문화에서 나왔다. 그는 "슬랙이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연말마다 1년 동안 슬랙에서 가장 많이 쓴 이모지 톱 10을 뽑아서 공유하는데 항상 1, 2, 3위가 박수, 엄지척, 감사 이모지"라고 했다. "이 수치가 공유되면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문화를 나도 모르게 가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모지 사용 통계라는 단순한 데이터가 조직 문화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 셈이다.
이청규 담당은 나아가 "슬랙에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면 하루 만에 구성원들이 빠르게 사용 시나리오를 직접 만들어서 꿀팁으로 확산시키는 이 자발적인 문화 자체가 배민의 가장 큰 아하 모먼트"라고 했다. 새 기능의 활용법을 회사가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발견하고 공유한다는 것은 슬랙이 조직 내에서 자생적 혁신 문화의 매개체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컨텍스트 비용의 획기적 절감"
이날 공개된 슬랙봇에 대한 두 기업의 기대는 획기적 컨텍스트 비용의 절감으로 요약된다.
이청규 담당은 "신규 입사자들은 여전히 어떤 문제를 겪으면 어떤 채널에 물어보지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면서 "이 지점에서 슬랙봇이 등장해 앞으로는 이런 고민 없이 적절한 채널을 가이드해주거나 다른 담당자의 개입 없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줄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이나 고민하는 시간 등 컨텍스트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했다.
이예찬 엔지니어의 기대는 비슷하지만 결이 다르다. 그는 "슬랙 덕분에 컨텍스트 스위칭은 굉장히 많이 줄어든 상황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한 사람이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정보나 컨텍스트, 그것이 드러난 것이 스레드의 수, 내가 어떤 스레드에 얼마나 많이 들어있는지 이런 수치가 굉장히 많이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컨텍스트 스위칭은 줄었지만 개인이 관리해야 하는 맥락의 총량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날카로운 관찰이다.
이 엔지니어는 "수많은 스레드 속에서 내가 지금 당장 집중해야 할 것, 상대방의 답을 기다려야 할 것,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슬랙봇이 맥락에 맞게 우선순위를 잡아주거나 추천해주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면서 "늘어난 개개인의 맥락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게 해주는 똑똑한 비서의 역할을 슬랙봇에 기대한다"고 했다. 앱 간 전환 비용은 해결됐지만 슬랙 안에서의 정보 과부하라는 새로운 과제가 등장했고, 이를 슬랙봇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다.
한편 패널 세션 마지막에 두 엔지니어는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 전환을 고민하는 국내 기업들에 조언을 남겼다.
이청규 담당은 "AI를 제대로 쓰려면 결국 데이터가 잘 쌓여 있어야 하고 그것이 실제 업무와 맞닿아 있어야 한다"면서 "슬랙은 업무와 커뮤니케이션 데이터가 자연스럽게 매일 쌓이는 공간"이라고 했다. 이어 "이 공간에서 별도의 추가 작업 없이 에이전트만 붙이면 가장 빠르고 현실적이고 강력하게 AI를 실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규정했다.
이예찬 엔지니어도 "공수도 작다"고 거들었다. AI 도입을 위해 별도의 데이터 정비나 시스템 구축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이미 슬랙에 쌓인 업무 데이터 위에 에이전트를 연결하는 것만으로 즉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현실적인 조언이다.
이예찬 엔지니어는 나아가 한 단계 더 본질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AI 혁신은 결국 컨텍스트 싸움"이라면서 "에이전트가 진짜 가치를 발휘하려면 인간의 가장 살아있는 컨텍스트가 모여있는 곳에서 작동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모든 의사결정 히스토리는 물론이고 기업의 모든 데이터가 만나는 광장, AI를 통한 업무 방식의 변화가 가장 자연스럽게 녹아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슬랙"이라고 했다.
AI의 성능 경쟁이 아닌 맥락의 깊이가 에이전트 시대의 승부처라는 진단은 이날 기자간담회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