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무관심 장남 제친 차남 정원선···HDC 후계 굳히기

권한일 기자 2026. 4. 1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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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생 오너 3세, 입사 2년 만에 상무보 승진
DXT 스마트시티 총괄, 미래 먹거리 확보 '중책'
'우군' 도기탁 전무, 지주사 대표 선임···지원체제 강화
그래픽=박혜수 기자

HDC그룹과 주력 계열사 IPARK현대산업개발이 오너 3세와 핵심 측근을 앞세워 경영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94년생인 정원선 씨가 입사 후 2년 만에 임원(상무보)으로 승진한 데 이어 그의 적응과 내부 활동을 지원한 도기탁 전 재경부문장이 지주사 HDC 대표로 선임돼 그룹 내 입지를 강화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고 정세영 회장의 손자이자 정몽규 HDC 회장의 차남 정원선 씨가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올 초 회사 내 핵심부서인 DXT(Digital Transformation Team)실장 자리를 맡았다. 2024년 말 입사 후 불과 2년 만에 임원 승진이다. 업계에선 다른 기업 오너 2~3세들의 경영 수업도 본격화하는 만큼 '예상된 수순'이라는 평가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정 상무보의 급속 승진은 회사의 중장기 사업 전략과 승계 구도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1962년생 정몽규 회장은 상대적으로 젊은 65세이며, 경영 수업 중인 정원선 상무보는 현재 33세다. 업계에선 2028년 하반기로 예정인 본사 이전과 새 비전 선포 전에 정 상무보를 최소 본부장급 이상의 임원으로 올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도기탁 전 IPARK현대산업개발 재경부문장(전무)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HDC 지주를 이끌 대표이사가 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도 대표는 정원선 상무보가 2024년 말 HDC현대산업개발 회계팀에 입사한 뒤 그를 지근거리에서 챙기고 힘을 실어준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기 때문이다.

회사 안팎에선 최근 HDC그룹 주요 계열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글로벌 확장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정몽규 회장이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지주사 수장에 핵심 계열사의 재경을 잘 이끌고 있던 도 전무를 끌어 앉힌 데는 그의 실무 능력뿐 아니라, 아들인 정 상무보의 입김과 오너 3세 경영권 승계를 배후에서 이끌 적임자로 본 게 아니겠느냐는 견해가 많다.

정몽규 HDC 회장이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지정한 '서울원 프로젝트(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 진행에 맞물려 정원선 상무보의 경영권 승계 시계는 빠르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원 개발은 총 4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메가 프로젝트로, 단순한 부동산 개발을 넘어 AI 주거 비서와 스마트 물류가 집약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꿈꾸는 HDC그룹의 미래가 걸린 승부처다.

정 상무보는 현재 DXT 실장으로서 서울원 프로젝트 등 스마트시티 솔루션 설계를 총괄하고 있다. 입사 3년 차라는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룹의 사활이 걸린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정 회장이 아들에게 무거운 실무 경험과 확실한 성과는 물론, 내부 반발까지 잠재울 '1석 3조' 효과를 안겨줄 의도로 보고 있다.

경영승계의 무게추가 차남인 정 상무보로 기우는 양상은 세 형제의 행보를 보면 더욱 선명해진다. 현재 HDC 지분율만 놓고 보면 장남인 정준선 씨(0.51%)가 차남인 정 상무보(0.30%)를 앞서고 있다. 다만 장남은 카이스트 교수로서 학계에 머물며 기술 자문 역할만 하고 있다. 막내 운선 씨 역시 그룹 경영과는 거리를 둔 채 학업에 전념하고 있어, 사실상 '포스트 정몽규' 시대의 실권이 이미 정 상무보로 모아지고 있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HDC 내부 관계자는 "서울원 프로젝트를 그룹의 미래 동력을 확보하는 핵심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한편으론 정원선 상무보를 경영 후계자로서 공식화하는 대관식 무대로 삼으려 한다"며 "도기탁 HDC 대표 사례를 포함해 정 상무보의 측근들이 중용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고 귀띔했다.

IPARK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정 상무보의 경영권 승계는)회사 차원이 아닌 그룹 수뇌부에서 추진하는 부분이라 알 수 없고, DXT 스마트시티 솔루션은 서울원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점진적으로 전국 모든 현장에 도입을 추진중"이라고 설명했다.

권한일 기자 kw@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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