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아닌 데이터가 설비 지킨다”…포스코, 데이터·AI로 ‘자율 공장’ 현실화
(시사저널=강신후 영남본부 기자)

숙련공의 감각에 의존하던 철강 설비 관리가 이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판단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경험이 아닌 데이터가 설비를 지키는 시대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최근 설비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는 지능형 관리 체계를 구축하며 '인텔리전트 팩토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자동화를 넘어, 설비와 공정이 스스로 상태를 진단하고 대응하는 '자율 제조' 체계가 현장에서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변화의 출발점은 설비 관리 방식이다. 포항제철소 후판공장은 설비통합관리시스템(PIMS)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지능형 로직을 적용했다. 약 11개월간 축적된 설비 장애 데이터를 분석해 구축된 이 시스템은 미세 진동, 누유 등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이상 신호까지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기존처럼 문제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상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최적의 정비 시점을 제시하는 '예지 정비' 체계다. 현장에서는 이를 '잠들지 않는 눈'이라고 부른다. 설비가 스스로 상태를 알리고, 사고를 미리 막는 구조가 구현됐기 때문이다. 성과도 분명하다. 시스템 도입 이후 25건의 잠재적 설비 장애를 사전에 차단했고, 약 246시간의 가동 중단을 예방했다. 이를 통해 약 65억원 규모의 손실을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비 효율뿐 아니라 작업자 안전성도 함께 개선됐다.
"잠들지 않는 눈"…설비 이상 먼저 감지
기술 개발을 주도한 현장 관계자는 "설비가 스스로 상태를 설명해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며 "사람의 경험을 데이터로 확장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설비 관리 혁신은 생산과 물류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능형 무인 크레인'이다. 포항제철소는 Vision AI 기반 시스템을 적용해 크레인이 제품의 위치와 형태를 스스로 인식하고 정밀하게 이동하도록 만들었다.
과거 작업자가 직접 개입하던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었던 오차와 충돌 위험을 구조적으로 제거한 것이다. 특히 차량별 조건을 데이터화해 크레인이 스스로 최적의 상차 위치를 계산하도록 설계하면서, 작업자가 위험 구간에 머무르는 시간을 사실상 '0'에 가깝게 줄였다.
슬라브 야드 역시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 CCTV와 자동 인식 시스템을 통해 소재 확인과 이동 과정이 디지털화되면서, 반복적인 수작업은 줄고 운영 안정성은 높아졌다. 이처럼 포항제철소의 스마트화는 단일 설비가 아니라 현장 전체의 작업 방식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은 생산 공정 자체에도 깊숙이 들어왔다. 소결 공정에서는 AI 기반 제어 시스템이 적용되면서 공정 조건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구조가 구축됐다. 센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장입과 온도, 속도를 자동 제어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조업 가동률 99%, 적중률 97%라는 높은 안정성을 확보했다. 공정 편차가 줄어들면서 후속 공정까지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 구조'도 형성됐다.
이는 단순 자동화를 넘어, 공정이 스스로 최적의 상태를 찾아가는 '자율 운영 단계'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포스코의 전략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최근에는 로봇 자동화 기업 투자 등을 통해 사람·AI·로봇이 협업하는 생산 체계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위험 작업이나 반복 공정에 로봇을 우선 적용하고, 향후에는 데이터 기반으로 로봇이 스스로 작업 방식을 최적화하는 수준까지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데이터다. 설비, 공정, 물류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통합해 전체 공정을 하나의 '지능형 시스템'으로 묶는 것이 목표다.
"경쟁력은 데이터"…제조업 패러다임 전환
현장에서는 이미 변화의 방향이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과거에는 설비 규모나 생산량이 경쟁력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얼마나 활용해 공정을 최적화하느냐가 핵심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포항제철소 역시 개별 기술 도입을 넘어, 전 공정에 걸친 데이터 기반 운영 체계를 구축하며 인텔리전트 팩토리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장 인력 역시 단순 작업에서 벗어나 데이터 해석과 운영 판단 역할로 이동하는 추세다.
결국 포스코의 시도는 '자동화'를 넘어 '자율화' 단계로의 전환이다. 설비가 스스로 상태를 진단하고, 공정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며, 위험 작업은 로봇이 대신하는 구조. 여기에 AI가 전체 흐름을 최적화하는 시스템까지 더해지면서 철강 생산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설비 안정과 안전 확보가 곧 생산 경쟁력"이라며 "데이터와 AI 기반의 인텔리전트 팩토리를 지속 확대해 글로벌 제조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철강 산업이 '무겁고 느린 산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스스로 판단하고 진화하는 지능형 산업으로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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