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 변하는 사모 대출 위험, 연준에겐 통제할 수단이 없다”

김신영 기자 2026. 4. 1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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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 대출 전문가 인터뷰 ③: 아미트 세루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아미트 세루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스탠포드대 후버연구소

“은행에만 초점을 맞춰 설계된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수단들은 은행의 테두리 밖으로 번지는 사모 대출 같은 새로운 영역을 통제하기에 역부족입니다. 금융 안정을 보장한다는 연준의 정책 수단도 시장의 변화와 함께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아미트 세루(Seru) 미국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사모 대출 펀드는 보통 자기 자본 비율이 높고 예금 등 은행의 대출 재원에 비해 펀드의 만기가 길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이라면서도 “모종의 충격으로 인한 대출 자산의 동시다발적인 평가 가치가 절하된다면 위기가 번질 위험은 있다”고 했다. 사모 대출이란 펀드를 통해 돈을 빌려주는 일종의 사채다.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운 기업이 주로 받아왔고 최근엔 인공지능(AI) 및 소프트웨어 기업에 많은 대출이 집행됐다고 알려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세계 사모 대출 규모가 10년 전에 비해 네 배 수준으로 불어난 약 2조1500억달러 정도라고 추산한다.

/그래픽=김연국

그는 최근 동료 학자들과 사모 대출의 구조와 잠재적 위험을 분석한 연구 논문 ‘사모 대출, 대차대조표 및 금융 안정’을 전미경제연구원(NBER)을 통해 발표했다. 세루 교수와의 인터뷰는 사모 대출을 많이 받은 AI 기업의 과잉 투자 문제와 아울러 첨단 AI로 인한 경쟁 심화 및 서비스 대체 우려로 소프트웨어 기업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상황에 이뤄졌다.

-최근 AI·소프트웨어 우려가 사모 대출 위기론으로 확산했습니다. 첨단 기술이 사모 대출의 위험을 키운다고 보시는지요.

“사모 대출 펀드는 돈을 빌려주는 기업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현금 흐름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제로 돈을 빌려줍니다. 이런 원칙에 따라 소프트웨어 등의 분야로 최근 영역을 넓혔지요. 만약 AI가 사모 대출 기업의 사업 모델을 파괴하고 이익을 줄이거나 경쟁을 심화시킨다면, 사모 대출의 기반이 되는 현금 흐름 자체가 약화될 위험이 생깁니다. AI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들 사모 대출이 지금과는 다른 거시적·기술적 환경에서 집행됐다는 점에 더 주목해야 합니다. 이렇게 기술이 빨리 변하는 시기엔 환경이 크게 바뀌면서 보이지 않던 위험이 표면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는 기술 변화에 따라 상황이 급변하는 분야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집행되는 모든 대출에 해당되는 특징입니다.”

사모 대출을 많이 받았다가 지난해 파산한 자동차 부품사 '퍼스트 브랜드' 창업자 패트릭 제임스(왼쪽)가 지난 2월 뉴욕 연방법원에 출석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사모 대출의 위험은 원래 AI·소프트웨어 업종이 아닌 자동차와 관련한 중소 기업 두 개가 지난해 파산하며 부각됐다. 자동차 부품 판매사 퍼스트브랜드, 중고차 판매 및 자동차 담보 대출을 하는 트라이컬러 등이 매출 채권 등 담보를 다중으로 제공하는 등 부적절한 사모 대출을 많이 받았다가 무너졌다.

-지난해 퍼스트브랜드 등의 파산과 지금 부각되는 AI·소프트웨어 등 신기술 업종의 위험은 같은 맥락으로 보아야 할까요. 아니면 완전히 개별적인 사안일까요.

“지난해 사례를 개별적으로 분리된 ‘특이 사건’이라고 보기보다는 하나의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채 비율이 높거나 경기 변동에 민감한 차입자들이 어떤 계기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떻게 그 영향이 나타나는지, 그런 스트레스가 표출되는 지점은 어디인지 등을 보여준 사건들이었습니다. 지금도 경제엔 많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금리 상승, 대출 연장 조건 강화, 자산 가치 평가에 대한 불확실성 증가 등이 대표적인 변화입니다. 이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분리된 개별 사건으로 보이던 문제들로부터 더 광범위한 패턴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물론 몇몇 사례만을 근거로 한 성급한 일반화는 경계해야 하겠지만요.”

-사모 대출에 대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규제 개선이 필요할까요.

“사모 대출은 예금자가 아닌 투자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합니다. 그래서 은행 규제의 틀에서 대체로 벗어나 있지요. 이런 대출은 예금이 아닌 투자 수단이기 때문에 은행과 유사한 자본·유동성 건전성 규제보다는 주로 증권 규제의 적용을 받습니다. 사모 대출 펀드의 대차대조표는 실제로 은행과 구조적으로 다릅니다. 사모 대출은 자기자본 비율이 은행보다 매우 높기 때문에 은행에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뱅크런’이 발생할 위험이 비교적 낮습니다. 이런 차이를 감안하면 은행 규제를 그대로 사모 대출에 적용하기보다는, 투명성·일관성을 확보하는 방식에 주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투자자 층이 두터워지는 과정에 변덕스러운 개인 투자자가 유입되는 상황에선 대출 대상 기업의 가치 평가, 부채 비율, 유동성 조건 등에 대한 정보 공개가 지금보다는 투명하게 개선돼야 합니다.”

/그래픽=김연국 기자

-사모 대출이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 위기와 유사한, 큰 규모의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지금으로선 2008년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은 작다고 봅니다. (부실 주택담보대출 및 이를 자산으로 한 증권 등) 회수되기 쉬운 단기 자금으로 조달된 높은 레버리지라는, 금융위기 당시의 결정적인 취약성이 사모 대출엔 덜 퍼져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충격이 발생한다면 손실이 금융의 다른 부문으로 확산되기보다는 펀드 투자자들에 의해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다만 갑자기 충격이 발생해 대출 자산의 평가 가치가 일제히 낮아지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자금이 고갈되는 과정에 ‘유동성 불일치(liquidity mismatch)’로 인해 자산 강제 매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그 과정에 펀드에 자금을 댄 은행·보험사 등으로 번질 가능성은 있습니다.”

세루 교수가 말한 ‘유동성 불일치’란 펀드의 만기 및 대출한 돈이 회수되기까지의 기간은 긴데 자금 회수 주기는 짧은 상황을 뜻한다. 사모 대출 펀드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기업에 대출을 해주며 이 대출은 주식이나 채권처럼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만기까지 돈이 묶이게 된다. 원래 폐쇄형 펀드라면 이런 점을 감안해 대출 만기에 상응하는 기간까지 투자자가 돈을 빼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사모 대출 펀드 중 상당수는 투자자를 많이 유치하려고, 돈을 맡긴 사람들에게 매월 혹은 매 분기 일정 부분 돈을 뺄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고 자금을 모았다. 이런 ‘불일치’는 충격이 발생했을 때 동시다발적인 환매 요청을 유발해 펀드 운용사가 보유한 대출 채권을 헐값에 매각하는 상황에 봉착할 위험을 키운다. 최악의 경우 펀드 운용사가 팔 자산이 없거나 가치가 너무 낮아졌다며 환매 중단을 선언하면, 금융 시장 전체로 공포가 확산할 수 있다. 세루 교수는 “이런 현상은 사모 대출 운용사가 보유한, 매각하기 어려운 자산 중 다수에서 가치 평가가 재조정되는 ‘가치 평가 전염(valuation contagion)’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며 “시스템적 위험이 발생한다면 펀드 그 자체보다는 사모 대출 시장의 복잡한 연결 고리를 통해 번질 것”이라고 했다.

차기 연방준비제도 의장에 지명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2011년 뉴욕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발언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이제 곧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로 바뀝니다. 사모 대출 시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연준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연준이 직면한 과제는 연준의 정책 수단이 은행을 위해 설계된 반면 위험은 점점 은행 테두리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모 대출로 인한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경우 연준은 핵심 자금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사모 대출 위험에 노출된 은행의 시스템을 보호하는 등 간접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연준에겐 위험이 불거진 대출을 구조조정한다는, 제도적·정치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단이 부족합니다. 위험이 도사린 영역과 정책 집행의 수단 사이에 존재하는 이 같은 간극에 대한 문제 의식이 연준이 수행하는 금융 안정 정책의 향방에 앞으로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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