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에 손 벌린 휴림에이텍, 정작 최대주주는 '뒷짐’'

박수현 2026. 4. 1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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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1 무상감자로 결손금 소각 후 295억원 규모 유상증자 추진
100억원 규모 CB 상환에 방점…자체 현금창출력으로는 감당 불가
최대주주 휴림로봇 배정 물량 75% 포기하며 지배력 하락 자초
주관사에 실권수수료 20% 지급…상장 이후 오버행 리스크 대두

자동차 내외장재 전문기업 휴림에이텍이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추진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채무상환 재원 마련을 위해 주주들에게 손을 내밀었으나, 정작 최대주주인 휴림로봇은 배정 물량의 대부분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최대주주의 소극적 참여로 지배력 약화가 불가피해진 가운데, 주관사의 실권주 인수 수수료와 연계된 물량 출회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당장 번 돈으론 빚 못 갚아”… 100억 CB 상환에 방점 둔 유증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휴림에이텍은 295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오는 6월 12일 최종 발행가액을 확정하고, 17~18일 구주주 청약, 22~23일 실권주 일반공모를 거쳐 자금 모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7월 7일이다.

유증에 앞서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10대 1 비율의 무상감자를 우선 실시한다. 기존 주식 10주를 1주로 병합해 장부상 결손금을 소각하고, 깨끗해진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주주들에게 자금을 수혈받겠다는 구상이다. 무상감자 기준일은 이달 30일이다.

유증에 따라 발행할 신주는 총 600만주다. 이는 감자 후 발행주식 총수(999만1819주)의 60.05%에 해당한다. 예정 발행가액은 4915원으로 책정했다.

증자의 1순위 목적은 16회차 전환사채(CB) 상환이다. 휴림에이텍은 조달 자금 가운데 100억원을 해당 CB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대응 재원으로 배정했다. 이 CB의 풋옵션 효력은 내년 1월부터 발생하지만, 회사 측은 당장의 벌이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휴림에이텍이 제시한 자금수지 계획에 따르면 올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분기당 18억~24억원 수준이다. 반면 투자활동현금흐름은 같은 기간 분기당 6억~19억원가량 유출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32억원인 점을 감안했을 때 추가 조달 없이는 100억원 규모 상환 재원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계산이다.

휴림에이텍 측은 "유증 금액이 없다면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16회차 CB의 상환자금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채무상환이 신용위험으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는 예방적 조치로서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

휴림에이텍의 재무상황을 보면, 증자 외에 뚜렷한 조달 수단을 찾기 어려웠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수년간 수익성 악화와 더불어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며 재무적 대응 여력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먼저 현금흐름이 나빠졌다. 휴림에이텍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3년 112억원에서 2024년 40억원, 지난해 5억원으로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재무활동현금흐름은 -2억원에서 53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회사가 영업으로 돈을 못 벌어 사업에 드는 비용을 외부 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 결과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2023년 30배 이상이었으나, 지난해 말 0.1배로 급락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휴림에이텍의 영업이익이 연간 이자비용의 10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더 이상 부채를 늘리기 어려운 회사로선 증자가 현실적인 자금조달 선택지였다는 해석이다.

휴림에이텍의 이자보상배율이 지난해 0.1배를 기록했다./사진=금융감독원

최대주주 배정 물량 75% 포기...주관사에 20% 실권수수료

이런 가운데 최대주주인 휴림로봇의 청약 규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 대주주의 청약 참여율은 공모 흥행을 도모하고,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미래 가치에 대한 확신을 주는 잣대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현재 휴림로봇은 휴림에이텍 지분 25.6%를 보유하고 있다. 주주배정 원칙에 따라 기존 주주들은 보유 주식 1주당 0.6주의 신주를 배정받게 되며, 이에 따라 휴림로봇에 할당된 물량은 총 154만4003주다. 예정 발행가액 4915원을 기준으로 휴림로봇이 100% 청약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약 76억원이다.

하지만 휴림로봇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이번 유증에 단 20억원만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정된 물량 중 75%를 포기하는 셈이다. 최대주주가 자금 조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일반 주주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최대주주의 지배력 약화도 불가피해졌다. 유증가 계획대로 마무리될 경우, 휴림로봇의 휴림에이텍 지분율은 기존 25.6%에서 18.41%로 7.19%포인트 하락한다.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주주들에게 손을 내밀면서도 정작 최대주주는 지배력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휴림에이텍에 대한 휴림로봇의 지분율이 유상증자 이후 18.41%로 하락할 예정이다./사진=금융감독원

시장이 우려하는 또 다른 변수는 '실권주 처리'와 그에 따른 주가 변동성이다. 이번 유증은 주관사인 SK증권이 실권주를 모두 인수하는 총액인수 방식으로 진행된다. 만약 구주주 청약과 일반공모에서 흥행에 실패해 대규모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주관사가 해당 잔여 물량을 모두 떠안게 된다.

문제는 SK증권이 실권주를 인수할 때 받는 수수료가 무려 20%로 책정됐다는 점이다.

회사는 수수료만큼 자금 조달을 포기해야 한다. 반대로 주관사로선 20%의 '할인 혜택'을 받고 주식을 가져오는 것과 다름없다. 이 때문에 주관사는 인수한 지분을 수익 실현을 위해 시장에 대거 매도할 가능성도 높다. 이는 결국 신주 상장 직후 주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수현 (clapnow@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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