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이상준 기자] 자취. 대학생 시절을 지배하는 단어이자, 누군가는 독립 후 결혼하기 이전 한 번씩은 거쳐 가는 과정이다. 무엇보다 각자의 생활 패턴에 맞게 집의 풍경도 달라지기에, 깔끔한 자취가 되느냐 더러운 자취가 되느냐가 관건이다. 자금력에 따라 집에 놓이는 가구의 퀄리티도 달라지는 게 이때다.
그렇다면 ‘나 혼자 산다’ 1주 차, 김민규(대구 한국가스공사)의 자취 생활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었을까. [이웃집]이 새내기 자취생의 대구 하우스를 하나하나 담아왔다.
사실 김민규는 첫 대구 생활이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자취를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가스공사 구단에서 제공한 호텔에서 독방 생활을 하며 지냈다고 한다. “호텔 생활이요? 사우나가 있어서 확실히 편했어요. 그런데 체육관에서 멀어서 그런지, 직주근접 면에서는 피곤함이 좀 컸죠.”
홈 경기장(대구체육관)에서 먼 곳이다 보니 웃픈(?) 해프닝도 생겼고, 동기들의 선이탈이 자취에 대한 빠른 시작을 갈망하게 했다고. “한 번은 눈이 엄청 많이 온 적이 있는데, 택시가 안 잡히더라고요. 호텔 주변이 주로 공장들 있고 그런 곳인데 도로 상태가 좋지 못하니 아예 근처에도 안 오는 거 있죠? 하마터면 훈련 ‘노쇼’할 뻔했습니다. 게다가 시즌 말에 (양)우혁이와 (우)상현이가 먼저 개인 집을 구하다 보니, 혼자 호텔로 왔다 갔다 한 적이 있어요. 되게 외로웠어요.”
그렇게 전전긍긍하던 김민규는 얼마 안 가 자취방을 구할 수 있었다. 동료 양준우가 발 빠르게 나서준 덕분이었다. “저랑 상현이 모두 (양)준우 형 덕분에 체육관 근처로 집을 구할 수 있게 되었어요. 준우 형이 집 구할 때 소개받은 부동산에서, 지인 데려오면 좋은 방 또 구하게 해주겠다고 하셨다고 하셔서(웃음). 덕분에 만족스럽게 구했어요.”
▲부담감 최대치를 찍던 김민규.
비교적 최근 자취를 시작했기에, [이웃집]이 김민규 하우스를 찾은 시점(3월 27일)은 그의 자취 1주 차였다. 자취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필요한 물건들이 오가는 시점이다. 그렇다 보니 김민규는 “아 근데 진짜 지금 집에 뭐가 없어서… 소개해 드릴 게 적거든요? 너무 누추할 거 같아서 걱정입니다”라는 말을 수시로 더했다. 특히 ‘자취 선배’ 양우혁의 집이 너무나 꽉꽉 들어차 있는 것을 본 후로는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 탓에, 아이스 슈크림 라떼만을 들이키기 바빴다. 참고로 이날 대구의 날씨는 23도까지 찍은, 굉장히 더운 대프리카의 면모가 제대로 드러난 날이었다.
그러나 걱정은 불필요했다. 김민규의 집에 들어서자, “아니… 왜 걱정하셨어요?”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있을 건 다 있고, 굉장히 아늑했기 때문. 게다가 원룸이 아닌 투룸이었다.
기자가 가장 놀란 건 김민규 하우스의 보증금과 월세다. 널찍한 방이 2개나 존재하며 베란다에 큰 화장실과 주방. 서울특별시로 환산하면 월세가 족히 100만 원을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김민규에게 들은 답은 반전 그 자체였다. “진짜 들으시면 놀라실 수 있어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입니다. 관리비 포함으로요!” 내 6평 오피스텔 월세(70만 원)에 자괴감이 들어…
충격(?)적인 월세의 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일단 첫 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김민규만의 영화관과 옷장이 함께하는 공간이 발견되었다. 하루의 피로를 OTT로 해소해 주는 커다란 TV는 물론 각종 구매처에서 마련한 가구들까지… 이때부터 예감했다. 김민규는 그래도 꾸미고 살려고 한다는 것을. “이왕이면 그래도 정리는 하고 살자는 생각에, 미약하지만 꾸며보려고 하고 있어요.”
“소파랑 TV랑 선반, 러그, 그리고 청소기까지… 오늘의 집 어플을 주로 애용했어요. 자취 잇템들이 되게 많아서(웃음). 더 많이 검색해 볼 거 같아요. 특히 당근마켓도 좀 썼는데, 서울에서는 한 번도 안 써봐서 매너 온도가 아직 36.5도입니다.”
구매한 소형 탁자 위에 놓인 에어팟 맥스를 가리키자, 라건아에 대한 찬양이 오고 가기도 했다. “이거 (라)건아 형이 3월 16일 안양 정관장전 때 두자릿수 득점(11점) 했다고, 잘했다면서 사주신 거예요(웃음). 원래는 더블더블 하기로 하면 사준다고 했어요. 리바운드 8개만 잡아서 물 건너가는 줄 알았는데… 다행입니다.”
▲김민규 선수의 시즌 1호 빨래가 여기서 터집니다.
미니 영화관 및 옷방 바로 앞은 베란다다. 김민규는 얼마 전 이곳에서 시즌 1호 빨래를 개시하기도 했다. 호텔 생활과 사뭇 다른 풍경 중 하나가 바로 빨래일 터. “수건만 일단 빨래를 해놔서… (아, 이게 시즌 1호 빨래인가요?) 아 뭐 그렇다고 봐야겠네요 하하하.”
투룸의 마지막 방은 그의 침실. 무드등을 비롯해 보기만 해도 눕고 싶은 매트리스와 수납공간이 가득한 침대 프레임까지. “이것은 좀 심혈을 기울였어요. 좋은 것을 고르고 싶어서 두 개 다 해서 80만 원 정도 주고 샀습니다. 잠은 잘 자야 하니까요(웃음).”
침대 프레임을 보며 구매 정보를 공유하고 있을 때, 머리맡에 놓여있던 수상한 물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다름 아닌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흠… 저 책은 연출용인가요?”
“에이 아닙니다(웃음). 독서에 취미를 가지려고, 열심히 읽고 있어요. 한강 작가님이 유명하시기도 하고, 읽다 보니 정말 재미있어서 최대한 빨리 다 읽어보려 하고 있습니다.” 연출용은 아니었다는 게 김민규의 견해였다.
사실 김민규의 침실은 조금 빈공간이 남아 있었는데, 이것은 다 김민규의 계획이 자리 잡고 있기에 가능한 풍경이었다. “조만간 주문한 데스크탑이랑 책상이 와요. 지금 키보드랑 패드는 와 있어서(웃음). 이 친구들이 오면, 침실의 한 켠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보려 합니다.” 공간 활용도 만점에 가까운 말이었다.
아직 취미생활을 완성하는 하나와 만나지 못한 시점. 그렇기에 다소 따분한 일상을 보낼 수 있었지만, 김민규는 달랐다. 직장에서의 좋은 기억을 집에서도 생각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틈을 채워 넣고 있었다. “여태껏 받은 편지 모음인데… 한번 보실래요? 저희 까꿍이(가스공사 팬 애칭)분들이 주신 소중한 편지를, 독서하듯 보고 있습니다.”
침대 앞에는 올스타게임(덩크 콘테스트 퍼포먼스상)과 첫 중계방송사 인터뷰의 추억(수훈 선수에게 주어지는 인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실 덩크 콘테스트가 조금 아쉬워요. 퍼포먼스상도 큰 상이지만, 내심 우승하고 싶었거든요. 눈을 가리고 하는 경쟁자(조준희)가 나오던데… 그렇게 하니 이길 수 없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저도 안대 끼고 할 걸 그랬네요.”
▲2일 인터뷰실에서 만난 김민규
“중계방송사 인터뷰는 너무나 소중했어요. 저 인형(바스바라)을 언제 가져보나 했는데, 시즌이 끝나가기 전에 받아서 감사하고 놀랐습니다. 이왕이면 다다익선이라고(웃음). 한 번 더 받고 싶어요.” 김민규는 인터뷰 후 정확히 5일 후인 지난 2일 고양 소노와의 맞대결에서 중계방송사 수훈 선수로 등극, 한 번 더 바스바라 인형을 겟(?)하는데 성공했다. 의지의 다다익선맨이다.
데스크탑만 오면 완성되는 침실까지 둘러보았고, 김민규는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게 남았다며 주방으로 인도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김민규의 수납함과 주방에서 낯익은 공기가 느껴졌다. 수많은 통조림과 라면, 호일, 종량제 쓰레기 봉투, 키친타월에 다이소에서 구매한 흔적이 보이는 이것저것. 자취생 국룰템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결승 득점은 콜라 몇 캔만이 들어있는 냉장고에서 터졌다.
방들에서 자취방 평균 이상의 깔끔함이 느껴졌다면, 수납함에서는 김민규도 똑같은 자취생임을 알 수 있었기에 대조를 보인 순간이었다.
“아직 여기서 요리하거나 그런 단계가 아니라, 일단 통조림이나 그런 것들부터 샀습니다.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은 제 최애라(웃음). 편의점 가서 사 왔죠. 냉장고도 더 채워넣어야 하는데 뭘 넣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에어프라이어도 있긴 한데, 어떤 것을 먹을 때 써야 할지 모르겠고요.”
“쓰레기 버리고 이런 것에서 자취를 시작함을 느꼈어요. 버리는 날짜도 정해져 있어서 맞춰서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데… 되게 귀찮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 팬들께서 주신 초콜릿 아주 감사하게 먹고 있어요. 이제 숨만 쉬어도 돈나가는 자취생이라 비싼 간식들 내돈내산 못하는데 말이죠. 까꿍이 분들 덕분에 힘을 얻네요 이렇게(웃음).” 김민규는 이후 취재진에 초콜릿 일부를 기부, 훈훈함을 더했다. 까꿍이 만세! 김민규 만세! 그렇게 김민규의 대구 하우스(보증금 500/월세 50) 탐방은 끝났다.
정신없이 시작한 자취 생활에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짐 정리가 채 안 끝났기에, 뭐가 맞는지도 모를 단계다. 게다가 안정적인 호텔 생활을 하다 일거수일투족을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입장으로 바뀌었기에, 경제적인 변화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김민규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슬기로운 대구 생활을 이어갈 것을 알렸다.
“어차피 올 시즌 끝까지 호텔에서 지냈어도, 다음 시즌부터는 나와서 방을 구해야 했어요. 남들보다 일찍 이렇게 자취를 시작하고, 경험하는 게 더 좋은 점이 많을 것 같고 그렇게 느끼고 있어요. 특히 가끔 팀 동료들도 구경 오기 시작했는데, 같이 밤에 모여서 노는 것도 재밌더라고요. 여름 대구가 그렇게 덥다는데 에어컨 풀 가동 하고 지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