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쫓던 소년, 50년 무사고 기사 되다 [초보기자의 거침없이 하이킹]

남준식 기자 2026. 4. 10.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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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만난 인연은 실로 특별하다.

'거침없이 하이킹'은 산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과 함께 걷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코너다.

산에서 마주친 사람들에게 거침없이 다가가 그들의 등산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성남에서 버스를 운전하는 그는 이틀에 한 번꼴로 산에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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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산에서 만난 인연은 실로 특별하다. 그 우연한 만남을 놓치지 않고자 초보기자가 발을 벗고 나섰다. '거침없이 하이킹'은 산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과 함께 걷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코너다. 산에서 마주친 사람들에게 거침없이 다가가 그들의 등산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산이 맺어준 우연한 만남과 등산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김동은(24)·목윤찬(23) 원주 우산동

"학교에서 치악산이 보이거든요. 작년부터 '가자, 가자' 하다가 드디어 왔어요."

원주 상지대학교 기숙사 룸메이트인 두 청년이 군복 차림으로 비로봉에 서 있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제대한 지 얼마 안 돼서 군복이 있었고, 무엇보다 편해서 맞춰 입었다고 한다.

한 명은 경찰학과, 다른 한 명은 소방공학과 재학생이다. "황골탐방지원센터에서 빌린 아이젠 반납 시간이 다 돼서 빨리 내려가야 한다"며, 멋진 포즈를 취해 주고는 서둘러 내려갔다.

김민호(64) 성남 중원구

삶은 달걀을 까먹고 있는 중년 남성. "아이젠을 차에 두고 와서 아내는 내려가고 나만 올라왔다"며 방금까지 두 번이나 엉덩방아를 찧었다고 웃는다. 예전에 시간이 늦어 입석사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던 아쉬움을 털어내려 다시 치악산을 찾았다.

성남에서 버스를 운전하는 그는 이틀에 한 번꼴로 산에 다닌다. 수입을 생각하면 얼마든지 운전대를 더 잡을 수도 있지만, 등산을 포기할 수 없어서 격일 근무를 고수한다. 20년째 이어온 이런 루틴 덕분에 몸은 더 없이 건강하다. 10년 전부터 아내도 산행에 동참해 부부가 함께 산을 즐긴다.

조동만(63)·전효숙(61) 원주 행구동

입석사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오르막 내내 마주친 부부. 원주 사람이지만 "치악산에 자주 오진 않고 멀리서 자주 본다"며 웃는다. 전북 남원이 고향인 남편은 1991년에 새시 공장을 세우며 원주에 정착했다. 그때는 기업도시와 혁신도시가 생기기 훨씬 전, 원주가 발전한다고 붐이 일 무렵이었다. 오늘은 두 아들에게 공장을 맡기고 모처럼 아내와 함께 산에 올랐다. 원주에 살면 어떤 점이 좋으냐고 묻자 "국토 중앙에 있어 교통이 제일 좋다"고 답한다. 동해든 서해든 서울이든 금방이다. 이어서 "얼마 전 제천 동산에 다녀왔다"며 슬그머니 휴대폰을 내밀어 사진을 보여 준다. "무암사 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근사한 남근석이 있거든요. 거기가 가장 리얼해요. (웃음)"

오치주(69) 부산 사하구

"올해 국립공원을 모두 가는 게 버킷리스트예요." 치악산은 처음인데, 역시 국립공원답고 그간 다녀온 국립공원 중에도 손에 꼽을 만큼 좋았다고 한다. 오늘 산행을 마치면 수안보온천에서 하룻밤 묵고 내일은 월악산을 오를 계획이다. 월악산만 오르면 그 버킷리스트를 이루게 된다. 새벽 5시 부산에서 출발해 꼬박 4시간을 운전해서 달려왔다며 "산행보다 운전이 더 힘들었다고"고 말한다.

김순한(72) 원주 신림면

고향 원주에서 택시를 모는 김순한씨는 운전 경력만 50년이 넘는다. 군 수송부에서 처음 운전대를 잡았고, 이후 서울에서도 15년간 택시를 몰았다. 평생 무사고 운전자다. 지금이야 내비게이션이 있지만 그때는 길을 물어가며 다녔기에 지금도 서울 지리를 꿰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숨 막히듯 답답한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 원주로 내려왔다. 서울에선 취객과 교통체증 같은 스트레스 때문에 위장이 안 좋고 눈도 나빠서 돋보기를 썼다. 그런데 물 좋고 공기 좋은 원주에 내려온 뒤로는 돋보기 없이 바늘귀에 실을 꿸 정도로 눈이 좋아졌다고 한다.

"차가 많이 없던 예전에는 손님이 많아서 구룡사에 택시가 줄지어 대기했다"며, "파주뿐 아니라 원주에도 감악산이 있으니 한 번 가보라"고 추천한다.

조수석 앞에는 아들과 며느리가 치악산 아래서 운영하는 펜션 홍보 명함이 꽂혀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추억을 풀어놓았다.

"아버지와 함께 방송국 멧돼지 사냥 취재 따라갔는데, 그때 치악산에 눈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어휴, 아주 고생했죠."

월간산 4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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