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나홍진·연상호 칸으로…韓 ‘초청작 0편 굴욕’ 지웠다
연상호 ‘군체’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 초청
‘한국인 최초’ 경쟁 심사위원장에 박찬욱 위촉
예술영화·아시아 감독 약진 속 韓 영화 존재감
![(좌측부터)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에 위촉된 박찬욱 감독, 영화 ‘호프’로 경쟁부문에 진출한 나홍진 감독, 영화 ‘군체’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연상호 감독 [연합, 헤럴드경제DB]](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0/ned/20260410071609094iuav.png)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 영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26년 만에 공식·비공식 부문 ‘초청작 0편’이라는 충격적 결과에 영화계의 위기감도 덩달아 커졌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한국인 최초 칸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깐느 박’ 박찬욱 감독을 필두로 나홍진·연상호 등 한국 영화 대표 감독들이 칸으로 향한다. 내달 프랑스 칸에서 ‘K’의 위상을 또 한번 빛낼 한국 영화의 활약에 벌써부터 기대와 관심이 쏠린다.
![나홍진 감독 ‘호프’ 포스터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0/ned/20260410071609445klux.jpg)
칸영화제 집행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제79회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 발표 기자회견에서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를 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호명했다. ‘호프’는 함께 경쟁 부문에 진출한 20편의 작품과 함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한국 영화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은 지난 2022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우리나라 제작사가 만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 이후 4년 만이다. ‘헤어질 결심’은 그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곡성’(2016) 이후 나홍진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있는 항구마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추격자’(2008)와 ‘황해’(2010), ‘곡성’으로 독창적 스토리, 강렬한 비주얼을 선보여 온 나 감독이 약 5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작품으로 알려졌다. 황정민과 조인성, 정호연을 비롯해 할리우드 대표 연기파 배우인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등 국내외 대표 배우들이 함께했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호프’에 대해 “액션 영화”라 소개하며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 장르가 바뀐다”고 설명했다.
이번 초청으로 나 감독은 장편 연출 작품이 모두 칸영화제에 초청된 최초의 한국 감독이 됐다. 이번이 네 번째 칸 초청이다. 나 감독은 지난 2008년 ‘추격자’가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2011년 ‘황해’가 주목할 만한 시선에, 2016년 ‘곡성’이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칸 영화제와 인연을 이어왔다.
나 감독은 이번 칸영화제 초청에 대해 “영광이다. 남은 시간 분발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화 ‘군체’ 인터내셔널 포스터 [쇼박스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0/ned/20260410071609962eege.jpg)
내달 개봉을 앞둔 연상호 감독의 ‘군체’도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을 통해 칸에서 전세계 영화팬들과 만난다.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액션과 스릴러, 호러, 판타지 등 장르적 색채가 강하면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영화를 소개하는 섹션이다.
연 감독 역시 이번이 칸영화제 네 번째 초청이다. 앞서 연상호 감독은 지난 2012년 ‘돼지의 왕’으로 감독 주간에 초청돼 칸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부산행’(2016)과 ‘반도’(2020)가 각각 미드나잇 스크리닝과 오피셜 셀렉션으로 칸의 초청을 받았다.
‘좀비 마스터’로 불리는 연상호 감독이 내놓은 또 하나의 좀비물인 영화 ‘군체’는 전지현과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 고수 등 국가대표급 배우들의 라인업으로도 큰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정체불명의 집단 감염 사태로 고립된 빌딩 안에서, 감염자의 추격에 맞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자들의 치열한 생존기를 그린다.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군체는) 우리 모두 알고 있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봉쇄된 빌딩 안에서 벌어지는 호러 좀비 장르의 영화”라면서 “관객들은 이러한 설정으로부터 다양한 서사적 장치와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연 감독은 이번 초청으로 ‘부산행’ 이후 10년 만에 칸 레드카펫을 밟는다. 연 감독은 배급사 쇼박스를 통해 “‘군체’라는 작품을 칸 국제영화제라는 전 세계인들의 영화 축제에서 선보일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쁘다”면서 “함께 했던 배우들과 한국의 장르 영화를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오겠다. 감사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왼쪽부터) 칸영화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과 이리스 크노블로흐 조직위원장이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0/ned/20260410071610299yrvf.jpg)
‘호프’가 이름을 올린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의 심사는 박찬욱 감독이 이끈다. 앞서 지난 2월 칸영화제 조직위원회는 박 감독을 79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위촉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영화인들이 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건 여섯 차례 있지만, 심사위원장 위촉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 감독으로는 지난 2006년 제59회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왕가위 이후 두 번째다. 박 감독은 지난 2017년 70회 칸영화제에서 경쟁 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바 있다.
칸영화제 측은 성명을 통해 “박 감독의 독창성, 시각적 연출력, 이상한 운명을 지닌 남녀의 다층적인 충동을 포착해 내는 점은 현대 영화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선사해 왔다”면서 “그의 탁월한 재능을 기념하게 되어 기쁘고, 더 나아가 시대의 질문에 깊이 천착하는 한국 영화의 위상을 함께 조명하게 되어 뜻깊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증오와 분열의 시대에, 영화관에서 함께 영화를 보는 행위가 마음을 움직이고 보편적인 연대감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며 위촉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칸영화제는 작가주의 영화가 강세를 보인 가운데, 아시아 감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경쟁 부문의 경우 총 21편의 진출작에 아시아 감독의 연출작 4편이 이름을 올렸다. 나 감독의 ‘호프’를 포함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상자 속의 양’, 하마구치 류스케의 ‘올 오브 어 서든’(All of a Sudden), 고지 후카다의 ‘나기 노트’(Nagi Notes) 등이다.
![지난해 열린 78회 칸영화제 당시 주상영관인 팔레 데 페스티벌 전경. [AP]](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0/ned/20260410071610651zntx.jpg)
예술영화 거장으로 불리는 폴란드의 파벨 파블리코프스키의 ‘파더랜드’(Fatherland)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비터 크리스마스’(Bitter Christmas)도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크리스티안 문주의 ‘피오르드’ 등도 경쟁 부문 초청을 받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크리스티안 문주는 각각 71회, 60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을 앞세워 지난해 칸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할리우드 영화의 기세는 올해 다소 누그러졌다. 경쟁 부문에서 미국 작품은 아이라 잭스 감독이 연출한 라미 말렉 주연의 ‘더 맨 아이 러브’(The Man I Love)가 유일하다. 칸영화제 진출이 유력하게 점쳐졌던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The Odyssey)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디스클로저 데이(Disclosure Day)’는 이날 발표된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칸영화제 초청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정주리 감독의 ‘도라’도 이날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다만 감독 주간과 비평가 주간 등 비공식 부문에 초청받거나 공식 회견 이후 추가 초청작에 포함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전체 선정작의 약 95%가 공개됐다”며 “최종 마무리는 조만간 완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칸 영화제는 다음 달 12일부터 23일까지 열린다. 개막작은 프랑스 감독 피에르 살바도리의 ‘라 베뉘스 엘렉트리크’(La Venus électriqu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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