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비극 만든 ‘대구 응급실 뺑뺑이’…사달나도 뾰족수 없다는데

박자경 기자(park.jakyung@mk.co.kr), 문소정 기자(mun.sojeong@mk.co.kr), 조병연 기자(cho.byeongyeon@mk.co.kr) 2026. 4. 1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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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중환자실 병상·전문의 태부족
고위험산모 ‘뺑뺑이’ 근본적 해결안돼
모자의료센터 ‘핫라인’ 전국 확충필요
[뉴시스]
지난 3월 대구에서 쌍둥이 임신부가 연이어 병원 수용을 거부당하는 ‘응급실 뺑뺑이’ 끝에 결국 태아 중 한 명이 사망한 사실이 알려진 뒤 후폭풍이 거세다. 전국에서 비슷한 사례가 속속 확인되고 있고 산과·산부인과 전문의 부족 등 ‘의료 공백’ 문제를 서둘러 해결해야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9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대구시 보건의료정책과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당 임신부는 응급차가 도착한 이후 대구 관내 7개 병원에 수용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수용을 거절한 이유는 여유 병상이나 인공호흡기, 산과·신생아과 전문의가 부족하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추경호 의원은 “실제로 대구에서 수용을 거부한 7개 병원은 대부분 산과·신생아과 전문의가 1~2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고위험 임신부 ‘응급실 뺑뺑이’는 언젠가 발생할 비극이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5일 대구 동구에서는 임신 20주 차 산모가 3시간 동안 병원을 전전하다 충남 아산까지 이동해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8월 제주에서는 26주 차 산모가 신생아중환자실 부족으로 부산까지 헬기로 이송됐다. 고위험 산모가 병상과 의료진 부족으로 수백 ㎞를 이동하는 사례가 반복됐지만, 정부와 보건당국이 마땅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고 결국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졌다.

응급차 재이송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2024년 재이송 사례 상당수는 병상 부족 및 전문의 부재 때문이었다. 2024년 12월 발생한 구급대 재이송 사유 397건 중 58건은 ‘병상 부족’, 152건은 ‘전문의 부재’였다.

이 사태 이후 대구시 대형 병원들은 신생아중환자실 병상을 확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더 심각한 의료 인력 공백 문제는 당장 해결하기 어렵다. 산과·신생아과는 기피 과로 분류돼 전문의 부족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홍순철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산과는 특히나 보상은 적고 리스크가 커 젊은 전공의들이 기피한다”며 “남아 있는 의료진도 고령화가 진행돼 체력 문제 등으로 지속적인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홍 교수는 “병원에는 언제든 아기가 나올 수 있는 고위험 산모들이 대기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새벽 3시까지 수술이 밀린 환자가 대기하고 있는데, 제3자를 받아 달라고 하면 곤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역 병원의 경우 인력 확보는 더더욱 어렵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소아과 전문의를 고용하려면 월 3000만원 수준의 인건비가 필요한데, 대학병원은 수가 제한으로 월 1000만원 이상의 봉급을 주기 어렵다”며 “문제는 수술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이후 신생아를 돌볼 인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사례는 임신 28주 쌍둥이 분만이라는 점에서 의료 대응 난도가 높았다. 의료계에 따르면 쌍둥이를 분만하기 위해서는 수술팀, 마취과 전문의를 포함해 최소 15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다. 인큐베이터와 신생아용 인공호흡기도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조건을 모두 갖춘 병원은 전국적으로도 찾기 어렵다.

응급구조 전문가들은 일단 전국적인 네트워크 구축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위험 임신부가 이송될 병원도 정하지 못한 채 구급차 안에 방치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응급의학과 간 핫라인(직통 전화)을 전국적으로 가동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산모·신생아 모자의료 네트워크 시범사업을 가동하며 ‘핫라인’을 시범 운용해왔다. 다만 이 네트워크가 일부 권역만을 대상으로 하는 시범사업에 그치면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대구 지역 응급의학과 전문의 선생님들은 직통 전화가 아닌 응급실·분만실로 개별적으로 연락이 왔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며 “핫라인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전용 이송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동민 한국교통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전용 구급차에 신생아용 인큐베이터를 구비해 조산 등 응급 상황을 대비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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