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아파트 재활용 수거도 멈출판"…폐지 쌓이자 '올스톱'

조철오/곽용희 2026. 4. 1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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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경기 용인에 있는 폐지업체 세주산업의 집하장.

회사 대표 김옥분 씨는 "보통 폐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외부로 반출되는데, 지금은 열흘이 넘도록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집하장이 포화 상태가 돼 동네 아파트 단지 재활용 수거를 중단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폐지를 원료로 하는 주요 제지업체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재활용 쓰레기 수거 시스템에 걸리는 부하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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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지공장 멈추자 고물상도 비상
'재활용 대란' 오나
폐지 수거 중단…
플라스틱·캔 등 재활용 처리 못해
주요 제지공장 3곳 가동 중단
폐지 매입없자 고물상 포화 상태
"동네 아파트 수거 멈춰야 할 판"
2018년 '쓰레기 대란' 재발 우려
< 폐지 산더미 > 9일 경기 남양주에 있는 폐지업체 노원알씨의 집하장에 폐지 압축 더미가 쌓여 있다. 주요 제지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폐지가 외부로 반출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노원알씨 제공


9일 경기 용인에 있는 폐지업체 세주산업의 집하장. 5m가 넘는 폐지 압축 더미가 창고를 따라 성벽처럼 쌓여 있었다. 폐지를 옮기는 트럭이 폐지 더미 옆에 멈춰 서 있었다. 회사 대표 김옥분 씨는 “보통 폐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외부로 반출되는데, 지금은 열흘이 넘도록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집하장이 포화 상태가 돼 동네 아파트 단지 재활용 수거를 중단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지공장 사고에 멈춰선 재활용 생태계

전국 주요 제지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수도권의 쓰레기 재활용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 동네 고물상들이 수거한 폐지를 매입하는 주요 제지 공장 설비가 각종 사고 등으로 동시에 멈춰섰기 때문이다. 통상 고물상은 폐지를 수거하면서 플라스틱과 캔 등을 함께 가져간다. 폐지 수거가 중단되면 도심 재활용 쓰레기 생태계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지업계에 따르면 아세아제지 세종공장은 지난달 24일 발생한 안전사고로 17일째 가동이 중단됐다. 이 공장은 연간 약 65만t의 골판지 원지를 공급한다. 국내 전체 공급량의 11%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2월엔 경기 오산 한국수출포장 공장이 화재로 전소됐다. 이 공장은 연간 24만t, 전체 골판지 원지 공급량의 5%를 생산했다. 지난해 말엔 폐지를 원자재로 활용하던 삼정펄프가 경영난을 이유로 평택 공장 운영을 중단했다.

업계는 폐지를 원료로 하는 주요 제지업체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재활용 쓰레기 수거 시스템에 걸리는 부하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제지업체는 ‘재활용품 배출→고물상 수거→폐지 선별→제지사 납품→원지 생산→재유통’ 등 재활용 쓰레기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재활용 쓰레기 수거업체들이 수익성이 있는 폐지를 수거하면서 플라스틱·캔 등 재활용품도 함께 처리하고 있어서다. 폐지 수거에서 제지사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5일에 불과하다.

 ◇골판지 공급 차질 우려도

이런 흐름이 동시다발적인 제지 공장 가동 중단으로 두 달째 끊기자 쓰레기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 남양주·포천·화성, 인천 서구 등 수도권 각지에 있는 고물상업체들은 폐지 적체로 쓰레기 수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포천의 한 폐지 집하장 관계자는 “제지 공장이 폐지 매입을 중단하면서 고물상의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며 “고물상이 폐지 수거를 하지 않으면 플라스틱과 캔 수거도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지연합회 관계자는 “사태가 확산하기 전에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발생한 주된 요인도 제지 수급 문제 때문이었다. 당시 신풍제지가 고덕신도시 개발 등으로 땅값이 오르자 평택 공장을 폐업한 후 부동산 개발에 나서면서 폐지 수거량이 감소했다. 당시 주요 폐지 수요처인 중국이 재활용품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제지 수급이 더 꼬였다.

제지업계에선 공장 가동 중단 사태가 장기화하면 골판지 공급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거론한다. 골판지 상자는 온라인 쇼핑, 택배, 식품업계 등에서 널리 쓰이는 핵심 포장재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제지업계는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에 폐지수급관리위원회를 열어 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청했다. 기후부와 산업통상부는 전날 수도권 폐지 집하장을 돌며 현장 실태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아세아제지 공장 사고의 책임 소재는 분명히 가려야 한다”면서도 “회사 측 안전 조치가 마련되는 대로 공장을 빨리 가동해야 한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조만간 작업중지해제심의위원회를 열어 공장 재가동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라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철오/곽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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