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지 않는다... 베트남 국회 개원 기자회견 가보니[아세안속으로]

정지용 2026. 4. 1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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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언론정보국이 귀하를 제16대 국회 제1차 회기 의사일정에 관한 기자회견에 초대하고자 합니다."

베트남 정부는 제16대 국회 개원을 사흘 앞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서 논의할 의제를 설명했다.

현장에서 체감한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베트남 사회의 단면인 '통제된 자유'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취재증을 제출하고 가방 검사를 마친 뒤 들어간 국회 지하 1층 기자회견장은 내·외신 취재진 200여 명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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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국회 개원 설명회 참석
내·외신 취재진 200여명 열기
개방과 통제 사이 ‘균형’
3일 베트남 하노이 국회의사당 지하 1층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정지용 특파원

“외교부 언론정보국이 귀하를 제16대 국회 제1차 회기 의사일정에 관한 기자회견에 초대하고자 합니다.”

베트남 외교부가 2일 외신 기자들에게 보낸 초청 메일이다. 베트남 정부는 제16대 국회 개원을 사흘 앞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서 논의할 의제를 설명했다. 현장에서 체감한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베트남 사회의 단면인 '통제된 자유'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베트남 하노이 국회의사당. '국부' 호찌민 묘소 맞은편에 있는 국회의사당은 국부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높이를 39m 아래로 낮게 건설했다. 정지용 특파원

취재는 신청 과정부터 엄격했다. 회견 하루 전인 2일 저녁에야 초청 메일이 발송됐다. 국회 입장에 필요한 취재 허가증은 당일 오전 10시부터 30분 안에 직접 수령해야 했다. 이 ‘타임 리미트’를 놓치면 권력 중심부에 발을 들일 수 없었다.

취재증을 제출하고 가방 검사를 마친 뒤 들어간 국회 지하 1층 기자회견장은 내·외신 취재진 200여 명으로 가득했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국가, 베트남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실감됐다. 해외 대사관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사들도 양복 차림으로 회견장 한편을 채웠다. 국회 측은 외신 기자들에게 동시 통역기를 제공하는 등 배려를 보였다.

기자회견은 오후 2시 30분 시작됐다. 당 관계자들은 회견을 주재하며 “이번 국회에서 민주주의를 더욱 확대해 정책 수립 및 결정 과정에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언론을 향해서는 “혁명적 언론 정신을 발휘해 국회 활동을 충실히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베트남 국회의사당. 하노이=AP 연합뉴스

이어서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정제된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베트남 언론들은 ‘국가 지도부 선출 방안’ ‘의원에게 제공되는 교육·기술 지원’ 등을 물었고, 민감한 현안 질문은 ‘고용·부동산·금 가격 등 유권자들의 관심사를 국회 의제에 반영할 것인지’ 정도에 그쳤다. 당 관계자들은 ‘주요 의제로 다룰 예정’이라고 답했다.

중동 전쟁, 유가·물가 상승 대응 등 민감한 현안이나 회견 주제를 벗어난 돌발 질문은 없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질문 공세를 퍼붓는 한국 취재 문화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외국인 기자들도 손을 들었으나 질문 기회는 내신 언론에 집중됐다.

이는 베트남 정부의 ‘대나무 외교’ 원칙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베트남 정부는 '모두와 잘 지내며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는 이른바 '대나무 외교' 원칙을 고수한다. 이란과 전통적 우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과 경제·국방 협력을 중시하는 만큼, 정부도 언론도 '전략적 모호성'을 흔드는 일을 피한 것으로 해석된다.

베트남 매체들의 보도에서도 이 같은 경향은 뚜렷하다. 미국·이란 전쟁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거나 복잡한 배경을 해설하는 대신, 각국 지도자의 발언과 전황을 사실 위주로 전달하는 ‘선’을 지킨다. 유류 부족·물가 상승 같은 어려움을 부각하기보다, 이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개방과 통제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고 있는 베트남식 민주주의의 현주소다.

하노이= 정지용 특파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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