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개편 방향 “숙련 높이고 이동 제한은 완화”

이수연 기자 2026. 4. 1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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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력 통합지원 2차 토론회 … 김영훈 장관 “사업장 이동은 최소 보호장치”
▲ 이주노조 조합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이주노동정책의 미래, 통합지원방안' 토론회장에서 피케팅을 하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이수연 기자>

현행 고용허가제(E-9)는 이주노동자를 단기 체류·저숙련 인력으로 묶는 구조로, 숙련 축적의 한계와 인권침해 문제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노동자의 권리를 제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수인력 유치에도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평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숙련기능인력으로 전환하는 경로를 확장하고, 사업장 이동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노동부는 9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이주노동정책의 미래, 통합지원방안' 두 번째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정부와 노사·전문가들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 참여한 외국인력 통합지원 TF 논의를 종합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훈련 기반 '숙련' 경로로 정착 지원해야"

E-9 이주노동자를 실제 '숙련된' 숙련기능인력(E-7-4)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현장훈련을 통한 숙련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E-9 이주노동자가 현장훈련을 거치면 E-7-4로 전환하기 전 '준기능공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단계적 전환 경로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설 교수는 "숙련은 사전교육보다 현장에서의 경험과 훈련으로 형성된다"며 "이주노동자를 일시적 노동력이 아닌 성장 가능한 잠재적 기능공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학교육이나 전문직업기관과 연계해 중간관리자나 기능 숙련공을 양성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현행 숙련기능인력 점수제는 국내에서 4년 이상 일한 E-9 등 이주노동자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숙련기능인력(E-7-4) 비자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다.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도 "고용허가제는 단순노무(저숙련) 중심으로 설계돼 숙련 형성을 오히려 가로막고 있다"며 "초기 단계부터 중·고숙련의 잠재력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고, 직업훈련과 동기부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숙련기능 외국인력 확대가 국내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검토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9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이주노동정책의 미래, 통합지원방안'토론회가 열렸다. <이수연 기자>

사업장 이동 제한 완화
"정보 비대칭성 해소해야"

사업장 변경 제도를 현행 '3년간 3회 제한'에서 일정 기간 이후 자유화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5년부터 10년간 사업장 이동을 경험한 이주노동자는 41.6%로, 이동 횟수가 많은 경우는 적다"며 "초기 매칭 과정의 정보 비대칭과 선택권 제약이 이동 문제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해 1~2년 정도는 이동을 제한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권역별 이동 제한이 실효성 있을지는 모르겠다. 특정 지역 쏠림이 발생할 경우 쿼터나 인센티브 등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사는 사업장 이동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김호세아 민주노총 정책차장은 "이주노동자 이동 자유를 제한하는 방식으로는 중소 제조업 분야의 인력난을 해소할 수 없다"며 "플랫폼을 통해 사업장의 법 위반 이력과 노동조건 등의 정보를 공개해 선택권 제약 문제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훈 중소기업중앙회 외국인력지원실장은 "사업장 변경 요구는 잔업 부족이나 일감의 불안정 등으로 원하는 근무를 보장받기 어려운 데서 비롯된다"며 "지방 소도시와 영세기업의 인력난을 고려해 일정 권역 내에서 이동을 제한하고, 숙련 향상을 위해 최소 2년의 근무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시각이 엇갈렸다.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다음 사업장이 어떨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재 사업장을 이탈하는 건 마지막 절규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현행 제도는 이주노동자가 사업주 승인을 받아야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노동부가 알선을 맡는다.

반면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정책연구실장은 "이동 제한 완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직업 선택의 자유로만 접근할 게 아니라 이주노동자 태업 등 현장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지난 TF 논의와 토론회 결과 등을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중 '외국인력 통합지원 로드맵'을 마련하고 입법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이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이주노동자 에어건 폭행 사건을 언급하며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면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비자 종류에 따라 보호 사각지대가 생기는 구조로는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이주노동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위험한 환경에 놓였을 때 사업장 이동은 최소한의 보호장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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