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살목지'는 롤러코스터 같은 영화…대본 다 읽고 악몽 꿨어요"[인터뷰]
"전 연인 役 김혜윤과 빨리 친해져, 신기한 능력 있더라"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배우 이종원이 파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드라마 '밤에 피는 꽃', '금수저', '취하는 로맨스' 등의 작품을 통해 부드럽고 젠틀한 매력과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여 온 이종원이 이번에는 공포 영화 '살목지'로 스크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극 중 수인의 전 남자친구이자 뒤늦게 사건의 소용돌이에 합류하는 PD '기태' 역을 맡은 그는 생애 첫 상업 영화 주연작으로 호러 장르를 선택해 배우로서의 활동 스펙트럼을 한층 확장했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종원은 대본을 읽고 악몽을 꿀 정도로 강렬했던 첫 만남부터 공포를 극대화한 수중 촬영 비하인드까지 작품에 쏟아부은 열정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먼저 이종원은 자신이 느낀 '살목지'의 매력을 역동적인 '롤러코스터'에 비유하며 입을 뗐다. 특히 전면과 양측 벽면을 모두 활용하는 스크린X 포맷이 선사할 압도적인 현장감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살목지'는 롤러코스터 같아요. 강약이 오르락내리락하고 펼쳐지거든요. 가장 재미있는 건 귀신이 등장하거나 놀라는 부분이 나올 때에요. 감독님께서 다른 공포 영화에서 우리가 보지 못했던 비주얼들에 중점을 두고 설계를 하셨고 청각이나 시각으로 사로잡는 부분들이 재밌어요. 스크린X를 활용한 장면에서는 마치 너희가 빠져나갈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죠. 그 장면을 처음 봤을 때는 연출적으로 미장센이 가장 소름 돋고 무서웠어요. 360도 카메라도 새로웠어요. 감독님이 비장의 무기를 심어놓으셨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타 호러물과 다른 신선한 공포가 있어요. 놀래키는 장면도 특이한 구도나 앵글이 있잖아요. 그런 장면들을 비틀어서 예상치 못하는 거죠. 영화를 보고 대본을 봤는데도 속수무책으로 당했어요. 영화를 처음 본 사람들은 제가 본 것보다 놀라겠구나 싶었어요."

이종원이 '살목지'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출연 분량이 아닌 시나리오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매력이었다. 강렬한 이미지에 압도되어 실제 악몽까지 꿨다는 이종원은 그 오싹한 경험을 오히려 작품에 대한 확신으로 바꾸며 주저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중간중간 이 글이 살아 있는 것처럼 머릿속에 그려지는 거예요. 묘사돼 있는 글귀들이 이걸 읽는 순간 머릿속으로 입력이 되는 것 같았어요. 대본을 다 읽고 그날 밤에 악몽을 꿀 정도로 굉장히 대본을 재미있게 봤었어요. 악몽을 꾸고 나서 그다음 날에 확신이 들었어요. 내가 이거 진짜 재미있게 읽었나 보다.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으면 이 영화의 내용이 또 꿈속에서 나와서 날 괴롭힐 정도일까. 이건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영화가 스크린에 걸렸을 때 더 많은 공포로 사람들에게 찾아갈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제가 맡은 역할의 분량은 생각하지도 않고 바로 직진했죠."
극 중 기태는 전 연인인 수인을 지키기 위해 뒤늦게 살목지로 뛰어드는 든든한 조력자다. 두 사람의 과거사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점에 대해 이종원은 극의 몰입도를 위한 감독의 영리한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기태와 수인은 헤어진 연인이기 때문에 대놓고 걱정할 수 없는 그런 관계성이잖아요. 둘의 멜로를 알고 보면 둘 중에 한 명에게 더 몰입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연애사가 밝혀지게 되면 감정이 한쪽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삭제를 하신게 아닐까 싶어요. 과감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감독님도 아마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되게 많았을 것 같아요. 기태는 수인 앞에 등장하면서 든든하고 편안해야 하는 인물이잖아요. 감독님이 은근한 틱틱거림과 대놓고 챙겨주지는 못해도 보호하려는 마음이 표현됐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극에서 중간에 투입되긴 했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로 연기를 하니 수월하게 연기가 되더라고요.

현장에서 직접 마주한 귀신의 실체는 배우들에게도 공포 그 자체였다. 특히 수중 촬영 중 마주한 비주얼은 잊을 수 없는 잔상을 남겼다.
"저희가 '봉분 귀신'이라고 부르는 신이 있어요. 그게 엄청나게 소름돋는 비주얼이거든요. 물속에서 흐린 시야로 보면 얼마나 소름이 끼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미술팀에서 한땀 한땀 공들여 만들었거든요. 수중 촬영을 할 때도 눈앞에 잘 안 보이는데 귀신들의 형태가 소름이 끼쳤죠. 극장에서 스크린으로 보면 정말 무섭겠다 싶었어요. 제한된 상황 속에서의 그 답답함이 공포로 느껴질 때가 되게 많은 것 같거든요. 그런 부분을 수중신에서 제대로 보여줬죠."
극한의 공포를 그리는 현장이었지만,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했다. 특히 상대역인 김혜윤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했다.
"혜윤 배우는 가장 빨리 친해졌는데 원체 낯을 가리지 않고 편하게 해주는 신기한 능력이 있어요. 그런 부분의 김혜윤 배우의 가장 큰 장점이고 그 부분에서 제가 덕을 본 것 같아요. 덕분에 역할에 집중하는 시간이 줄었죠. 실제로 '너의 에너지가 내 에너지까지 크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극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현장은 정말 화기애애했어요. 장다아 배우도 에너지 보조배터리가 있나 싶게 넘쳐요. 항상 환하게 웃고 궂은 표정 안 하고 찍었어요. 모두가 촬영 중 신체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을 거에요. 피 흘리고 수중 촬영도 있고 한데 다들 내색없이 에너지틱하게 찍었어요. 팀 내 분위기가 좋았어요. 영화는 무섭지만 현장 분위기도 좋았고요. 그 분위기가 지금까지 오고 있는데 반갑고 잊을 수 없는 관계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첫 스크린 주연작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낯선 장르로 정면 돌파한 이종원은 이번 도전을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깨부수는 소중한 성취를 맛봤다. 호러라는 미지의 영역을 거치며 연기자로서 한 단계 더 성장했음을 시사한 그는 배우로서의 지향점과 차기작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사실 공포가 선호하는 장르는 아니라 많이 보지는 않았는데 이제는 좀 바뀐 것 같아요. 그만의 매력이 생각보다 크고 스트레스 해소도 많이 되는 것 같거든요.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도파민이나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게 무엇보다 재미있더라고요. 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살목지'에서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을 하고 나니 어떤 장르든 너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본을 읽었을 때 흡입력이 좋아 기다렸다는 듯이 뛰쳐나가 참여를 하게 됐는데 이런 즐거움과 확실함이 있는 대본이 주어진다면 어떤 장르든 바로 돌진할 것 같아요."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eyoree@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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