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산업현장 누비는 해결사로…휴머노이드 시대 더 '성큼'

도다솔 2026. 4. 10.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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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AX인사이트 3.0]
가격 파괴 타고 상용화 가속…2030년 패권 경쟁
삼성·LG 등 기술 내재화로 로봇 생태계 선점
노동력 공백 메우고 안전 리스크 동시 해결 기대
그래픽=비즈워치

화면에 갇혀 있던 인공지능(AI)이 실체 있는 몸을 입기 시작했다.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AI에 물리적 노동력을 결합한 '피지컬 AI'를 핵심 생존 전략으로 낙점하면서 전방위적인 기술 선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인력난과 고령화라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생산성을 유지하려는 기업들에 피지컬 AI는 AX(인공지능 전환)의 핵심 승부처로 여겨진다. 챗GPT로 대표되는 언어 지능 단계를 지나 가사나 현장의 용접 같은 실무를 직접 수행하는 지능형 실체를 확보하는 것이 미래 패권을 가를 핵심 지표가 됐다는 분석이다.

입 뗀 AI, 이젠 근육 키운다

피지컬 AI의 실질적인 상용화 시점은 예상보다 빠르게 앞당겨질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2025년 8000대 수준이던 글로벌 휴머노이드 판매량이 2030년 13만6000대를 거쳐 2035년 210만대까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가파른 성장세를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은 가격이다. 대량 생산 체계 구축과 설계 최적화가 가속화되면서 현재 대당 3만5000달러(한화 약 5200만원) 수준인 제조원가는 5년 내 1만3000~1만7000달러(약 1900만~2600만원)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봤다. 이는 웬만한 중고차 한 대 가격과 맞먹는 수준이다. 

실제로 중국 유니트리는 이미 5900달러(약 900만원)짜리 모델을 선보이며 가격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누적 생산량이 두 배가 될 때마다 비용이 20% 가까이 하락한다는 라이트의 법칙(Wright's Law)이 로봇 산업에도 본격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피지컬 AI가 산업 현장의 실질적 노동력으로 자리 잡을 준비를 마쳤다는 평가다.

/그래픽=비즈워치

삼성전자는 로봇 사업의 무게중심을 연구에서 본격적인 비즈니스로 전환하며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 동력은 로봇 원천 기술의 완전한 내재화다. 삼성전자는 2024년 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을 35%로 늘리며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의 이족 보행 로봇인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2011년 설립한 로봇 전문기업이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창업자인 오준호 교수를 미래로봇추진단의 수장으로 영입하며 로봇 사업 전반을 맡겼다. 최근에는 조직 산하에 '핸드 랩(Hand Lab)'을 신설하고 인간의 손 구조를 모방한 '힘줄 방식(Tendon-driven)' 메커니즘 개발에 착수했다. 이는 모터를 손가락 마디마디에 직접 장착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팔뚝 부위에서 와이어(줄)를 당겨 손가락을 움직이게 하는 구조다.

이 기술을 통해 손끝의 무게를 최소화해 민첩성을 높이는 동시에 미세한 압력과 질감을 감지하는 촉각 센싱 기술을 결합할 계획이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등 글로벌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강자들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나아가 2030년까지 국내외 생산 공장을 AI 자율 공장으로 전면 전환한다는 로드맵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설비를 관리하는 '오퍼레이팅봇', 자재를 나르는 '물류봇'과 '조립봇' 등 휴머노이드형 제조 로봇을 단계적으로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험 시설에는 디지털 트윈과 연계한 '환경안전봇'을 배치해 사고 가능성을 줄이고 현장의 잠재적 리스크를 실시간으로 관리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올해 1월 열린 CES 2026에서 "로봇과 AI를 가정보다 공장 등 작업 현장에 먼저 투입하겠다"며 "고난도 작업 수행을 통해 피지컬 AI 데이터를 축적하고 기술 완성도를 확보한 뒤 가정에 투입해야 고객들이 더 큰 혁신을 체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현지시각 지난 4월2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피지컬AI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아비나브 굽타 스킬드AI 공동 창업자와 휴머노이드 시연을 살펴보고 있다./사진=LG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이 최근 직접 실리콘밸리를 찾아 피지컬 AI와 기업 AX의 핵심 고리를 점검하며 사업 가속화의 고삐를 쥐었다. 구 회장은 최근 미국 현지에서 AI 소프트웨어 선도 기업 팔란티어와 로봇 지능 개발사인 스킬드 AI(Skild AI) 경영진을 잇달아 만나 그룹의 AI 사업화 방향을 명확히 했다.

특히 피지컬 AI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들이 창업한 스킬드 AI는 로봇의 두뇌인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영역에서 글로벌 톱티어 역량을 보유한 곳이다. 특정 작업만 수행하던 기존 로봇과 달리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자율적으로 탐색하고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근본적인 지능을 다룬다. 엔비디아와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거물들이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을 만큼 피지컬 AI 생태계의 핵심으로 꼽힌다.

지난 1월 CES2026에 소개된 LG전자 홈로봇 '클로이드'./사진=이경남 기자

이러한 지능형 로봇의 실체는 올해 초 열린 CES 2026에서 가사 노동의 패러다임을 바꿀 홈 로봇 '클로이드(CLOiD)' 통해 먼저 공개됐다. 기존 브랜드인 클로이(CLOi)에 역동성을 더한 클로이드는 다섯 손가락을 활용해 세탁물을 넣거나 물을 건네는 등 실제 물리적 행동을 수행하는 행동하는 AI의 모습을 제시했다. LG전자는 클로이드를 통해 집안일 부담을 완전히 덜어내는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가사 해방)'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전략이다.

그룹의 투자 허브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주요 계열사 7곳이 출자한 1조3400억원 규모의 펀드를 통해 피지컬 AI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을 강조한 구 회장의 AX 속도론이 이러한 물적 토대 위에서 그룹 전반의 실무 현장으로 전이되는 모습이다.

실제 그룹 계열사들은 피지컬 AI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 CNS는 지난해 스킬드 AI와 국내 최초로 전략적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지능 모델에 산업 현장 데이터를 결합한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솔루션 개발에 착수했다. LG이노텍 역시 로봇 구동에 필요한 핵심 부품 공급 협업을 모색하며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꾀하고 있다.

용접부터 생산까지…위험 현장 대신하는 '손발'

중후장대 산업 현장에서 피지컬 AI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숙련공 부족과 고령화로 인한 인력난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데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 경영'이 기업 생존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고열, 소음, 분진 등 가혹한 환경이 수반되는 고위험·고부하 공정에 인간 대신 AI 로봇을 투입함으로써 인적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고 생산성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CES 2026에서 소개된 현대차의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영상=도다솔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은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를 통해 제조 현장의 혁신을 꾀하고 있다. 최근 CES2026에서 공개된 이 로봇은 인간과 유사한 관절 구조를 갖춰 좁은 공간에서도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 

이를 자동차 생산 라인에 투입할 경우 인간 작업자가 수행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고중량 부품 조립 등을 대신 수행해 생산성을 높이고 안전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이를 2028년 완공되는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 우선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곳에서 부품 분류 작업 등에 먼저 투입한 뒤 2030년부터는 조립과 다른 제조 작업까지 활용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포스코그룹 역시 제철소 현장의 지능화에 주력하고 있다. 핵심은 설비가 스스로 판단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피지컬 AI 기술의 현장 이식이다. 거대한 항만 하역 설비를 무인으로 운전하거나 수 톤에 달하는 철강 제품 코일을 내리는 작업을 로봇이 전담하는 자동화 시스템이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IT계열사 포스코DX는 지난해 말 미국 휴머노이드 스타트업 '페르소나AI'에 약 2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며 로봇 하드웨어 역량 확보에도 나섰다. 제철과 이차전지 소재 공정에서 축적한 방대한 현장 데이터를 로봇 지능에 이식해 검사, 이송, 물류 등 반복도가 높은 고부하 업무를 완전 무인화하겠다는 포석이다.

HD현대삼호는 2025년 7월 독일 뮌헨에서 HD현대로보틱스, 노이라 로보틱스와 함께 '조선산업 인숍(In-shop) 4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실증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사진=HD현대

HD현대는 조선업 인력난과 고위험 공정 문제를 해결하고자 피지컬 AI 로봇 실증을 다각화하고 있다. 지난 독일 노이라 로보틱스와 작업장(In-shop) 내 용접 자동화를 위한 4족 보행 로봇 공동 개발에 착수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미국 페르소나 AI와 2족 보행 로봇의 현장 상용화 단계로 보폭을 넓혔다. 작업 공간의 특성에 맞춰 로봇 형태를 최적화해 현장 도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김희태 한국기계연구원 기계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은 "단순한 기술 과시용 데모의 시대는 끝났고 이제는 실제로 현장에서 얼마나 빨리 이윤을 창출하느냐가 관건"이라며 "2030년까지가 기술과 시장의 패권이 결정되는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인프라를 지렛대 삼아 핵심 부품의 국산화와 AI 기술 흡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를 로봇 경제로 극복하는 전략적 대응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도다솔 (did0903@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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