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2주치 남았다"…식품업계, 사상 초유의 '포장재 대란' [이슈+]
식품산업협회 "일부 품목 재고는 2주치 뿐"
나프타 수급난에 5월이면 포장재 위기 관측

이대로 가다가는 포장재가 없어서 식품을 시중에 못 내놓는 사태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번지고 있다. 라면과 과자, 음료, 냉동식품, 레토르트 식품 등 상당수 가공식품은 비닐·필름·페트(PET) 용기 같은 포장재 없이는 출하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식품산업협회 등 13개 관련 단체는 지난 9일 공동 건의서를 내고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이들은 "비닐·필름·페트 용기 등 주요 포장재 원료 수급이 한계에 이르렀고 일부 품목 재고는 약 2주 수준에 불과하다"며 △식품 포장재 원료 우선 공급 △원가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 지원 △관련 규제의 탄력적 운영 △행정·통관 절차 신속화 등을 요구했다.
박진선 한국식품산업협회장은 "현재 상황은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식품 공급망 전반의 불안정성이 확대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식품 산업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인 만큼 정부의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품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단순한 원가 부담 수준이 아니다. 포장재가 없으면 제품을 만들어도 시장에 공급할 수가 없다. 식품 포장재에 쓰이는 비닐과 페트 등은 원유에서 추출하는 나프타를 PP(폴리프로필렌), PE(폴리에틸렌) 등으로 가공해 만든다. 하지만 중동발 전쟁 충격이 장기화하면서 포장재 원료 수급 불안이 심화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도착한 마지막 중동산 원유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직전 해협을 빠져나와 지난달 20일 충남 서산 대산항에 입항한 유조선 '이글 벨로어'호 물량이다. 이후 중동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유조선은 사실상 끊긴 상태다. 이에 따라 나프타는 물론이고 나프타를 활용한 PP, PE 등도 기존 재고분으로 버티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가격 상승과 재고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서울 중구 방산시장 '비니루 골목' 한 상인은 "올해 초 1m에 300원대이던 비닐 가격이 현재는 500원대로 약 40% 뛰었다"며 "그나마도 주문은 밀려 있는데 물건이 제때 안 들어와 재고가 빠르게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 안팎에서는 개별 기업들이 보유한 포장재 재고가 통상 1~3개월 수준에 그치고 일부 품목은 더 빠듯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은 기존 계약 물량으로 버티고 있지만, 사태가 길어지면 5월이 1차 고비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자재 수급이 막힌 상태이기에 개별 식품회사가 조달처를 바꾸거나 대체 물량을 확보하는 식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탓이다.
특히 비닐과 필름 포장 비중이 높은 라면·과자·빙과·냉동식품 등이 직접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크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포장지 재고가 한 달 가량은 남아 있지만 수급이 막혀 어려운 처지"라며 "지금 상황이 이어진다면 비주력 제품부터 생산 조정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은 포장재를 주력 제품에 몰아주는 '비상 대응'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플라스틱 배달 용기 사용이 많은 외식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 떡볶이 프랜차이즈 점주는 "플라스틱 통 가격이 30% 넘게 올랐다"면서도 "나중에는 더 비싼 가격에도 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 점주들마다 재고를 더 쌓아두려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포장재 부족 사태가 식품 제조업부터 배달·외식 업계까지 한꺼번에 흔들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물가 관리 기조 속에 기업들이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원부자재 가격은 전년 대비 10∼50% 상승했지만 이를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했다"며 "추가적인 원가 상승을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포장재 공급난 해소를 위해 정부는 최근 식품·위생용품 포장재 표시 규제를 한시 완화하고, 대체 포장재 사용 시 스티커 표시를 허용하는 등의 조치에 나섰다. 다만 업계는 규제 완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원료 물량 확보와 비용 지원 등 직접적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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