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목적·사법불복 수단 악용… 수사·재판 위축 우려 현실로 [심층기획-재판소원·법왜곡죄 시행 한 달]
시행 한 달 새 사건 접수 40건 넘어
사법부 수장·중앙지검장 등 줄고발
대다수 수사·재판 결과 불만 표출
68.1%가 정치인·정당 관련 내용
소급 적용·수사 주체 불분명 논란
경찰 “법 집행 절제해야 하나” 우려
검찰 “사건 적체 더 심해질 수 있다”
기관들 법률지원 등 대책 마련 분주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12일로 시행 한 달을 맞는 법왜곡죄(형법 제123조의2)를 두고 이같이 일갈했다. 수사와 공소 제기, 재판으로 이어지는 형사사법 전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법을 왜곡해 적용한 판검사와 수사관(경찰 등)을 처벌한다며 도입한 이 제도가 정치적 목적이나 ‘사법불복’용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평가다.
특히 법 시행 이전의 수사나 재판을 문제 삼아 법왜곡죄로 고소·고발하는 행태가 이어져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르도록 한 형법 1조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왜곡죄 사건의 수사 주체 등을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70%는 ‘정치적’… ‘의견문’ 더 많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를 통해 ‘법왜곡죄 고소·고발’이 기사 제목과 본문에 언급된 기사 204건을 살펴본 결과 68.1%(139건)에 정치인이나 정당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 기사 중 5.9%(12건)에는 정치적 불복 목적을 엿볼 수 있는 ‘반발’, ‘규탄’, ‘편향’, ‘불복’, ‘정치판사’ 같은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 대법원장 고발 건의 경우 법왜곡죄 시행 첫날인 지난달 12일 접수된 ‘1호 사건’이라는 점 외에 소급 적용 논란도 주목을 받았다.
고발인인 이병철 변호사는 조 대법원장과 박영재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지난해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을 처리(파기환송)하면서 형사소송법상 서면주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소급효 관련 지적에 이 대통령 사건이 현재 서울고법에 계류 중(파기환송심)인 만큼, 조 대법원장 등의 행위가 ‘계속범’에 해당해 처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 부장판사 건도 비슷한 경우다.
법왜곡죄 관련 수사 주체가 불분명해 기관 간 갈등이나 ‘사건 핑퐁’ 현상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서울 일선 경찰서 한 수사관은 “(법왜곡죄 시행에 대해) 법 집행을 ‘절제’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판사가 1심 판결을 했고 2심에 넘어갔는데 어디까지 법왜곡죄로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건지 애매하다”며 “경찰도 법 해석을 하지만, 법제처나 대법원처럼 합의체로 운영하는 게 아니라 조심스럽다”고 털어놨다.
특검 파견 등으로 인력난에 허덕이는 검찰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차장검사는 “(법왜곡죄) 그 자체로 말이 안 되는 법”이라며 “수사·재판이 마음에 안 든다고 마구잡이로 고소·고발을 하면 사건 적체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각 기관은 대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경찰청은 지난달 전국 시도경찰청 수사심의계에 법왜곡죄 관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참고자료를 공유했다. 해당 자료에는 수사 시 법리검토에 대한 수사보고서를 별도로 작성하도록 하고, 증거 위·변조가 의심될 경우에는 전문기관에 감정을 의뢰하고 입수 경위와 특이사항을 기재하는 등 검증을 강화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대검찰청은 검사가 수사와 직무 관련된 형사사건에 연루될 시 소송비용 지원을 확대하거나 법률지원단 등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법관들이 법왜곡죄 피소·피고발 등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돕고자 ‘형사재판 보호 및 지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
김주영·윤준호·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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