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인 돈만 3조"…'내 돈 어쩌나' 200여곳 증시 퇴출 위기
200여곳 '증시 퇴출' 사정권…투자자 울상
작년 54개社가 '감사의견 미달'
올해 들어 상폐된 종목만 37개
벌써 작년 1년치의 절반 육박
부실기업 퇴출 속도 높이는 정부
상폐후보군에 묶인 돈 3조 달해

3조1304억원.
작년 12월 결산법인 중 ‘감사의견 미달’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사 54곳의 시가총액 합산액이다. 3조원 넘는 투자자의 돈이 거래가 정지된 채 묶였다. 이 중 이미 상장폐지가 결정됐거나 2년 이상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를 눈앞에 둔 기업 27곳의 시총은 1조7000억원이 넘는다.
업계에서는 올해 7월부터 상장 유지를 위한 시가총액 요건이 ‘150억원 이상’에서 ‘200억원 이상’으로 강화되고, 1000원 미만 동전주 상장폐지 등이 시행되면 투자자의 돈이 묶이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개사, 2년째 감사의견 미달

한국거래소가 9일 발표한 ‘2025사업연도 12월 결산법인 관련 시장조치’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2개사, 코스닥시장 42개사 등 총 54개사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미달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이 중 올리패스, 디에이테크놀로지 등 17곳은 실질심사를 통해 상장폐지가 의결됐다. 별도 절차 없이 퇴출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나머지 37곳 중 올해 최초로 상장폐지 요건이 발생한 기업은 이스타코, 다이나믹디자인, 다원시스 등 27곳이다. 지난해 8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아이티켐은 상장한 지 1년도 채 안 돼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이들 법인은 정해진 기간 내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이후 개선 기간 부여 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이 기간 주식 거래는 정지된다.
금양, 삼부토건 등 2년 이상 연속 감사의견 미달을 받은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사도 10곳에 달했다. 이들 기업은 상장공시위원회(유가증권시장)와 기업심사위원회(코스닥시장)의 심사를 거쳐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업계는 이들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애초부터 2년 이상 감사의견 미달을 받고도 상장폐지가 유예된 사례가 극히 드물 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일환으로 상장 적격성 심사를 강화해 과정이 더욱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상장폐지 종목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최종 상장폐지된 종목은 37개(스팩 포함)다. 구체적으로 유가증권시장 8개, 코스닥시장 10개, 코넥스시장 6개, 스팩 13개다. 1분기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지난해 전체 상장폐지 건수(83개)의 절반에 육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일반 주주의 반발 등을 감안해 수명을 연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당국의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동전주 200여 곳도 ‘퇴출 위기’
업계에선 올해 하반기부터 상장폐지 후보 리스트가 대폭 늘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시장 건전성 제고 차원에서 부실기업 퇴출 속도를 높이겠다는 기조를 굳건히 해서다. 그 일환으로 올해 7월부터 시총 200억원 미만,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 최근 1년간 공시벌점 누적 10점(중대하고 고의적인 위반 시 즉시) 등 4대 요건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즉시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지난 8일 기준 종가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 종목은 200여 개다. 이대로라면 이들 모두 7월 증시 퇴출 대상이 된다.
당국은 상장폐지 신속 처리를 위해 코스닥시장 기업 개선 기간을 1년 반에서 1년으로 축소하고 법원과 협의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올해 상장폐지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역대 상장폐지 건수가 가장 많은 때는 2000년 닷컴버블로, 한 해에만 127개 종목이 퇴출됐다.
상장폐지 기업이 늘어날수록 투자자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증권가에선 ‘좀비기업’(한계기업)을 솎아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증시가 부실기업을 자체적으로 걸러낼 자정작용을 갖추면 외국인 투자자 유입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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