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윤석열·이재명 정부 모두 ‘사교육 대책’ 삼은 EBS자기주도학습센터 가보니···사교육 보완재 될까?

김송이 기자 2026. 4. 10. 06: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기 포천에 개소한 EBS자기주도학습센터에서 지난 6일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김송이 기자

하늘색 학교 체육복을 입은 중학교 2학년 유사량양(14)이 지난 6일 오후 6시30분쯤 포천EBS 자기주도학습센터(이하 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익숙한 듯 문 앞 책상 위에 휴대폰을 맡기는 유양 뒤로 조용히 자습하는 학생 10여명이 보였다. 유양은 이날 학교를 마친 뒤 학원을 갔다가 센터에 왔다. 유양은 “학원만 다녀도 되긴 하는데 아무래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센터도 오기로 했다”며 “자습하면서 뿌듯함도 느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포천 소흘읍에 문을 연 센터는 공공도서관 열람실과 사설 스터디카페의 중간쯤 형태로 보였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학년이 뒤섞인 학생들이 각자 책상에 앉아 태블릿이나 문제집을 보고 있었다. 학습코디네이터라고 불리는 선생님 두 명이 학생들 정중앙에서 질문을 받거나 관리감독을 했다.

EBS 자기주도학습센터는 지난 정부에서 시작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다. 당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책임을 통감한다”며 센터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이재명 정부도 국정과제로 사교육비 부담 완화를 제시한 이후 센터 공모를 확대하는 중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전국에 센터 48곳을 공모했고, 올해 추가로 52곳을 선정할 계획이다. 센터마다 정원에 맞춰 학생을 선발하고, 선발된 학생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경기 포천에 개소한 EBS자기주도학습센터에서 지난 6일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김송이 기자

센터는 사교육을 일부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순기능을 보인다. 학생들은 유양처럼 학원이나 과외를 일부 받고, 다른 요일에 센터에서 자습을 한다고 했다. 고등학교 1학년 A군은 센터를 다니면서 국어·수학 학원은 그만뒀지만 영어 과외는 아직 받고 있다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어머니 B씨는 자녀가 평일에는 학교에서 밤까지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주말 위주로 센터에 온다고 했다. 영어와 수학은 아직 과외를 받고 있다고 했다.

특히 비수도권에서 운영 중인 센터들은 사교육 인프라를 공교육에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교육을 이용하지 못 하는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학습관리라도 하겠다는 취지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센터가 비용 걱정 없이 자습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했다. 관리형 스터디카페는 가격이 비싸고, 도서관이나 무인 스터디카페는 관리가 어렵다면 자기주도학습센터는 공공에서 운영해서 “신뢰가 간다”고 했다. A군의 어머니 C씨는 “아이가 학원을 가도 본인 의지대로 공부하는 게 아니라 학원 숙제만 하고 말았다”며 “처음엔 센터에 와서 4시간 내리 공부하는 걸 힘들어하더니 이제는 공부 습관이 잡혀서 안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경기 포천의 EBS자기주도학습센터에서는 학생들이 입실하며 핸드폰을 맡겨 둬야 한다. 김송이 기자

지역마다 시설 운영을 민간에 위탁하기 때문에 개소 시기나 운영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전북 김제의 센터는 월요일만 휴관하지만 충남 논산의 센터는 일요일에 문을 열지 않는다. 지역에서는 교통편이 열악한 탓에 학생들이 학교와 집, 센터를 오가기 힘들어 하는 문제도 있다. A군도 센터를 오가는 데 왕복 1시간30분이 걸린다고 했다.

김제 센터는 센터 관계자 개인 차량으로 통학시켜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전북김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사교육 혜택을 못 보는 아이들에게 학습관리를 해주고 싶어 시작한 사업이니 외곽에 있는 아이들도 충분히 지원할 수 있도록 지자체랑 협의를 많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3개월 간 교습소 1만5925곳을 점검한 결과 교습비를 초과징수 한 불법사교육 2394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들 중 58건에 대해 고발 및 수사의뢰를 진행했다. 교육 당국은 향후 무등록 교습 행위에 대한 신고포상금을 20만원에서 200만원 이내로 올리는 등 불법 사교육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