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는 전 세계에 파는데… 미국 비중 30%나 되는 현대차, 다변화 통할까
BYD는 최대 시장 멕시코 비중 12%대
美 덕에 글로벌 기업 올라선 현대차그룹
관세 등 정치적 리스크 노출 부작용도
中·印 다변화 목표, 실현 가능성은 ‘글쎄’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미국 의존도가 30%에 달한 가운데, 중국 대표 자동차 기업인 BYD는 최대 시장인 멕시코 비중이 단 12%에 그치는 등 전 세계에 전방위적으로 진출하는 상반된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과거 미국 시장에 기대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 현대차그룹이지만, 이제는 미국 쏠림 탓에 오히려 각종 지정학적·정치적 리스크에 노출되는 등 발목을 잡히는 모양새다. BYD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신흥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와중에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기회의 땅’을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BYD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BYD의 최대 시장은 13만500대를 판매한 멕시코였다. 2023년 말 멕시코 진출 이후 2024년 약 4만대를 판매했는데, 지난해 판매량은 이보다 3배 넘게로 늘었다. 그러면서도 멕시코에 대한 의존도는 전체 해외 판매량 104만9600대 중 12.4% 수준에 불과했다. 2위 시장인 브라질 역시 11만2900대로, 비중이 10.8%에 불과하다.

BYD는 해외 판매량을 늘리면서 진출 국가를 다변화해 특정 지역 쏠림 현상을 방지하고 있다. 지난해 BYD의 해외 판매량 성장률은 전년 대비 145%에 달했다. 올해 수출 목표는 43% 늘린 150만대로 잡았다. BYD 관계자는 “현재 BYD가 신에너지차(전기·하이브리드차)를 판매하고 있는 국가 및 지역은 119곳”이라며 “판매량 기준 3위부터는 해당하는 국가가 너무 많아 집계가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BYD와 달리, 현대차그룹은 해외 판매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고 있다. 현대차의 최대 시장은 단연 미국으로, 지난해 100만7000대 판매했다. 한국을 제외한 판매량(342만5000대) 중 29.4% 수준이다. 기아의 미국 의존도는 36.8%에 달한다. 지난해 한국 외 다른 곳에서 총 237만7000대를 판매했는데, 이 중 87만4000대가 미국에서 팔렸다. 진출 국가도 현대차와 기아 각각 27개국, 23개국으로 BYD의 4분의 1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집중은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분기 미국 시장에서 나란히 역대 1분기 중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은 시장인 북미에서 공격적인 성장을 추진하겠다”며 “2030년까지 북미 시장에 36종의 신차를 순차적으로 출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 위주 전략 덕에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1986년 ‘가장 저렴한 차’라는 점을 앞세운 ‘엑셀’로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첫 해에만 16만8000대를 판매하며 현지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품질과 서비스가 판매 확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한동안 고전하다 1999년 당시 완성차 업계에선 파격적이었던 ‘10년 10만마일 보증’을 앞세워 이미지 쇄신에 나섰고, 지금은 합리적 가격에 품질까지 갖춘 차로 평가받고 있다. 2017년 사드 사태로 중국 판매량이 연 100만대 수준에서 15만대 안팎으로 떨어졌을 때도 미국 시장 덕에 버틸 수 있었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기아의 미국 합산 점유율은 11.3%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특정 국가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지정학적·정치적 리스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는 지난해부터 본격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집권 직후 수입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이로 인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에만 7조2000억원의 재무적 타격을 입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1분기 현대차의) 미국 관세 영향은 1조1000억원으로 추정한다”며 “전기차 둔화, 인센티브 증가 등에 따라 (1분기) 영업이익이 매출액 증가를 못 따라 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집중하는 동안 중국에 신흥 시장을 대거 빼앗겼다는 점도 뼈아픈 부분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에 들어섰지만, 중국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자동차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BYD가 지난해 총 460만2436대를 판매해 현대차(413만8000대)를 제친 것도 이러한 전략 차이에서 나왔다.
현대차그룹도 시장 다변화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무뇨스 사장은 최근 CEO 주주서한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는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 세계로’ 전략에 따라 향후 5년간 20종의 신차를 출시하고, 인도 시장에서는 2030년까지 5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바탕으로 26종의 신차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가 지난 5년간 두 시장에서 출시한 신차(중국 12종·인도 6종)의 3배에 달하는 목표치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인도(83만2500대)와 중국(44만4000대) 시장의 판매량을 127만6500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목표 달성 여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대차 중국 법인의 올해 1분기 판매량은 5만378대에 그쳤다.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L’이 전년 동기 대비 619.6% 늘어난 4883대 판매되긴 했지만, 전체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1%대에 불과하다. 인도 역시 지난해 판매량(57만2000대)이 전년 대비 5.5% 감소하며 시장 점유율이 2위에서 4위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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