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필즈상 후보] ①'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연구서 싹튼 이론으로 현대 수학 이정표 쓴 잭 쏜

[편집자주] 2026년 7월 23~30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세계수학자대회(ICM)가 열린다. 개막식에서는 만 40세 미만 젊은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최고 영예 '필즈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2022년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한국계 첫 필즈상을 수상하며 전국민의 관심을 받았다. 동아사이언스는 허준이 교수의 수상 이후 4년만에 열리는 ICM에서 올해 수상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수학자들을 소개한다.
수학자 커뮤니티에서 2026 필즈상 후보로 빠짐없이 언급되는 수학자가 있다. 현대 수학의 장기 프로젝트로 꼽히는 '랭글랜즈 프로그램'의 핵심 난제들에서 실질적인 돌파구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 잭 쏜(만38세)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다.
쏜 교수의 연구는 350년 넘게 수학자들의 골머리를 앓게 한 난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서 출발한다. 1993년 앤드루 와일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의 증명을 발표했지만 곧 오류가 발견됐다.
와일스 교수는 제자 리처드 테일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함께 오류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테일러-와일즈 패칭(Taylor-Wiles patching)'을 개발했고 1995년 마침내 증명을 완성했다. 쏜 교수는 테일러 교수의 제자로 박사 학위 논문에서 테일러-와일즈 패칭을 집중 연구했다.
김완수 KAIST 수리과학과 교수는 "쏜 교수가 테일러-와일즈 패칭 이론을 더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동시에 더 강력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만 적용할 수 있었던 도구를 더 적은 가정으로도 더 많은 것을 증명할 수 있도록 한층 발전시킨 것이다. 훨씬 많은 수학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이해하면 된다.
쏜 교수는 박사 학위 논문 연구를 발전시켜 2021년 랭글랜즈 프로그램의 이정표가 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제임스 뉴턴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와 공동으로 연구한 '대칭거듭제곱 함자성(symmetric power functoriality)'이다.
랭글랜즈 프로그램은 정수론, 대수기하, 해석학 등 수학의 주요 분야를 하나의 이론으로 통합하려는 현대 수학의 거대한 프로젝트다. 크게 보면 '상호성(reciprocity)'과 '함자성(functoriality)'이라는 두 가지 핵심 과제를 해결하면 랭글랜즈 프로그램이 완성된다.
함자성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쏜 교수가 증명한 대칭거듭제곱 함자성은 그중 가장 단순한 예시에 속하지만 난도는 매우 높다.
쏜 교수와 지도 교수가 같은 신석우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수학에는 어떤 문제를 풀 경우 '우리가 이만큼 왔구나'를 가늠할 수 있는 이정표 같은 문제가 있다"며 "대칭거듭제곱 함자성이 랭글랜즈 프로그램에서 바로 그런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대칭거듭제곱 함자성은 2차원에서 n차원으로 이동하는 종류의 명제다. n이 3, 4, 5처럼 특정 차원에 대해서는 이미 선행 연구가 있었지만 쏜 교수와 뉴턴 교수는 모든 n에 대해 증명했다. 2차원을 시작점으로 삼아 3차원, 4차원, 5차원 등 모든 차원으로 확장할 수 있음을 처음 증명한 것이다.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정수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L함수'와의 연결 때문이다. L함수는 무한히 이어지는 함수로 놀라운 성질을 갖고 있다. 대칭거듭제곱 함자성은 2차원 L함수에서 n차원 L함수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그 함수의 중요한 성질들을 밝혀주는 역할을 한다. 이 성질들을 알게 됨으로써 수학자들은 정수론의 더 깊은 문제들에 접근할 수 있다.
연구 성과뿐 아니라 쏜 교수의 연구 방식도 동료 수학자들의 주목을 받는다. 신 교수는 "공동 연구를 함께 한 건 아니라 주로 강연과 결과물을 통해 접하는 입장이지만 굉장히 예리하고 여러 면에서 다 갖추고 있는 수학자"라며 "통찰력, 기술적 완성도, 연구 내용을 남들에게 설명하는 능력까지 전반적으로 모두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이희종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 허준이펠로우는 쏜 교수 논문의 완성도를 특히 높이 평가했다. "쏜 교수 논문을 보면 '이 부분을 좀 더 발전시켜볼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더 일반화해서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며 "아이디어를 이미 최대한으로 활용해버렸다는 느낌, 이미 완성된 수학이라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케임브리지에서 쏜 교수와 함께 시간을 보낸 김완수 교수는 "성격이 온화하고 공부벌레 같은 인상"이라고 전했다.
수상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눈에 띈다. 많은 유럽 출신 필즈상 수상자들이 수상 전에 공통적으로 두 가지 조건을 충족했다. 세계수학자대회 초청 강연자로 선정되는 것과 '유럽 필즈상'이라 불리는 유럽수학상을 받는 것이다. 쏜 교수는 두 조건을 모두 충족했고 젊은 수학자가 받을 수 있는 주요 상을 대부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다만 필즈상 수상에는 걸림돌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와일스 교수와 테일러 교수가 만들어 놓은 방법론을 계속 확장하는 방향으로 연구해왔기 때문에 수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를 풀고 있는 건 맞지만 독자적인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이다.
와일스 교수에서 테일러 교수로 테일러 교수에서 쏜 교수로 이어지는 수학의 계보가 필즈상이라는 최고의 무대에서 완성될지 주목된다.
<잭 쏜(Jack Thorne) 프로필>
국적 영국
생년 1987년(만 38세)
연구 분야 정수론
학위 케임브리지대 학사, 하버드대 박사
수상 화이트헤드상(2017), SASTRA 라마누잔상(2018), 유럽수학상(2020), 아담스상(2022), 브레이크스루 뉴호라이즌상(2022), 콜상(2023), 클레이 연구상(2024)
강연 세계수학자대회 초청강연(2018)
[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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