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간 제주 여고생은 왜 ‘빨갱이’ 소리를 들어야했나?

고기욱 2026. 4.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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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일 하루 전날, 서울로 수학여행을 간 제주 학생들을 향해 '빨갱이'라는 말이 쏟아졌습니다.

상대가 제주 지역 학생임을 인지한 뒤에는 "4.3인가? 그거 빨갱이 아냐?" "교과서에도 빨갱이 비슷하게 써 있었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4·3희생자와 유족들을 추모하고 위로해야 하는, 제주 도민들에게는 한 해 중 어느때보다 의미가 있는 날, 철없는 또래 학생들로부터 제주 여고생들이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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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일 하루 전날, 서울로 수학여행을 간 제주 학생들을 향해 '빨갱이'라는 말이 쏟아졌습니다. 즐거운 수학여행길에 나선 제주 지역 고등학생들은 왜 갑자기 면전에서 '빨갱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을까요? 그 날 현장에서는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요?

■ 제78주년 제주4·3추념일 전날…타 지역 여고생의 '빨갱이' 발언에 충격

지난 2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수학여행 중이던 타 지역 고등학생 일부가 제주 A여고 학생들을 향해 '빨갱이'라고 외쳤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 제주지부에 따르면, 이 학생들은 특정 색상의 옷을 입은 학생을 지목해 조롱하기 시작했습니다.

상대가 제주 지역 학생임을 인지한 뒤에는 "4.3인가? 그거 빨갱이 아냐?" "교과서에도 빨갱이 비슷하게 써 있었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건이 벌어진 날은 4월 2일, 제주4·3희생자 추념일 바로 전날이었습니다. 4·3희생자와 유족들을 추모하고 위로해야 하는, 제주 도민들에게는 한 해 중 어느때보다 의미가 있는 날, 철없는 또래 학생들로부터 제주 여고생들이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피해를 당한 제주 학생들은 공식 사과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우리 교과서는 4·3을 제대로 기록하고 있나?… 이념적 대립 강조하며 ‘4·3특별법’ 외면


이번 발언이 단순한 또래 간 갈등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4·3을 '빨갱이'와 연결 짓는 근거로 '교과서'를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민족문제연구소 제주지부가 현행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4종을 분석한 결과, 각 교과서의 4·3 서술은 ‘국가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보다 ‘이념적 대립’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천재교과서는 '남로당 세력을 중심으로 무장봉기가 일어났다'고, 동아출판과 미래엔은 '제주도의 좌익 세력이 무장봉기를 일으켰다'고, 비상교육은 '좌익 세력과 일부 주민들이 무장봉기하였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주 4·3 특별법이 규정한 정의와 어긋납니다.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은 4·3을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법률로 정의한 역사적 사건을, '교과서'가 다른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 현장의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 '빨갱이' 발언 근거가 된 역사왜곡…"교육과정 전면 재검토해야"


민족문제연구소 제주지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학생 간 다툼이 아니라, 공교육 현장의 왜곡된 역사 서술과 방치된 혐오 표현이 지역 차별의 근거로 악용되고 있는 실태를 보여준다"며 "학생들이 국가 폭력의 진실과 화해의 가치를 온전히 배울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제주 A여고 측은 "학생들 사이에 문제가 될 만한 언행이 있었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다"면서도 "발언 경위나 상대 학교 등 정확한 사실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현재 학교 차원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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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욱 기자 (angrymea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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