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이란전쟁으로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

김지훈 2026. 4.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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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 [로이터·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전쟁의 포성은 멈췄지만 2주일간의 휴전은 불안하다. 휴전이 정전 합의로 이어지기까지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휴전 합의 직전까지 미국과 이란이 주고받은 격렬한 공방을 보면 앞으로 양측이 11일 파키스탄에서 열릴 협상을 시작으로 합의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수와 충격이 발생할 것이다. 핵농축 권리와 호르무즈 해협 통행 관리 등 쟁점의 견해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종전 합의로 가는 길은 험난하겠지만, 우선은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26척의 우리측 선박과 선원들을 빼내 오는 게 급선무다.

호르무즈해협서 선박 4척 피격…이란 혁명수비대가 공격

합의가 어렵겠지만 미국과 이란 양측이 피차 전쟁을 오래 끌어 득이 될 것이 없으므로 서로 자존심을 세워주는 선에서 어렵사리 정전에 합의한다 치자. 그러더라도 세계가 전쟁 전과 같은 상황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실제 전쟁을 벌인 당사국들의 이해득실이야 전쟁을 벌인 대가라 하더라도 전쟁이 세계 경제에 남길 상처와 비용이 간단치가 않다. 그 비용은 세계 각국이 함께 치러나가야 한다. 전쟁 당사국도 아니고 중동 분쟁과 직접 관련도 없는 우리가 왜 이런 비용을 감당해야 하나. 억울하지만,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부터 주식·외환·금리 등 금융시장까지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개방경제의 메커니즘을 생각하면 억하심정에 머물러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번 전쟁으로 우리가 치를 가장 큰 비용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이로 인한 물가 불안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전쟁이 일찍 끝나도 국제 유가가 전쟁 전의 수준으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했다. 가장 희망적인 조기 종전 시나리오에서도 국제유가는 전쟁 전보다 43%나 높은 배럴당 90달러에 머물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나 확전 시에는 더 오를 것으로 봤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에너지 시장 충격이 몇 년간 이어질 것이라 했다. 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를 받기 시작한다면 원유 수입 물량의 70%를 중동산에 의존하는 한국엔 상당한 비용 부담이 될 테고, 이는 결국 수입 물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될 것이다.

서울 평균 휘발윳값 2천원 돌파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타결 기대감이 남은 가운데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연일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가격이 L당 2천원 선을 넘어서며 고유가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사진은 7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2026.4.7 pdj6635@yna.co.kr

고물가가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 하강으로 이어진다면 감내해야 할 비용은 더 커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내렸고 물가상승률 전망은 1.8%에서 2.7%로 높여 잡았다. 전쟁 여파가 공급 측면의 일시 충격 수준으로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국내 경기의 타격이 커진다면 26조2천억원의 추경이 끝이 아닐 수도 있다. 이미 3월 한 달간 금융시장에서 치솟는 환율을 방어하느라 외환보유액이 39억7천만달러나 줄었고,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사주는데 2조4천억원이 투입됐다. 중동 시장을 상대하는 국내 기업들이 입은 손실, 치솟은 금리와 물가로 가계가 치르게 될 비용은 추산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출렁거리는 금융시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미래의 비용이다. 언제라도 협상이 결렬돼 이란이 다시 화염에 휩싸일 수 있고, 정전에 이르더라도 합의 내용에 따라 세계 각국이 지불해야 할 에너지 가격과 물류비용이 달라질 것이다. 한국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푸념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에게 또 어떤 청구서를 들이밀지 알 수 없다는 것도 불안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적했듯 전쟁 이후의 세계는 이전과 다를 것이며 에너지 수급 다변화, 산업구조 개편, 성장동력 육성 등을 대비하지 않으면 또다시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대가로 지불해야 할 비용은 비싸다. 하지만 그 비용을 일회성으로 허비할 것인지, 아니면 경제구조를 바꿔나가는 기회와 투자로 삼을 것인지는 우리 하기에 달렸다.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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