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대북송금 수사 의혹’ 제기, 얼마나 설득력 있나[팩트체크]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권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 이재명 대통령을 엮기 위해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연일 제기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북한에 줄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달러와 ‘방북 의전비용’ 300만달러를 쌍방울 측에 대신 내도록 했다는 혐의로 2024년 6월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검찰이 이 대통령과 공범으로 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8개월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검찰 공소사실 중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164만 달러, 방북 의전비용 230만 달러에 대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다.
경향신문은 이 전 부지사 1·2·3심 판결문,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인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내용,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박상용 검사의 주장 등을 토대로 민주당이 제기하는 의혹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실관계를 뒤집을 수 있을지 쟁점별로 살펴봤다.
북한 공작원 ‘리호남’은 필리핀에 있었나
지난 3일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 전 부지사 요청으로 필리핀에서 북한 공작원 리호남을 만나 70만달러를 건넸다’고 검찰이 밝힌 시기에 리호남이 필리핀이 아닌 제3국에 체류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2019년) 7월22일부터 7월24일까지 (리호남이) 필리핀이 아닌 제3국에서 체류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 말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주장하는 대북송금액 가운데 70만달러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의 전제가 흔들리게 된다. 이에 대해 박 검사는 “이 원장 주장은 법정에서 제기됐다가 다른 증거들에 의해 배척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리호남이 어디 있었는지 문제는 이 전 부지사 항소심에서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리호남이 당시에 어디에 있었는지까지 판단하진 않으면서 “리호남은 북한 공작원으로서 다수의 가명·위장 신분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점까지 고려해 볼 때 (필리핀에서 리호남에게 70만달러를 줬다는) 김성태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할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리호남의 당시 체류지와 상관없이 “범죄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 등 다른 이유로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즉 이 전 부지사가 논란이 된 70만달러 때문에 유죄를 선고받은 것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실의 ‘대북제재대상’ 개입, 재판에 영향 미쳤나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대북송금 사건 수사에 개입했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은 현재 2차 종합 특별검사팀이 수사 중이다.
앞서 검찰은 이 전 부지사를 재판에 넘기면서 ‘북한 조선노동당 산하 단체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도 대북 금융제재 대상에 포함돼 조선아태위에 송금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국정조사에서 “이시원 당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은 ‘노동당 산하 조직이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언급했고,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요청에 따라 황원진 당시 국정원 차장이 ‘(조선아태위가)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는 의견을 회신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국정원·검찰이 공모해 이 대통령 등에게 추가 혐의를 적용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전 부지사 재판에서 법원은 대북 금융제재 대상은 기획재정부 고시가 기준이라고 명확히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조선아태위’ 지위에서 수령한 돈은 “금융제재 대상이 아니”라며 “조선노동당이 조선아태위가 추진하는 사업에 관련이 있다고 해서 ‘조선아태위’가 금융제재 대상자라고 해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판단은 대법원까지 유지됐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대북송금 수사에 개입했는지, 이것이 위법한지와는 별개로, 이 전 부지사의 유·무죄를 가르는 법원 판단에는 영향이 없었던 셈이다.
검찰, 국정원·금감원 자료 의도적 누락했나
국정조사에서는 검찰이 이 대통령을 엮는 데 유리한 증거만 선별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균형 있는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자료들이 상당수 누락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원장은 ‘국정원에 파견 온 유도윤 부장검사가 북한 수집 부서에서 만든 대북송금 사건 관련 보고서 66건 중 13건만 수원지검 수사팀에 제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쌍방울 주가조작 부당이득 금액이 100억원이 넘었는데, 검찰이 이 자료를 가져가지 않았다’고 했다.
박상용 검사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문서 선별은 당연한 절차”라며 “당시 (대북송금이) 쌍방울의 주가부양 목적이었다는 내용의 문건도 확보해 법원에 제출했다”고 주장한다. 실제 이 전 부지사 사건에서 법원에 제출된 국정원 문건 중엔 “리호남이 쌍방울 계열 주가를 띄워주는 대가로 수익금 일부를 받기로 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성태 전 회장이 대북사업을 추진한 시점에서의 행적을 따져 이 문건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이 국정원과 금감원 등으로부터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자료만 확보한 것이 적절했는지, 이것이 위법한지와는 별개로, 해당 자료들이 곧바로 이 전 부지사나 이 대통령의 결백과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앞서 법원에 제출되지 않은 국정원·금감원 자료에서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관계가 드러날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이 사건에 대한 실체 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박 검사 등 당시 수사팀이 이 전 부지사 등을 회유·압박해 허위 진술을 얻어냈는지를 규명하는 데 있다고 본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박 검사가 진술 회유로 유죄를 선고받거나,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서 조작이 발견되는 등 결정적 증거가 나온다면 앞선 법원 판단을 뒤집을 정도의 사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 26.2조 추경 국회 본회의 통과…소득 하위 70%에 고유가 피해지원금
- 법원 “세월호 7시간 문건 목록 공개해야”…참사 12년 만에 결론
- ‘음료 3잔 횡령’ 알바에게 550만원 받아낸 점주…더본 “가맹점 영업정지”
- 경찰, ‘이재명 대통령·이준석 상대 허위사실 유포’ 전한길에 사전구속영장 신청
- 잠수함 화재 실종자 구조 난항···HD현중 “실종자 사망” 공시
- 대전 오월드 탈출한 ‘늑구’ 골든타임 놓친 이유···조작 사진으로 초기 수색부터 난항
- 네타냐후 “레바논 휴전은 없다”···트럼프 발목 잡는 이스라엘, 미·이 밀월관계 ‘긴장’
- ‘쯔양 협박’ 징역 3년 확정된 구제역, 무고 혐의로도 검찰 송치
- 한동훈 “부산에 큰 애정, 부산 간 보는 정치 안 좋아해”…하정우·박민식과 ‘북갑 혈투’ 벌
- 이진숙, 행정 경험 언급하자 “보수 꼴통적 사고”···‘윤어게인’ 질문엔 “사상의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