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감성 신발도 1분만에 뚝딱…AI '슈캐치'

윤석진 기자 2026. 4.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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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컴퍼니, AI 신발 디자인 '슈캐치' 출시
-이민봉 대표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AI로 연결"
-15만건 세그먼테이션 데이터로 품질 끌어올려
-1000여개 공장 네트워크…AI 제조 경쟁력 확보
-다품종 소량 트렌드 속 신발 산업 공정 혁신
-일본 진출 본격화…글로벌 시장 공략 나서

루이비통 가방 느낌의 로퍼, 무신사 체크 셔츠와 어울리는 운동화, 페라리 감성의 미즈노 축구화. 상상하는 모든 신발을 만들 수 있다. 일단 쓰면, AI가 만들어 준다. 신발 공정에 대한 이해나 장비, 재료가 없어도 프롬프트 한 줄이면 충분하다. '슈캐치' 이야기다.

'슈캐치(ShoeCatch)'는 신발 디자인 솔루션 8년 차 스타트업 크리스틴컴퍼니가 개발했다. '디자인 투 매뉴팩처 AI(Design to Manufacture AI)'란 캐치프레이즈처럼,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전 공정을 지원한다.

신플을 통해 생산된 신발들 / 사진=머니투데이방송

크리스틴컴퍼니 창립자인 이민봉 대표는 신발 제조솔루션 '신플(SINPLE)'을 선보인 바 있다. 신플은 제조사가 디자인을 올리면 AI가 견적을 산출하고, 공정별로 최적의 공장을 매칭해주는 플랫폼이다. 슈캐치는 신플 서비스 앞단에 있는 '디자인' 영역을 커버한다. '디자인을 주면 만든다'에서 '설명해주면 만든다'로 확장된 셈이다.

신발 디자인은 손쉽게 뽑을 수 있다. 바이브코딩 방식을 적용해 프롬프트 창에 요구사항을 입력하면 된다. 기존 신발 사진을 업로드하고 벚꽃 에디션으로 바꿔 달라고 할 수도 있다. 무신사 셔츠 사진을 올리고 그 셔츠와 어울릴 만한 신발을 생성할 수도 있다. 모든 과정은 1분 이내에 이뤄진다. AI는 디자인한 이미지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견적을 산출하고, 샘플 제작과 공장 매칭까지 이어준다.

이민봉 크리스틴컴퍼니 대표 모습 / 사진=크리스틴컴퍼니

이민봉 대표는 "기존에는 제작 의뢰가 확정된 디자인을 기반으로 최적의 공장과 단가를 매칭해 생산하고 납품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디자인 단계까지 확장해 아이디어만으로도 제작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며 "슈스케치 출시로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에 설립된 크리스틴컴퍼니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 2023년 11월 KDB산업은행, TKG벤처스, BNK벤처투자 등으로부터 70억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완료하며 누적투자 140억원을 달성했다. 창업 초기 네이버와 아주IB의 투자를 중심으로 산업은행, 시리즈벤처스, 부산연합기술지주, 경남벤처투자 등으로부터 연속으로 프리A 시리즈 투자를 받았다.

슈캐치 AI는 한국어·영어·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를 이해한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이다. 크리스틴컴퍼니는 올해 국내 시장에서 기반을 다지고 내년에는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첫 타깃은 일본이다. 비행기로 2~3시간이면 갈 수 있는 만큼 가까워 협업이 용이하다. 우리나라처럼 고품질 다품종·생산 수요도 높다. 크리스틴컴퍼니는 글로벌 브랜드 미즈노와 3억 원 규모 계약을 체결하며 이미 첫 단추를 끼웠다.

이민봉 대표는 "국내 공급망은 이미 검증이 끝났고, 이제 해외 생산 파트너를 확대해 글로벌 브랜드 대응력을 높이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최근 빅테크 공룡들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데이터, 컴퓨팅 파워를 앞세워 신발 등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27일 '마이크로소프트 서울 AI 투어'에서 '코파일럿' 서비스를 소개하며, 신발 제작 사례를 시연했다. 의류는 원단 재단 중심의 비교적 단순한 공정이지만, 신발은 밑창부터 갑피까지 여러 층의 소재를 겹겹이 쌓아 올려야 해 공정이 훨씬 복잡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스타트업이 이런 글로벌 기업을 상대하는 건 버거운 일이지만, 이민봉 대표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 자신감의 근간에는 국내 공장 풀은 1020개, 협업 공장 수는 500개 같은 수치가 자리하고 있다. 7년 간 발굴하고 검증한 협력 네트워크가 이 회사의 핵심 자산이라고.

사업 초기 12만 건이었던 데이터는 15만 건으로 늘었다. 그냥 신발 사진 모음집이 아니다. 이미지 속 신발을 구성하는 각 요소를 픽셀 단위로 구분해 밑창·갑피·끈 등 부위 별 경계를 정밀하게 나누고, 각 영역 소재 정보를 부여하는 세그먼테이션 라벨링 작업을 거친 고품질 데이터다.

이 대표는 "신발을 구성하는 세부 영역을 분야 별로 나눠 각각 라벨링하고, 이를 바탕으로 딥러닝 학습을 진행했다"며 "이처럼 축적된 이미지 데이터가 결합되면서, 우리 플랫폼에서 도출되는 신발 관련 결과물의 품질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국내외 네트워크와 현지 데이터, 실제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라벨링 작업 등이 차별화된 부분"이라며 "디자인을 시작으로 공장과 매칭을 해주고, 실제 생산까지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은 우리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현장 용어 데이터도 보유하고 있다. 슈캐치 AI는 '빠삥', '신발혀' 같은 업계 사람들 끼리 쓰는 용어도 이해한다.

이 대표는 "신발혀는 발등을 보호해 주는 부분이고, 빠빙은 그라인더처럼 갈아준다라는 말로, 현장에선 대부분 그렇게 쓴다"며 "이런 특수 용어까지 학습시켜 실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도구를 만든 것이 경쟁력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민봉 대표가 지난해 11월 1일 부산 벡스코에서 슈캐치를 소개하는 모습. 사진=크리스틴컴퍼니

신발 소비 문화가 바뀌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과거에는 나이키·아디다스 같은 유명 브랜드 중심이었다. 대량 생산 구조여서 이른바 '보세'는 이들의 물량공세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품종 소량 생산 체계로 전환되면서, 브랜드 인지도보다 디자인과 속도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유명하지 않아도 예쁘고 좋은 걸 빨리 만들 된다, 는 방향으로 성공 방정식이 바뀌었다.

이 대표는 "예전에는 나이키, 아디다스 또는 ABC 마트에서 신발을 사는 게 공식이었으면 지금은 다르다. 무신사를 비롯해 신발 브랜드가 3900개에 이른다"며 "이 브랜드들이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빠르게 다품종 소량 제품을 출시하며 호응을 얻고 있고, 대기업 브랜드도 이런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도구는 소모적인 디자인 관행도 바꿔 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디자이너가 손으로 스케치한 뒤, 일러스트 작업으로 소재와 색상을 입힌 후에야 비로소 샘플 제작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디자인 과정은 자원 낭비도 심하고 시간 낭비도 크다. 200개의 샘플을 만들어 품평회를 거쳐 실제 출시되는 것은 10개 정도로, 나머지 190개는 버려진다"며 "이 과정에만 6~7개월이 걸린다. 디자인부터 샘플 제작까지 반복되는 작업이 많아 디자이너들의 부담도 상당하다. 실제로 업무 강도가 높아 집에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슈캐치는 현재 베타 서비스 중이다. 오는 5월 쯤 유료화 된다. 향후 가방, 의류 등 다른 패션 영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가방은 이미 학습을 진행 중이며 일부 대형 브랜드와 테스트 중이고, 의류는 인력 확충 이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적은 올해를 기점으로 급등할 전망이다. 크리스틴컴퍼니는 지난 1분기 만에 작년 전체 매출을 넘어섰다. 슈캐치 유료화와 더불어 심플 서비스 확대로 올해 1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는 대형 고객과 반복 매출이 본격화되는 퀀텀 점프의 해"라며 "일본의 경우 올 하반기에 파일럿이 완료되면 2027년부터 수십 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