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KF-21, 미국 허락없인 수출 못해…"6세대 전투기 엔진 개발해야"

김인한 기자 2026. 4. 10. 05:3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F-21 양산, K방산의 비상③-끝]
전투기 심장은 美의 GE 엔진 활용
美부품 들어가 무기수출통제 받아
'수출 족쇄' 풀려면 엔진 확보 절실
독자개발 대신 기술협력 등도 대안
[편집자주] 국산 전투기 개발에 도전한 지 25년. 대한민국은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한 AESA 레이다 등 핵심 기술을 자체 개발하며 드디어 '항공 주권'의 시대를 열었다. K방산의 첨단 기술력은 군사력 뿐 아니라 국가 경제를 이끄는 미래 동력이다. KF-21 양산을 계기로 '동행미디어 시대'가 항공 기술의 산업적 파급 효과와 한국 항공전력의 남은 과제 등을 총 3회에 걸쳐 짚어본다.

KF-21의 위용 /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우리나라가 4.5세대 초음속 전투기 KF-21 양산에 성공했지만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엔진을 쓰는 탓에 미국의 허가없인 해외 수출을 할 수 없다. 5·6세대 전투기용 첨단 엔진 개발이 한국 방위산업의 다음 단계 도약을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힌다.

10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방산업체는 내년부터 14년간 3조3500억원을 지원받아 기본 추력 1만6000lbf(파운드포스)의 터보팬 엔진을 개발한다. 파운드포스는 제트엔진의 추진력을 나타내는 단위로, KF-21의 기본 추력은 1만3000lbf 수준이다. 첨단 엔진 개발은 기술 독립이 목적이지만 독자적인 전투기 수출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군 당국은 오는 9월 KF-21 1호기를 전력화한 뒤 제3국 수출을 목표하고 있지만 KF-21의 수출은 미국 국무부에서 관리하는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통제를 받는다. KF-21의 심장인 엔진이 GE의 F414-GE-400K이기 때문이다. ITAR에는 제3국 이전 통제라는 규정이 있어 미국의 핵심 부품이 단 하나라도 포함돼 있다면 미 행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실제로 2015년 10월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의 우즈베키스탄 수출이 추진됐으나 미국이 ITAR 등을 근거로 반대해 무산됐다. T-50은 한국이 개발하고 생산했지만 미국 록히드마틴의 기술과 부품이 들어갔다. 당시 미국은 엔진 등 핵심 부품과 기술이 러시아로 유출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T-50이 인도네시아, 이라크, 필리핀 등에 수출될 때도 한국은 미국의 허락을 받았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은 '동행미디어 시대'에 "국내 기업들이 ITAR 등 국제 수출통제 체계를 위반했을 때 감당해야 할 제재의 수위는 기업의 존폐를 위협할 정도"라며 "전문적 법률 지원 체계와 국가가 지원해주는 체계적 대응 매뉴얼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ITAR 등이 전투기 국산화와 독자적 수출을 가로막는 사실상의 족쇄"라면서 "KF-21의 수출과 5·6세대 전투기 기술 독립을 위해 한미동맹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스터빈 엔진 기술 확보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25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KF-21 양산 1호기 출고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KF-21은 한반도를 수호할 21세기 '한국형 전투기'(Korea Fighter)라는 의미가 담겼다. 적의 레이더 탐지를 피하는 스텔스(Stealth) 기능이 5세대에 비해 제한적이어서 4.5세대로 분류된다. KF-21의 스텔스 기능은 항공기 형상에 반영됐으나 미사일 등의 무장을 동체 외부에 달고 있어 적 레이더에 탐지될 수 있다.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을 장착해 탐지 능력을 극대화했다.

반면 5세대 전투기는 모든 무장과 연료를 기체 내부에 완벽히 숨겨 비행해 완전 스텔스 기능을 구현한다. 적 레이더에는 새나 벌레 크기로 보인다는 평가다. 또 전투기에 들어온 모든 정보를 알아서 종합하는 '센서 퓨전' 기능을 보유해 조종사의 의사결정을 돕는다. 다만 스텔스 기능을 위해 내부 연료만 써야 하므로 '작전 반경'(항속거리)이 짧아지는 딜레마가 있다.

6세대 전투기는 레이더 전파 흡수를 넘어 특정 주파수를 교란하거나 형상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스텔스 기술이 적용된다. 무인기와의 편대 비행을 지휘·통제할 수 있는 '유무인 복합체계'(MUM-T·Manned-Unmanned Teaming)도 가진다. 항속거리도 대폭 늘어난다. 미국과 유럽에서 개발 중인 전투기 개념으로 사실상 '날아다니는 지휘소'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5세대 이상 전투기의 엔진은 스텔스 성능을 위해 열 관리 기능과 초음속 순항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한국이 5세대 또는 6세대 전투기를 개발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엔진 기술 확보가 필수적인 이유다.

다만 엔진에 대해선 독자 개발, 기술 협력, 대안 기술 적용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엔진을 개발한다면 초기 무인기와 일반항공용 소형 터보팬과 같은 저위험 영역에서 시작해 전투기용 터보팬 등 고위험·고성능 영역으로 확장하는 단계적 개발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F-21 개발에서 수석설계자 역할을 맡은 이일우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전무는 최근 시대와 만나 "화석연료에 기반해 발전해 온 가스터빈 엔진은 향후에도 바이오 연료나 수소 연료를 직접 연소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면서 미래 항공의 핵심 추진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측면에서 대한민국 역시 가스터빈 엔진 기술 확보를 반드시 추진해야 할 전략적 과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이 전무는 "엔진 개발에 있어 핵심적이면서도 기술적 준비가 미흡한 핵심기술요소(CTE)를 식별하고 이에 대한 확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확보 방안은 독자 개발, 기술 협력, 대안 기술 적용 등 다양한 접근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벌떼 드론' 있어도 적 중심부 타격은 '최첨단 전투기' 몫


지난 2일(현지 시각) 미 중부사령부 관할 지역에서 진행된 '에픽 퓨리'(Epic Fury) 작전 도중 미 공군 F-16 파이팅 팔콘 전투기가 KC-135 공중급유기로부터 연료를 공급받고 있는 모습. / 사진=미국 전쟁부(Department of War)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 저가의 드론을 앞세운 '벌떼 작전'이 적극 활용되지만 적의 중심부를 타격하는 결정적 역할은 최첨단 전투기가 담당하고 있다. 소모성 저가형 드론을 투입해 적의 방공망을 허물고, 노출된 방공망을 미사일로 무력화한 뒤 적의 핵심 인프라를 전투기가 정밀 타격하는 최근 전쟁의 추세다.

조상근 KAIST(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이날 시대와의 통화에서 "저가형 무인기는 방공망 소진용으로는 효과적이지만 핵심 노드(node·전투수행 단위)를 파괴할 폭발력이 부족하다"며 "재래식 전력이 굳건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인 체계만으로는 작전을 종결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전투기가 단순한 공격 수단을 넘어 무인기와 우주위성 체계를 통합 관리하는 '전술 지휘소'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드론이 AI(인공지능)와 관성항법장치를 통해 전장에서 경로를 찾아가더라도, 결정적인 타격 순간에는 전투기 조종사가 이를 '핸드오버'(권한 이양) 받아 정밀하게 운용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북한처럼 모든 시설을 지하화하고 은폐하는 환경에선 '시한성 표적'(TST·탐지 후 타격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표적) 대응이 핵심"이라며 "결국 무인체계와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첨단 유인 전투기가 확충돼야만 북한의 표적들을 실시간으로 타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유무인 복합 개념 하에서 유인기의 가치는 오히려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첨단 전투기 대신 가성비 전투기의 길도


방위사업청은 2025년 5월20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KF-21 최초양산 항공기 최종조립 착수' 행사를 열었다. 사진은 당시 조립 중인 KF-21 최초양산 1호기. / 사진=방위사업청
정부와 방산업체가 국산 전투기의 타깃 시장을 어디로 설정할 것인지도 향후 K방산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다. 한국이 미국 또는 유럽처럼 수십조원의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부어 5·6세대 전투기를 독자 개발하는 '하이엔드'(High-end) 경쟁에 뛰어들지 현실적 판단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한국 자동차 업계가 벤츠, BMW 등 프리미엄 브랜드와 정면승부를 벌이는 대신 아반떼와 소나타처럼 가성비, 유지보수의 이점을 앞세워 '볼륨 마켓'(Volume Market)을 장악했던 성공 방정식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초고비용이 수반되는 완벽한 스텔스 성능에 집착하기보단 적정 수준의 저피탐 능력을 갖추되 우수한 센서와 네트워크 생존성으로 무장한 4.5세대~5세대급 기체를 대량 양산해 글로벌 틈새시장을 공략하자는 것이다.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와 같은 초고가 전투기를 도입하고 유지할 재력이 부족하지만 노후 전투기 교체가 시급한 다수의 중견국에 한국산 전투기는 현실적이고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KF-21의 경우 기존의 4.5세대 전투기인 프랑스의 라팔, 유럽 4개국(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의 유로파이터, 스웨덴의 그리펜은 2030년 이후 기종 노후화가 진행돼 KF-21이 성능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KAI 관계자는 "KF-21은 기존 4.5세대 전투기와 달리 스텔스 항공기 형상을 반영해 설계됐기 때문에 전파흡수재료를 점진적으로 적용할 경우 상대적으로 우수한 저피탐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최신 전자기술을 적용한 국산 임무장비를 채택해 높은 성능과 합리적인 비용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국산 전투기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엔진 개발과 함께 초고온·초고압·초고속의 극한환경을 견딜 수 있는 티타늄과 니켈 등 소재 확보가 과제로 꼽힌다. 소재·부품에 대한 수입산 다변화와 대체재 개발을 병행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스텔스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도료와 메타 물질 등 첨단 소재 기술개발도 필수적이다.

김인한 기자 inhan.kim@sidae.com

Copyright © 동행미디어 시대 & sida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