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워킹홀리데이, 주 3일 일하고 팁으로 먹고살기
낼 때는 피눈물 나지만 받을 때는 달달하다.
캐나다에서 시급보다 팁을 더 많이 받고 베짱이처럼 지냈다.

일터까지 도보 2분 컷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라는 이름의 합법적인 농땡이도 어느덧 종말을 고하고 있었다. 내 통장은 마르지 않는 샘이 아니었고, 길바닥에 나앉지 않으려면 영어 공부라는 핑계로 미루고 미뤄 왔던 워킹홀리데이의 '워킹'을 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우선 캐나다 온타리오주 내, 주류 취급 식당에서 일할 때 필요한 자격증 '스마트서브(Smart Serve)'를 취득했다. 캐나다는 한국보다 훨씬 술에 엄격하다. 지정된 일부 공원에서만 야외 음주가 가능하고(원래는 아예 불가능했지만, 코로나 시기 주별로 규제를 완화했다), 식당에서도 손님이 만취할 때까지 술을 팔아서는 안 된다. 만약 그로 인해 손님이 다치게 될 경우, 식당과 서버가 책임지고 배상해야 한다. 늦은 밤 취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그렇다면 손님이 취했는지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4시간 남짓 스마트서브 온라인 교육을 통해 나는 전자두뇌로 거듭났다. 무려 '손님의 키와 몸무게를 어림잡아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하는 능력'을 획득한 것이다(물론 실전은 현실과 달랐다).

5년간 사무직을 한 터라 바삐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하고 싶었다. 레쥬메(Resume, 이력서)를 쓰고 현지 구인구직 사이트인 인디드(Indeed)를 통해 서버 & 캐셔 일자리만 노렸다. 대학생 때 빵집에서 오래 일한 경력 덕분에 현지인이 운영하는 한 샐러드 가게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풀타임은 이미 구했고 점심 파트타임만이라도 가능하냐는 제안이었다. 우선 일을 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트레이닝(교육)을 시작했다. 동료 및 손님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영어 실력을 늘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건만, 오피스건물 푸드코트에 위치한 식당에는 교육 첫날부터 사람들이 끝도 없이 밀려왔다.

쉬는 시간 10분 동안 100명이 들이닥치던 대학교 학생회관 편의점 알바의 악몽이 떠올랐다. 말도 없이 기계처럼 양상추와 치커리를 3시간씩 담는 일을 사흘 동안 반복하다 과감하게 결론 내렸다. 왕복 2시간의 통근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도무지 남는 게 없었다. 다시 백수가 되어 공고를 뒤적거리다 집 바로 건너편 식당에 지원했다. 영주권·시민권자만 뽑는 자리였지만 밑져야 본전이었다. 별 기대 없이 보낸 레쥬메는 면접으로 이어졌다. 사회 경험도 많고 나이도 있어서 오히려 젊은 친구들보다 책임감이 강할 것 같아 불러 봤다고. 혹시 다른 포지션도 괜찮냐는 제안에 바로 승낙했다. 집에서 도보 2분 컷. 직주근접은 뿌리칠 수 없는 메리트였다.

주 3일 일하고도 살 수 있다고?
혹시 항정살이 돼지고기의 어느 부위인지 아는가. 내 첫 일자리는 고깃집 서버였다. 코리안 바비큐의 인기 덕에 손님의 과반수가 외국인이었고, 나는 맨날 먹기만 하고 무지했던 돼지고기·소고기 부위를 영어로 달달 외워 설명해야만 했다(아직도 툭 치면 입 밖으로 줄줄 나온다). 비록 원하던 낮 시간대 근무는 아니었지만, 팁을 정산 받을 때마다 나름 만족스러웠다. 한 손님은 자신의 아이와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하는 나에게 "아이 러브 유어 스마일"이라며 기본 팁 외에 따로 개인 팁을 주기도 했고, 자주 오는 손님을 기억하고 스몰톡을 했더니 그때부터 팁을 더 많이 주기 시작했다. 아이가 귀여워서 웃었을 뿐이고, 자주 보니 반가워서 인사했을 뿐인데 손님들이 이렇게나 좋아하다니. 이 정도면 서버가 천직 아닐까 하는 알량한 자만심까지 차올랐다.

그래서 캐나다에서 서버로 일하면 팁을 얼마나 받냐고? 다른 사람들은 팁을 얼마 받는지 궁금해서 워홀로 4년간 여러 식당에서 일해 본 한 친구에게 물었더니 '개인적으로는 시간당 온타리오주 최저시급(2026년 현재 17.60캐나다달러) 정도 받으면 괜찮은 것 같다'라고 했다. 매출에 따라 팁도 천차만별이라 나의 경우 시간당 적게는 13달러, 많게는 28달러까지 받아 봤다. 바쁜 날은 기본 시급까지 포함하면 한국 최저시급의 4배나 돈을 번 셈이다(물론 이런 날이 흔치는 않다). 처음에는 주 5일 일하며 돈을 열심히 모아 미국과 북유럽 여행을 다녔고, 그 이후에는 일자리를 옮겨 주 3일만 일하며 토론토 생활을 좀 더 즐겼다. 크게 돈을 모을 욕심이 없고 좀 더 여유롭게 워홀 생활을 즐기고 싶었던 터라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주 4일제가 꿈같은 시대에 스스로에게 주는 주 3일제 체험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캐나다 구직 비하인드 4
1. 한인잡 vs 로컬잡
워홀러들 사이에 '한인잡은 무조건 피하라'는 말이 있다. 업주의 국적에 따라 한인잡과 로컬잡으로 나눠 부르는데, 대부분 영어 환경 조성 및 업주의 부당 대우 등을 이유로 로컬잡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둘 다 일해 본 입장에서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정말이지 '케바케(Case by Case)'다. 한인잡이어도 잘만 구한다면 영어도 많이 쓰고, 수당도 잘 받을 수 있다. 그러니 만약 구직 기간이 길어진다면 일단 한인잡이라도 먼저 시작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일을 구할 때 현지에서 한 번이라도 일해 봤는지는 매우 중요한 척도가 된다.
2. 구인공고 어디서 볼까?
로컬잡은 주로 현지 구인구직 사이트인 인디드(Indeed)와 링크드인(Linkedin)을 이용하면 되고, 팀홀튼과 스타벅스 등 프랜차이즈의 경우 자체 채용 사이트가 있다. 직접 원하는 식당을 찾아가 이력서를 전달하는 '레쥬메 드랍'도 한 방법이다. 한인잡의 경우 한인 커뮤니티에 공고가 올라오니 꾸준히 살펴봐야 한다. 구직 과정에서 레쥬메는 필수인데 디자인에 치중해 화려하게 만들 필요는 없으며 최대한 심플하고 가독성 있게 만드는 게 좋다. 관련 경력이나 능력 위주로 써야 하며, 워홀 비자 만료일과 근무 가능 시간도 함께 기재하는 것이 깔끔하다.

3. 사무직 vs 서비스직
모든 워홀러가 서비스직에서 일하는 건 아니다. 내 주변만 해도 현지 콘텐츠 회사에서 영상편집을 하거나 한국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무직의 경우, 관련 경력은 물론 영어로 소통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보다 높은 수준의 회화 실력이 요구된다. 임금 수준은 회사나 업무에 따라 각기 다른데, 오히려 팁을 받는 서버들이 더 높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본인의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고 비즈니스 영어 실력을 키울 수 있으니 사무직 일자리가 있다면 도전해 봐도 좋다.
4. 팁을 많이 받는 팁
팁은 전체 식사 금액에서 일정 비율 주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고급 레스토랑이나 일식집 등 음식 가격이 높은 식당에서 일하는 것이 좋다. 같은 맥락으로 주류를 함께 판매하는 곳일수록 더 많은 팁을 받을 확률이 높다. 포장 전문 가게나 패스트푸드점, 카페와 같이 서버가 테이블까지 서빙해 주지 않는 곳은 팁을 주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여서 사실상 팁을 많이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손님이 대접받고 있다고 느낄 만큼 친절한 서비스 정신이라는 점!

*이은지 여행작가
살아 보는 것도 여행이다. 여행이 너무 좋아 무작정 떠난 전직 여행기자. 이젠 여행기자에서 '기' 한 글자 빼고 여행자로서의 삶을 만끽하는 중이다.
글·사진 이은지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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