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백'③] 삼성전기 vs LG이노텍…'AI 부품' 주도권

장민제 기자 2026. 4. 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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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FC-BGA·MLCC 앞세워 I데이터센터 인프라 선점
LG, 부품·SW 결합한 통합 솔루션 ‘피지컬 AI’ 영토 확장
산업계 규모와 장르는 가리지 않겠다. 재계 오너가에서부터 중소기업 생산직 직원까지, 그리고 대기업 대 스타트업은 물론 기술, 제품, 서비스까지 역량만 있다면 모든 산업계를 망라해 1대1 대결을 붙이겠다. 2026년 <신아일보> '흑과백' 코너를 통해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산업계 전쟁 속으로 들어가 보자.
<흑과백> 세 번째 산업계 대결은 '삼성전기' 대 'LG이노텍'의 부품 전쟁이다./<편집자주>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로고.[그래픽=김우진 기자]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AI(인공지능) 확산을 계기로 시장 주도권 경쟁에 본격 나섰다. AI 인프라 구축에 필수인 고성능 반도체 기판, MLCC(적층세라믹콘덴서)를 비롯해 자율주행·로봇용 센싱 솔루션까지 선점해 도약을 꾀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AI 서버와 고성능 반도체 수요 확대에 대응해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와 MLCC 중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 이에 맞서 LG이노텍은 기판을 주력으로 내세우면서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을 추진한다.

◇삼성전기- FCBGA·MLCC 통해 AI 인프라 선점

삼성전기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흐름 속에서 FC-BGA와 MLCC 등 고부가 제품을 내세워 수익성 강화에 집중한다.

FC-BGA는 고성능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고밀도·고다층 패키지 기판으로 AI 서버, HPC(고성능 컴퓨팅)의 핵심 부품이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고부가 기판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된 상황이다.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사진=삼성전기]

이에 삼성전기는 최근 완판된 FC-BGA의 판가를 약 10%가량 올리고 서버·네트워크용 고사양 제품 비중을 확대하는 방식 등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업계는 하반기도 FC-BGA 판가 상승을 예상한다.

삼성전기는 차세대 기술인 '유리기판(Glass Core)'도 준비 중이다. 충남 세종사업장에서 유리기판 파일럿 라인을 가동 중이며 2027년 양산이 목표다. 지난해 11월 일본 스미토모화학그룹과 유리 기판 핵심 소재인 유리 코어 제조를 위한 JV(합작법인) 설립 MOU(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서버·데이터센터용 FC-BGA 수요가 당사의 생산 능력보다 50% 이상 많다"며 "공장 확대와 추가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MLCC도 고용량·고신뢰성 제품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공급이 부족해지는 상황이다. MLCC가 주력인 삼성전기 컴포넌트 사업부의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3분기부터 99%로 사실상 풀가동에 돌입한 상황이다.

MLCC는 전자기기 내부에서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 등 부품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댐 역할을 한다. 이는 전자산업에 필수 부품 중 하나로 컴퓨팅 파워가 증가하면 MLCC 사용량도 항상 상승한다. 전기차 1대에 들어가는 MLCC는 약 2만~3만개, 최신 AI 서버에는 일반서버 대비 약 10배 이상의 MLCC가 탑재된다.

삼성전기는 필리핀 생산기지 증설 등을 통해 공급 대응력을 높이고 전장용 MLCC 생산능력도 지속 확충하고 있다. 또 포트폴리오 전환에도 속도를 낸다. 삼성전기는 미국 우주항공 기업에 고성능 MLCC를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MLCC는 우주환경에서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사용된다. 위성 1대에 최소 수천개가 들어간다.

장 사장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대규모 투자 확대와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따른 로보택시 도입 가속화, 휴머노이드의 현장 배치 본격화 등 전자부품 채용 확대 기회를 적극 활용해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는 매출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AI는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는 초기 단계"라며 "향후 5년 이상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이노텍- 단순 부품사 넘어 '솔루션'

LG이노텍은 AI 시대 생존을 위해 직접 개발 생산한 부품에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낸다.

문혁수 LG이노텍 사장은 "자체 개발한 부품을 공급하는 방식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축적된 기술과 제품 라인업에 기반해 최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LG이노텍 광주사업장 전경.[사진=LG이노텍]

문 사장이 말하는 솔루션은 개별 부품을 넘어 복수의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고객의 요구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LG이노텍이 연초 CES에서 공개한 '자율주행 복합 센싱 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이는 차량 카메라 모듈과 라이다(LiDAR), 레이더(Radar)에 소프트웨어 연동까지 통합한 솔루션이다.

문 사장 전략의 핵심은 피지컬AI 분야다. 피지컬AI는 자율주행차, 로봇처럼 AI가 가상공간을 넘어 실제 물리적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며 자율적으로 인지·판단·행동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LG이노텍은 로봇용 부품 분야에서 복합센싱 모듈을 앞세워 미국, 유럽 등 주요 고객사들과 활발히 협의 중이며 대규모 양산은 2027~2028년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피지컬 AI 분야의 의미있는 실적 기여는 3~4년 뒤 본격화될 전망이다. 최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로봇 인공지능 기업 스킬드AI를 찾으면서 LG이노텍의 로봇 부품 공급 협업도 검토되고 있다.

LG이노텍은 소프트웨어 역량 확보를 위한 외부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 어플라이드 인튜이션과 협력해 센싱 모듈과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통합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 데이터 확보와 시뮬레이션 기반 성능 검증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당장의 수익 성장은 반도체 기판을 담당한 패키지솔루션 사업부문이 주도한다. 패키지솔루션은 LG이노텍 내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은 핵심 사업이다. 지난해 매출 1조7200억원, 영업이익 128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8%, 82% 증가했다. 문 사장은 이 사업의 영업이익 기여도를 5년 내 광학솔루션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광학솔루션 사업부문은 지난해 매출 18조3184억원, 영업이익 4822억원을 기록했다.
(왼쪽부터)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문혁수 LG이노텍 사장.[사진=각사]

수요 대응을 위한 생산능력 확대도 병행한다. RF-SiP 등 기존 기판은 가동률이 최대 수준에 근접했고 서버용 FC-BGA는 향후 캐파 확대가 예상된다. LG이노텍은 중장기적으로 생산능력을 현재 대비 약 2배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차세대 기술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이노텍은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해 유리기판(Glass Core) 시제품을 개발 중이며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 사장은 "피지컬 AI 시대를 이끄는 모빌리티·로봇 센싱 분야 글로벌 톱티어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아일보] 장민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