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잇단 도발, 이란처럼 아이언돔 뚫는 '집속탄 실험'이었다
이란전서 능력 입증된 집속탄 과시도
EMP·정전탄으로 한반도 전력망 마비

북한이 집속탄두를 장착한 단거리탄도미사일 시험에 나섰다고 9일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다. 이란이 국제사회가 금지한 ‘악마의 무기’ 집속탄으로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세계 최강의 방공망 ‘아이언돔’을 뚫은 직후 자신들도 유사한 능력을 갖췄음을 공개한 것이다. 북한은 또 전자기무기(EMP)와 탄소섬유모의탄(정전탄)으로 유사시 한반도 전력망을 마비시키는 비대칭 교전 능력도 드러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방과학원과 미사일 총국이 6~8일에 걸쳐 ‘중요 무기체계들에 대한 시험’을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북한이 공개한 무기는 우선 집속탄두를 탑재한 단거리탄도미사일 화성-11가형(KN-23)이다. 집속탄은 하나의 거대한 폭탄 안에 든 수많은 소형 폭탄을 공중에서 흩뿌리는 무기라 일일이 요격이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폭발과 동시에 폭탄이 사방으로 퍼져 불특정 다수에게 광범위한 피해를 줘 비인도적 무기라고도 불린다. 북한은 전날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는데, 여기에 집속탄을 달아 소형 폭탄의 확산 여부를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집속탄 방식의 산포전투부 탄도미사일 실험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6.5~7㏊의 표적지역을 초강력 밀도로 초토화할 수 있다는 것을 확증했다”라고 실전 능력을 강조했다. 이는 축구장 10개에 달하는 규모로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주경기장을 한 번에 날릴 수 있는 수준의 위력이다. 또 북한이 전날 공개한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240㎞와 700㎞는 한반도 전역을 넘어 주일미군의 일본 나가사키현 사세보 해군기지도 사정권에 둔다.
앞서 6일 김여정 북한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한 유감 표명을 '수용한다'는 입장의 담화를 냈다. 그러면서도 김 부장은 “도발 사건이 재발될 때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를 경고한 바 있다. 실제 북한은 단순한 수사를 넘어 핵 못지않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 현대전 수행 능력의 무기 고도화를 당일 실행에 옮긴 셈이다.

북한은 또 ‘새끼탄’이라는 표현으로 작은 자탄을 흩뿌리는 집속탄의 특징을 부각했다. 미국·이란 전쟁에서 이스라엘 정밀 방공망을 파괴하면서 위력이 입증된 집속탄을 북한이 꺼내든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이란이 전쟁에서 보여준 비대칭 전력을 염두에 두고 북한도 이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라고 짚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6일 김여정 담화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를 경고했던 북한이 물리적인 실체를 보여준 셈”이라고 전했다.
불규칙한 비행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회피력이 뛰어난 KN-23과 집속탄의 결합은 한반도 안보 지형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한국 방공시스템이 개별 미사일에는 대응할 수 있어도 사방으로 퍼지는 미사일을 전부 막기란 쉽지 않다”라면서 “이스라엘의 방공망이 뚫렸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위협적이란 의미”라고 전했다. 다만 집속탄은 저고도 방어체계인 패트리엇 사정권 40㎞ 이하에서 퍼지는 만큼 남한 타격 이전에 요격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전에서 공군 기지나 활주로, 군수시설, 병력 집결지 등을 무력화하려 집속탄을 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전쟁 초기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출격과 지원 체계를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했다.
무차별적 살상력을 우려해 유엔은 2010년 집속탄 금지 협약(CCM)을 발표했다. 그러나 분단 특수성을 지닌 한국과 북한을 비롯해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은 가입하지 않았다. 북한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속탄을 불법으로 공급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다만 북한이 시험발사 장면을 담은 사진을 공개하지 않은 만큼 집속탄 성능 검증에 성공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북한은 이날 EMP와 탄소섬유모의탄이라는 전력·통신망을 마비시키는 무기 체계도 공개했다. 핵탄두 폭발로 만든 고강도 전자기파로 전자장비를 무력화하는 핵EMP는 북한이 실전에서 첫 공격 수단으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무기다. 전도가 높은 탄소섬유로 합선을 일으켜 상대방의 전력망을 파괴하기 때문에 일명 ‘정전탄’으로도 불리는 탄소섬유모의탄은 EMP와 함께 전쟁 초기 국가 핵심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소프트킬 무기 체계의 대표 주자다. 북한은 두 무기에 대해 “전략적 성격의 특수 자산”이라고 언급했다.
첨단 무기체계를 지닌 한미의 전쟁 수행 능력을 겨냥한 무기지만, 완벽한 방어 능력 구축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비용이 천문학적인데다가 방호 시설을 세운다 해도 외부 통신망으로 전자기파가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핵안보전력포럼 대표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북한의 핵EMP탄 단 3발이면 전국 전자기기가 모두 멈춘다고 봤다. 전력망 복구까지는 최대 1년 이상이 걸린다는 전망도 있다.
다만 북한은 이번 미사일 시험은 자국 무기체계 개발·갱신을 위한 ‘정기적인 활동의 일환’이라면서 군사적 도발과는 선을 그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시험을 참관하지 않았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 대화 가능성이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외교적 메시지 관리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구현모 기자 nine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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