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25시] 검찰판 ‘왕사남’… 20년 전에도 권력은 한명회 손에

김희래 기자 2026. 4. 10.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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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회·성삼문·엄흥도 후손들
같은 기간 영월지청에서 근무
춘천지방검찰청 영월지청. /뉴스1

1455년 폐위된 조선의 왕 단종이 강원도 영월로 유배된 후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다룬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가 1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단종을 둘러싸고 정치적 노선을 달리했던 한명회·성삼문·엄흥도의 이야기가 영화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단종 폐위 551년 후 춘천지검 영월지청에서 세 사람의 문중 후손들이 검사로 함께 근무한 사실이 검찰에서 다시 거론되고 있다.

2006년 2월, 영월지청장으로 한찬식(사법연수원 21기) 전 서울동부지검장이 부임했다. 한 전 지검장은 계유정난(癸酉靖難)으로 단종을 폐위하고 왕위에 오른 세조의 오른팔 한명회와 본관(청주 한씨)이 같다. 이즈음 성상헌(30기) 현 서울남부지검장도 영월지청에 평검사로 부임했다. 엄희준(32기) 현 광주고검 검사는 한 해 전인 2005년 2월 영월지청에 부임해 평검사로 근무 중이었다. 성 지검장은 단종 복위를 도모하다가 처형된 사육신 성삼문의 창녕 성씨 문중 후손이고, 엄 검사는 영화 ‘왕사남’의 주인공 엄흥도의 직계 후손이라고 한다. 영화에서 영월 엄씨 엄흥도는 유배된 단종을 보살피고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른 영월의 호장(戶長)으로 소개됐다.

한·성·엄 세 사람은 2006년 2월부터 그해 8월까지 6개월간 영월지청에서 함께 근무했다. 단종 폐위를 주도한 한명회와 파는 다르지만 청주 한씨 후손이 지청장을, 단종을 지키려 한 성삼문·엄흥도의 후손이 평검사로 함께 근무한 것이다. 다만 한 전 지검장은 영월지청장으로 부임해 성 지검장, 엄 검사 등을 대동하고 영월에 있는 단종릉을 참배했다고 한다. 영월지청에는 지청장이 부임하는 날 단종릉을 참배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한다.

한 전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서울동부지검장을 끝으로 퇴임했고, 지금은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성 지검장은 현 정부 출범 후 법무부 검찰국장 등을 거쳐 서울남부지검장을 맡고 있다. 윤석열 정부 때 대검찰청 반부패기획관 등을 지낸 엄 검사는 이재명 정부 들어 광주고검 검사로 좌천됐고, 이재명 대통령이 연루된 ‘대장동 사건’ 수사에 부당하게 관여했다는 공격을 현 여권에서 받고 있다. 세 사람은 영월지청 근무 연을 계기로 1년에 한 번꼴로 만났다고 한다. 다만 계엄과 탄핵을 거치면서 검찰이 격변에 휘말려 최근엔 모임이 이어지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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