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스까지 날아갔지만… ‘헝가리 트럼프’ 오르반, 16년 통치 막내리나

헝가리에서 12일 총선이 열리는 가운데 16년째 철권 통치 중인 오르반 빅토르 총리의 연임 여부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세계 권위주의 지도자들과 친분을 유지하며 유럽연합(EU)과 갈등을 빚어온 오르반이 실각할 경우 유럽 내 정치 지형 등 국제 정세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6년 장기 집권 최대 위기
2010년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며 정권을 잡은 오르반은 이후 네 차례 선거에서 모두 이기며 장기 집권 체제를 굳혀왔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제가 급격히 악화했고, 물가 상승률이 한때 20%에 육박하면서 민심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헝가리 국민의 52.3%가 ‘오르반 정부의 국정 운영에 불만을 느낀다’고 답했고, 특히 오르반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던 농촌 지역에서조차 과반이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 오르반 정권의 핵심 인사 중 한 명이던 마자르 페테르가 정권의 부패와 비리를 폭로하고 나서면서 최대 견제 세력으로 급부상했다. 2024년 소규모 중도우파 정당이던 ‘티서(TISZA)’를 인수, 반부패 정당으로 재편한 마자르는 “부패를 척결하고 경제 문제를 해결해 현대적인 헝가리를 만들겠다”는 구호를 내걸어 젊은 층의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다.
창당 후 첫 전국 단위 선거였던 지난해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티서는 30% 득표를 기록하며 헝가리에 배정된 21석 중 7석을 확보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상승세는 이번 선거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이코노미스트가 취합한 현지 여론조사 결과 오르반이 이끄는 집권당 피데스(Fidesz) 지지율은 평균 42%로, 티서(47%)보다 5%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쪽 난 세계 지도자들
이번 선거는 헝가리 내부 정치를 넘어 트럼프·푸틴 등 ‘스트롱맨’들과 EU 정상 간 대리전으로 번지고 있다. 오르반과 반(反)이민·기독교 정체성을 공유하는 트럼프는 7일 JD 밴스 부통령을 헝가리에 급파해 선거 유세를 지원하도록 했다. 이날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헝가리·미국 우호의 날’ 행사에서 밴스는 트럼프와 즉석으로 통화를 연결했고, 트럼프는 “오르반은 훌륭한 일을 해내는 사람”이라며 “다른 나라처럼 이민자들이 당신들의 나라(헝가리)를 침략하고 망쳐놓는 것을 막았다”고 추켜세웠다. 밴스 역시 “주권과 민주주의, 진실을 지키길 원한다면 투표소에 가서 오르반과 함께하라”고 말하는 등 노골적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러시아 역시 유럽 내 대표적인 친러 지도자인 오르반을 물밑에서 돕고 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러시아 군사정보기관 요원들이 현재 부다페스트에 머물며 오르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선거를 흔들기 위한 작전에 관여하고 있다”며 “심지어 오르반에 대한 암살 시도를 연출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방안까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반면 EU 지도자들은 표면적으로는 중립을 지키면서도 친유럽 성향의 마자르가 당선될 경우 관계 정상화 등을 약속하며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오르반은 그간 EU의 대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에서 거부권을 활용해 결정을 지연시키는 등 노골적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이에 EU는 오르반 정권의 사법부 장악과 부패, 인권 탄압 등을 문제 삼으며 200억유로(약 34조원) 지원금을 동결, 헝가리를 재정적으로 압박해왔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이번 선거 결과는 헝가리의 국내 정치뿐 아니라 EU의 정책 결속력, 나아가 중부 유럽에서 러시아와 서방 간 영향력 줄다리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했다.
◇선거 시스템이 변수
현재 주요 여론조사에서는 티서가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헝가리의 독특한 선거제도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르반 정권은 2010년 총선 승리 이후 선거법을 30번 이상 개정, 집권 다수당에 유리한 체제를 도입했다. 국회의원 199명 중 106명을 지역구에서, 93명을 비례대표로 선출하는데, 지역구 선거의 경우 결선 투표를 없애 소수 정당에 불리하도록 했다.
또 당선자가 승리에 필요한 표보다 더 많이 얻은 ‘잉여표’를 합산해 정당 득표에 반영하는 ‘잉여표(surplus votes)’ 제도 역시 집권 다수당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구조다. 애틀랜틱카운슬은 “피데스에 유리하게 설계된 선거 구조가 티서의 우위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7개월 만에 하락 전환
- 與 김영진, 김용 출마 반대 “대법 판결 앞둔 사람 공천한 예 없어”
- 종전 기대감에 6100선 뚫은 코스피, 연초 대비 상승률 ‘세계 1위’
- 대한항공 유류할증료 역대 최고로... 5월 인천~뉴욕 왕복 112만원
- “이란, 호르무즈 개방안 제시…오만 영해 통항 시 공격 자제”
- ‘친환경’ 신발 기업 올버즈, AI 기업으로 변신 선언하자 주가 600% 폭등
- 못 말리는 대통령 SNS 애착이 부른 외교 마찰⋯ 참모들은 전전긍긍
- 7000선 뚫어낸 미 S&P500, 70년만에 700배 불어나
- 슬라이스 방지 특화된 한국 브랜드 유틸리티, 8만원대 조선몰 단독 특가
- “구준엽, 故서희원 그림 그리며 건강 회복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