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빼고, 자유투 오조준… 씁쓸한 농구판

성진혁 기자 2026. 4. 10.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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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프로농구 ‘져주기’ 논란

패하면 이득이라 전략적으로 경기를 내준다? 최근 한국과 미국 프로농구에서 볼 수 있는 뒤틀린 풍경이다. 경기에서 지면 플레이오프(PO)에서 더 수월한 상대를 만날 수 있고, 패배를 거듭할수록 다음 시즌 ‘특급 신인’을 확보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기지 않으려 애쓰는 웃지 못할 장면에 팬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지난 8일 안양 정관장아레나. 프로농구 서울 SK는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홈팀 안양 정관장에 65대67로 패했다. 65-65 동점 상황에서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친 뒤, 느슨한 수비로 골밑 레이업슛을 허용해 패했다. SK는 32승 22패를 기록, 정규 리그 최종 4위로 6강 플레이오프에 나서게 됐다.

프로농구 SK 전희철(오른쪽) 감독이 지난 8일 정관장과의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김명진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경기가 끝나고 SK가 고의로 패배했다는 이른바 ‘탱킹’ 논란이 제기됐다. /KBL

이 경기 전까지 정관장은 2위, SK는 공동 3위라 ‘이변’은 아니었다. 다만 정관장은 이미 2위를 확정한 상황이었고, SK는 승리 시 단독 3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그럼에도 SK의 경기 내용은 “전략적으로 4위를 택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SK는 리그 득점 1위 자밀 워니를 비롯해 김낙현, 최원혁, 최부경, 김형빈, 알빈 톨렌티노 등 주축 선수들을 모두 뺐다. 3쿼터까지 57-53으로 앞서던 SK는 4쿼터에 단 8점에 그치며 역전을 허용했다. 특히 경기 종료 13.5초 전, 65-65 상황에서 신인 김명진이 자유투 2개를 모두 림 왼쪽으로 크게 빗나가게 던진 장면은 팬들의 거센 비난을 불렀다. 한 번은 림을 겨우 스쳤고, 다른 한 번은 백보드만 맞고 나왔다.

이 패배로 SK는 16분 먼저 끝난 경기에서 5위를 확정한 고양 소노와 6강 PO에서 맞붙게 됐다. 상대 전적에서 4승 2패로 앞서는 팀이다. 반대로 이날 승리해 3위에 올랐다면, 2승 4패로 열세인 부산 KCC를 만나는 상황이었다. 손대범 해설위원은 “마지막 자유투 실패는 고의라면 더 큰 문제고, 고의가 아니어도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이라고 꼬집었다. 한 농구 관계자는 “농구장을 찾은 팬들을 우롱한 씁쓸한 경기였다”고 했다.

SK 구단은 “부상자가 많아 후보와 2군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고, 경험 부족으로 막판 운영이 매끄럽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파장은 커져간다. KBL은 10일 재정위원회를 열어 ‘불성실한 경기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PO에서 SK를 만나게 된 소노 구단 관계자는 “우리를 선택한 것이 잘못됐다는 걸 증명하겠다”고 했다.

지난 2월 유타 재즈 재런 잭슨 주니어(가운데 사복) 등 선수들이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유타는 이날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119대135로 졌다. /AFP 연합뉴스

미국 프로농구 NBA는 ‘탱킹(tanking)’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본래 ‘패배’나 ‘추락’을 뜻하는 이 용어는, PO 진출이 어려워진 하위권 팀들이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을 얻기 위해 시즌을 사실상 포기하는 행태를 가리킨다.

현재는 전체 30팀 중 10팀 정도가 사실상 패배를 감수하는 경기를 펼치고 있다. 2026 NBA 드래프트가 캐머런 부저(듀크대), 대린 피터슨(캔자스대), AJ 디반사(브리검영대) 등 특급 유망주들이 쏟아지는 ‘역대급 풍년’으로 평가되면서 각 팀이 앞다퉈 탱킹에 뛰어든 것이다. NBA 드래프트는 PO에 진출하지 못한 14팀이 추첨에 참여해 상위 1~4순위를 결정하는데 전년도 정규 시즌 성적이 나쁠수록 높은 확률(최하위 3팀은 각각 14% 확률)을 갖는다.

올 시즌 탱킹이 의심되는 장면이 끊임없이 포착되고 있다. 현재 동부 콘퍼런스 최하위인 워싱턴 위저즈는 지난 2월 올스타에 10차례 선발된 수퍼스타 앤서니 데이비스를 기껏 트레이드로 영입하고도 손 부상 등을 이유로 단 한 경기도 출전시키지 않았다. 서부 콘퍼런스 최하위 유타 재즈는 승부처인 4쿼터에 에이스 라우리 마카넨을 벤치로 불러들이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NBA 사무국은 지난 2월 ‘고의 패배’와 관련해 재즈 등에 수억 원대 벌금을 부과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23년 서부 최하위를 기록한 뒤 223㎝ 센터 빅터 웸바냐마의 가세로 다시 우승 후보로 부상한 샌안토니오 스퍼스처럼 잘 뽑은 루키는 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애덤 실버 NBA 총재는 최근 ‘안티 탱킹’ 제도 도입을 공식화했다. 하위권 팀의 상위 지명 확률을 낮추거나, 최근 두 시즌 성적을 합산하는 방식, 특정 팀이 연속으로 상위 지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 말 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탱킹(tanking)

‘실패’란 뜻을 갖고 있으며, 프로 스포츠에서 하위권 팀이 다음 시즌에 좋은 선수를 뽑아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남은 경기를 고의로 포기하는 전략적 행보를 가리킨다. 순위가 낮을수록 우수한 신인을 뽑을 확률이 큰 미국식 스포츠 리그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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