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챔피언도 휴대폰 쓰다 쫓겨났다… 마스터스의 고집
코스에서 뛰어다니는 것도 금지
골프에 방해되는 요소 ‘원천 차단’
오거스타 내셔널의 93년 전통 앞에선 메이저 대회 우승자도 고개 숙일 수밖에 없었다. 1989년 디 오픈 우승자 마크 캘커배키아(66)가 ‘휴대폰 사용 금지’ 룰을 어겨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무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쫓겨났다. 지난 8일 ‘명예 초청자’ 자격으로 연습 라운드를 관람하러 왔다가 벌어진 일이다.
마스터스 주최 측은 골프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소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관람객은 물론 취재진과 선수들도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휴대폰뿐만 아니라 노트북과 태블릿, 무전기 등 무선 통신 기기는 모두 금지된다.

대신 유선 공중전화를 대회장 곳곳에 설치한다. 오거스타 밖 세계와 통신하려는 관람객이 공중전화 부스에서 줄을 서 순서를 기다리는 진풍경이 해마다 연출된다. 또 스마트폰을 쓸 수 없는 관람객들이 연습 라운드 때만 허용된 사진 촬영을 위해 일회용 카메라를 사서 들고 다니는 것도 마스터스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엄격한 전통은 이뿐이 아니다. 캐디들은 반드시 상·하의가 연결된 흰색 점프수트를 입고 초록색 모자를 써야 한다. 선수나 캐디가 모자를 거꾸로 쓰는 행위도 금지다. 또 골프 코스에서는 누구도 뛰어선 안 된다. 구경하기 좋은 자리를 맡으려는 관람객들이 뛰지 못해서 경보하듯 빠르게 걷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관람객을 ‘갤러리’가 아니라 ‘페이트런(patron)’이라고 부르는 것도 마스터스의 전통이다. ‘선수들의 후원자’란 의미에서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대신 후원자에게 혜택을 돌려주는 차원에서 식음료 가격은 미국의 시장 물가보다 매우 저렴하게 유지한다. 마스터스 대표 간식 피멘토 치즈 샌드위치는 단돈 1달러 50센트(약 2220원)다.
고집스레 지키는 전통만큼 오래 이어지는 징크스도 있다. 개막 전날 열리는 파3 콘테스트에서 우승하면 본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1960년 파3 콘테스트가 시작된 이래 지난해까지 65년간 이어져 와 많은 선수가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 징크스 때문에 파3 콘테스트에 출전하고도 일부러 실격당하거나 스코어 카드를 제출하지 않는 선수가 적지 않다. 규정상 본인이 아닌 사람이 샷을 하면 그 즉시 실격 처리되는데, 이를 마스터스에선 NS(Not Scored·점수 없음)라 표현한다. 올해도 85명이 참가해 68명이 NS 처리됐다. 단 17명만 정상적으로 9홀 경기를 치른 셈이다. 올해 파3 콘테스트는 6언더파를 친 잉글랜드 아론 라이가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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