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냉각 수요 급증… 매출 1년 새 두 배로

팜비치/오로라 기자 2026. 4. 10. 00: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냉난방공조 기업 ‘캐리어’ 가보니
지난 1일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캐리어 본사에서 크리스찬 세누 캐리어 데이터센터 메가프로젝트 부문 부사장(VP)이 자사 칠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실제 데이터센터용 칠러는 이 제품보다 훨씬 거대하다"고 했다. /팜비치=오로라 기자

지난 1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글로벌 캐리어(캐리어) 본사 1층. 축구장 3개 규모(연면적 22만4000평방피트·5층)의 본사 건물 냉방을 책임지는 칠러(Chiller·냉각기) 두 대가 굉음을 울리며 작동하고 있었다. 고무 귀마개를 끼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칠러에 연결된 굵은 배관들이 쉴 새 없이 냉각수를 건물 곳곳으로 순환시키며 미세하게 진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크리스찬 세누 캐리어 데이터센터 메가프로젝트 부문 부사장(VP)은 “이 제품은 300톤급(하루에 300톤의 물을 얼음으로 얼릴 수 있는 제품)으로, 단 한 기만으로 이 건물 전체 냉방을 책임진다”며 “하지만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들어간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는 2000톤급 초대형 칠러 수십 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캐리어와 같은 세계 선두 냉난방공조(HVAC)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을 차세대 먹거리로 보고 경쟁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 이유라는 것이다.

◇AI 붐에 꽃 피는 HVAC 산업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캐리어의 공장에서 칠러가 생산되고 있는 모습. /캐리어

구글·아마존·메타·오픈AI 등 미국 대표 AI 기업들이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며 전통 HVAC 기업들도 날개를 달고 있다. 이들이 주력하던 가정용·건물용 냉난방 시장은 수년 간 정체 상태였는데, 1GW(기가와트) 이상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일면서 냉각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데이터센터의 냉각이 원활하지 않으면 AI 칩이 과열로 타버리고, 셧다운이 일어날 수 있다. 빅테크들이 신뢰도 높은 냉각 설비 선점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이날 캐리어 본사 2층에는 실제 회사가 사용 중인 서버의 일부가 전시되어 있었다. 서버룸 문을 열자 냉각을 위한 바람 소리가 요란했다. 세누 부사장은 “지금까지 서버들은 ‘공기 냉각’으로 충분했지만, 열을 훨씬 많이 내뿜는 AI 데이터센터는 액체 냉각이 필수”라고 했다.

이를 위해 캐리어는 지난해부터 서버 위에 흐르는 냉각수를 차게 해 배분하는 ‘냉각분배장치(CDU)’ 생산을 시작했다. 앞서 2021년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인 엔라이트를 인수했다. 올해부터 캐리어는 전통 주력 상품인 칠러부터 CDU, 소프트웨어까지 아우르는 ‘퀀텀 리프’ 제품군을 선두로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세누 부사장은 “캐리어의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2024년 5억달러에서 지난해 10억달러로 성장했고, 올해는 퀀텀 리프를 앞세워 15억달러(약 2조22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고 했다.

◇오텍캐리어, 퀀텀 리프 한국에 이식

한국의 오텍캐리어는 올해 10월 킨텍스에서 열리는 한국냉난방공조전(하프코)에서 캐리어의 CDU를 전시하고, 본격적으로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2026년 3월 18일 서울 영등포구 오텍캐리어 본사에서 임승철 부사장이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경식 기자

임승철 오텍캐리어 부사장(연구소장)은 “캐리어의 CDU는 서버를 식히고 돌아온 냉각수와 칠러가 보내온 냉각수 사이의 온도 차가 2도에 불과하다”면서 “경쟁사는 약 4도가 차이 나는데, 차이가 2도 줄어든다는 것은 전기료가 10~15% 정도 절감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어나며 캐리어는 물론 오텍캐리어의 생산 구조도 바뀌고 있다. 지난 2년간 데이터센터용 칠러 생산 능력을 4배로 늘린 캐리어에 맞춰, 오텍캐리어 역시 올해 광주 공장의 가정용 에어컨·열차용 냉방 제품 생산 라인 중 일부를 데이터센터용 칠러 생산으로 전환하고 있다. 임 부사장은 “향후 3~5년 사이에 한국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의 20~30%가 액체 냉각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