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성찰 기록, 손자 손길 거쳐 봄에 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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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토지'를 남긴 박경리 작가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책 '산다는 슬픔'이 나왔다.
박경리 작가의 외손자인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이 할머니의 생과 작품 세계를 풀어냈다.
제목 미상의 시에는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이 할머니의 생과 작품 세계를 숙고하며 가제를 붙였다.
박경리 작가는 외손자 김원보 씨를 돌보던 사랑에 관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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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공개 유고 시 47편 수록
삶에서 겪은 상실 문학으로 치환

“이 쓰라림은 어디서 오는 걸까/(중략)/벌판 같은 거리에서/어울려 가면서도/서로 부딪치는 차가운 심장 때문일 거야/아아 산다는 슬픔 때문에” (시 ‘산다는 슬픔’ 중)
대하소설 ‘토지’를 남긴 박경리 작가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책 ‘산다는 슬픔’이 나왔다.
박경리 작가의 외손자인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이 할머니의 생과 작품 세계를 풀어냈다.
그간 공개되지 않은 작가의 말들이 담긴 시집으로, 토지문화재단의 소장 자료 중 미공개 유고 시 47편이 실렸다. 시인과 작가이자 한 인간이었던 박경리의 기록들이 담겼다. 제목 미상의 시에는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이 할머니의 생과 작품 세계를 숙고하며 가제를 붙였다.

박경리는 원주에서 ‘토지’ 창작을 이어가며 외손주들을 돌봤다. ‘너무나도 솔직했기 때문’에 시집으로 엮이지 못했던 시들이 ‘산다는 슬픔’에 수록됐다.
“나는 그렇게 서 있었다/물망초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처음 단구동 이 집에 왔을 때도/물망초는/그늘에서 호젓이 피어 있었다/나는 너 같은 꽃이 아니다/잊지 말라고 당부할 사람/천지간에 없는 여자니깐/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나를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중략)/나는 너의 감상을 경멸했을 것이다/어린 원보 보듬던 그 사랑이/하늘나라 말고 어디 있겠는가” (시 ‘물망초’ 중)
박경리 작가는 외손자 김원보 씨를 돌보던 사랑에 관해 썼다. 물망초의 ‘한 올 거짓 없는 사랑’조차 외손자를 보듬던 사랑에 비할 수 없었다. 약 200편의 시를 남긴 작가는 노트에 시를 적어 가며 시대와 가족, 생명에 대한 성찰을 담아냈다. 생전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작가는 작품을 내놓으면 그걸로 끝”이라며 “문학작품에 모든 것이 들어있고 독자가 읽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평생 문학과 정치에 대한 인터뷰를 거부해 왔지만, 그의 문학관을 가늠할 수 있는 시도 실렸다.
“문학은 꽃이 아니다/오락가도 물론 아니다/사탕발림의/값싼 위안일 수도 없다/(중략)/아득한 하늘/별과 같은 곳을 향해/영혼을 찾아 나서야 하고/땅 위에서 곡식을 심어 먹는 일이다/그리고 사랑의 오두막집/안개비 내리는 풍경이다” (시 ‘문학’ 중)
박경리 문학의 시작과 끝은 시로 읽히기도 한다. 소설가로서의 명망이 깊지만, 그는 소설 등단보다 1년 앞선 1954년에 시 ‘바다와 하늘’을 처음 발표했다. 박경리는 전쟁으로 잃은 배우자와 사고로 잃은 아들을 그리워하며 시를 쓰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인간을 무력하게 하는 상실 속에서도 그는 글을 써내려갔고, 지반에 깔린 슬픔은 문학이 됐다.

김세희 이사장은 “할머니가 자신을 위해서 써 내려간 조각난 글들을 바라보니 가족으로서 할머니가 감당하며 살아왔을 슬픔과 고통의 무게와 깊이가 심장을 찔러왔다”며 “할머니의 슬픔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슬픔의 밑바닥에 숨겨놓은 찬란한 빛을 찾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할머니 #박경리 #물망초 #외손자 #김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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