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알퍼의 런던 Eye] [31] 한국 창문이 그립다

영국에서 오래된 건물이 많은 지역을 걷다 보면 가끔씩 창문이 벽돌로 메워진 특이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런 건물이 탄생한 배경은 영국의 별난 역사에서 기인한다. 17세기 후반 영국이 농업 혁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면서 영국인들은 비싼 자재로 큰 집을 짓기 시작했고 창문에 사용된 유리도 그중 하나였다.
영국 정부는 호황에 숟가락을 얹고 싶어 했다. 돈이 많을수록 큰 집에 살고, 큰 집일수록 창문이 많을 것이라는 발상에서 창문 숫자대로 세금을 부과하는 ‘창문세’를 고안했다. 세금을 달가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벽돌로 창문을 막아 세금을 덜 낼 방법을 찾았다.
영국인들이 창문 개수를 걱정하던 시절에 지구 반대편 한국인들은 한지로 창문을 덮고 있었다. 한지는 장점이 있는 소재다. 하지만 단열과 내구성은 약하다. 또한 사극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처럼 한지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뚫어 이웃의 방안을 염탐할 수 있으니 사생활 보장도 어렵다.
17세기로 돌아간다면 유리 창문을 자랑하던 영국인들이 한국의 종이 창문을 얕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 전세가 역전됐다. 영국 주택 10채 중 1채에는 여전히 17세기에 유행하던 홑겹 창문이 달려 있다. 오래된 건축물의 역사적, 미적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막고자 정부가 고택들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집주인 마음대로 이중창으로 바꿀 수 없다.
영국에서는 이중 유리창이 달린 집이라도 높은 수준의 단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영국 집들은 한국 아파트처럼 현대적인 콘크리트가 아닌 벽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단열 효과가 큰 두꺼운 창문을 설치할 수 있는 벽 두께가 나오지 않는다.
한국에 살았을 때는 사실 창문에 크게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우리는 무언가가 눈 앞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 고향인 영국에 돌아와 우리 집의 얄팍한 창문을 열 때마다, 레일이 달려 슬라이딩이 되던 두껍고 묵직한 한국의 3중 유리창이 생각난다. 그 창문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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