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아내를 사랑한 제자’…‘불륜’ 아닌 ‘로맨스’가 되다

안진용 기자 2026. 4. 9.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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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로베르트 알렉산더 슈만과 그의 아내 클라라 슈만, 그리고 슈만의 제자였던 요하네스 브람스의 사랑 이야기는 '세기의 삼각관계'라 불린다.

두 곡의 정서는 연륜이 쌓인 중년의 슈만, 그리고 패기가 넘치는 젊은 브람스의 모습 만큼 간극이 크지만, 클라라라는 인물을 향해 두 사람이 각각 품고 있는 사랑의 모양을 드러내고, 그 크기를 증명하는 데 모자람이 없다.

그리고 슈만과 클라라, 그리고 브람스는 결코 '선'을 넘지 않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그들의 관계와 삶에 윤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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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슈만’

독일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로베르트 알렉산더 슈만과 그의 아내 클라라 슈만, 그리고 슈만의 제자였던 요하네스 브람스의 사랑 이야기는 ‘세기의 삼각관계’라 불린다. 하지만 요즘 TV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소재인 ‘불륜’과는 거리가 멀다. 예술을 향한 열정, 그리고 인간을 향한 진정한 사랑과 배려가 세 사람의 심연에 깔린 주요 정서다. 서울 대학로 더굿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슈만’이 고전의 힘을 발휘하면서 더 큰 울림을 주는 이유다.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은 시작부터 극적이다. 슈만은 스승인 프리드리히 비크 교수의 집에서 사사하다가 스승의 딸 클라라를 사랑하게 된다. 클라라는 이미 피아니스트로서 각광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비크 교수는 무명인 슈만에 딸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둘은 부부가 되고 슈만은 독일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거듭난다. 그리고 그들의 집에 어린 브람스가 오게 된다. 슈만은 제자의 재능을 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극찬하며 자신의 후계자로 점찍는다. 하지만 브람스는 스승의 아내이자 14세 연상인 클라라에게 연민을 품는다. 브람스는 슈만의 뒷바라지 때문에 피아니스트로서 재능을 썩힌 클라라를 안타까워한다. 그 무렵 슈만은 우울증 등 정신병을 앓았고 결국 세상을 떠난다. 슈만의 사망 후 클라라는 40년을 더 살았지만 “슈만의 아내로 남겠다”는 다짐을 실천한다. 브람스도 그런 클라라를 존중하는 동시에 스승인 슈만에 대한 예의를 지켰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으며, 슈만·클라라 자녀의 후견인이 되어 매월 생활비를 보냈다. 그리고 클라라가 죽은 이듬해 브람스도 눈을 감았다.

연극 ‘슈만’은 슈만·클라라 부부의 두 챕터 중 후반 이야기에 집중한다. 몸이 쇠락하고 위신이 흔들리는 말년의 슈만은 다소 신경질적이고 괴팍하다. 하지만 그는 애써 자신의 것을 지키려 버둥대지 않는다. 자신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온 클라라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내고, 브람스에게 자신의 모든 자리를 내어줄 결심을 한다. 아내를 향한 브람스의 감정을 익히 알면서도 애써 외면한다. 감정을 추스르며 예술을 지키고, 오히려 그들을 보호하려 노력한다.

연극 ‘슈만’

그런 슈만의 모습은 배우 박상민의 탄탄한 연기를 통해 승화된다. 그는 지난 2023년 ‘슈만’을 통해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3년 후, 박상민은 다시 슈만의 옷을 입었다. 게다가 단일 캐스팅을 고수했다. 슈만에 집중한 박상민, 박상민을 통해 구현된 슈만을 오롯이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예술과 헌신, 그리고 도리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는 작품”이라며 “클래식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인간의 사랑과 관계, 헌신의 메시지가 음악과 어우러져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슈만’은 클래식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어도 즐길 수 있다. 슈만이 클라라를 위해 만든 ‘시인의 사랑’은 서정적이고, 브람스가 클라라와 함께 연주하는 ‘헝가리 무곡’은 열정적이다. 두 곡의 정서는 연륜이 쌓인 중년의 슈만, 그리고 패기가 넘치는 젊은 브람스의 모습 만큼 간극이 크지만, 클라라라는 인물을 향해 두 사람이 각각 품고 있는 사랑의 모양을 드러내고, 그 크기를 증명하는 데 모자람이 없다.

그리고 슈만과 클라라, 그리고 브람스는 결코 ‘선’을 넘지 않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그들의 관계와 삶에 윤을 낸다. 훗날 그들의 모습이 ‘세기의 불륜’이 아닌 ‘세기의 사랑’으로 길이 불릴 수 있는 이유다.

한편 박상민 외에 정애연·김정화(클라라), 김이담·오승윤(브람스) 등이 참여한 ‘슈만’은 12일까지 서울 대학로 더굿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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