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해협 하루 통과 선박 15척 제한”

염현아 기자 2026. 4. 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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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미국과의 휴전 이후에도 세계 핵심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유지하며, 하루 통과 선박을 10여척으로 제한하고 통행료 부과까지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최근 미국과의 2주간 휴전 기간에도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엄격히 제한하고, 선박에 사실상의 '통행 허가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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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 보도
WSJ·FT “암호화폐·중국 위안화로 통행료 부과 추진"
호르무즈 통행량 하루 135척→4척 급감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조선이 항로를 변경하는 모습./프레스TV

이란이 미국과의 휴전 합의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되, 하루 통과 선박을 최대 15척으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은 8일(현지 시각) 이란의 한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모든 선박의 이동은 이란 당국의 승인과 특정 프로토콜 이행을 전제로 한 조건부 허용”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통행 프로토콜은 전날 공개된 대체 항로 이용과 이란 정예 군사조직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통제 방침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제시한 대체 항로는 기존 오만 영해를 지나는 항로 대신, 이란 군사기지가 있는 라라크섬 근처 대체 항로 이용이 포함돼 있다.

이란 정부는 이미 이런 방침을 역내 주요 국가들에 공식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통신은 전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 통제를 유지하면서 하루 통과 선박 수를 약 10여척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란은 해협을 지나는 선박이 IRGC와 사전 조율을 거치도록 요구하고 있다. 선박들은 사전에 통행료를 협의한 뒤 암호화폐나 중국 위안화로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이란 석유·가스·석유화학제품 수출업체 연합의 하미드 호세이니 대변인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모든 유조선은 사전에 이메일로 통과 요청을 해야 하며, 이후 당국이 디지털 화폐 기준 통행료를 통보한다”고 밝혔다. 통행료는 배럴당 약 1달러 수준이며, 빈 유조선은 비교적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제는 짧은 기한 내 비트코인 등으로 이뤄져야 한다. 제재로 인한 추적과 자산 압류를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선박 규모에 따라 통행료는 크게 달라지며 초대형 유조선의 경우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 원)에 이를 수 있다.

이란의 선박 통제로 실제 통행량은 급감했다. 에너지 정보업체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쟁 이전 하루 약 135척이 오가던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은 최근 4척 수준까지 줄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페르시아만에 정박 중인 화물선들./로이터·연합뉴스

휴전으로 긴장이 완화되는 듯했지만, 이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지속과 이란의 보복 가능성까지 겹치며 해협 통행은 사실상 마비 상태다. 전쟁 기간 무허가 선박을 공격해 해협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확보한 이란이, 이를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란은 자국 및 우호국 선박에는 낮은 비용을 적용하거나 통과를 허용하는 반면,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연계된 국가 선박에는 제한을 두는 차등 체계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과가 허용된 선박 역시 기존 항로 대신 이란 연안을 따라 좁은 수로를 이용해야 한다.

국제사회 반발은 거세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LNG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요충지다. 이란이 통제권을 강화할 경우 에너지 공급 차질과 물가 상승 압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자유로운 항행’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란은 혁명수비대 승인 없이 해협을 통과할 경우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자국이 설치한 기뢰를 이유로 들며 “안전을 위해 군과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조치는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크다. 자연 해협인 호르무즈는 운하와 달리 통행료 부과가 허용되지 않으며, 이는 유엔해양법협약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동 산유국과 주요 에너지 수입국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일부 통행료를 위안화로 부과하려는 움직임은 원유 거래에서 서방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휴전이 유지되더라도 이란이 신뢰할 만한 안전 보장책을 내놓지 않는 한, 해협 통행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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