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투기 추적] ② 농지가 골프장으로...박덕흠 의원 일가의 '비결'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의 배우자 최 모 씨는 강원도 홍천군에 5,800㎡가 넘는 농지를 갖고 있다. 3년 전인 2023년 임야로 ‘지목 변경’된 농지까지 포함하면 총 면적은 20,000㎡가 넘는다. 최 씨는 2005년 무렵부터 강원도 홍천군 일대 농지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당시 최 씨의 집 주소지는 서울 강남구였고, 박 의원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2012년부터는 충청북도 옥천군을 집 주소지로 쓰고 있다. 박 의원의 지역구는 충청북도 보은·옥천·영동·괴산이다.
최 씨는 제주도 서귀포시에도 3,382㎡ 규모의 농지를 갖고 있다. 매입 시점은 2002년으로 강원도 홍천군 소재 농지를 취득하기 전이다. 농지법상 농지를 취득하면, 농지 소유주에겐 원칙적으로 자경 의무, 즉 스스로 농사를 지어야 하는 의무가 부여된다. 그런데 최 씨는 이미 제주도에 농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서울과 멀리 떨어진 강원도의 농지를 매입했다. 왜 그랬을까. 사건의 시작은 2005년으로 거슬러 간다.

2005년경 시작된 박덕흠 가족의 골프장 사업
지난 2023년 강원도 홍천군에는 한 골프장이 문을 열었다. 평일 그린피가 30만 원 이상으로 고급 골프장을 표방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 골프장은 원래 마을 주민들이 농사를 짓던 농지였다. 농지가 골프장으로 개발된 건데 앞서 이 농지를 사들였던 사람이 바로 배우자 최 씨다.
2005년경부터 최 씨와 박 의원의 친형 박 모 씨, 장모인 또 다른 박 모 씨 등이 개인 명의로 농지를 매입했다. 그리고 몇년 뒤, 한 건설사가 이들 농지에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사업 계획을 강원도에 제출했다. 강원도는 2010년 12월, 해당 골프장 사업 계획을 승인했다. 당시 강원도로부터 골프장 사업 허가를 받은 건설사는 원하레저, 그런데 이 건설사 대표는 배우자 최 씨였다.
당시 원하레저의 지분 구조를 보면, 박 의원의 세 자녀가 지분 45%를 각 1/3씩(15%) 나눠가졌고, 박 의원이 최대주주인 원화코퍼레이션이 지분 49.49%를 가졌던 것으로 확인된다. 최 씨도 지분 4.51%를 가져 이들이 보유한 총 지분은 99%로 나타났다. 농지를 매입한 사람도 골프장 사업 허가를 받은 곳도 모두 박 의원의 가족이거나 가족과 관계된 회사였던 셈이다.

이처럼 홍천군 일대에서 골프장 사업이 추진되자 지역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주민 생존권을 위협하고 지역 생태 환경을 훼손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당시 이들의 반발로 골프장 사업엔 그나마 제동이 걸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4년이 되자 골프장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강원도는 같은해 3월 뒤늦게 사업계획승인 취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사업자인 원하레저는 곧장 불복하고 강원도를 상대로 취소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소송의 핵심 쟁점은 첫째, 골프장 사업지가 보전이 필요한 입지 여건과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는지, 둘째, 멸종위기종 및 희귀 동·식물에 대한 보호대책을 이행했는지 여부였다.
같은해 8월 법원은 결국 원하레저의 손을 들었다. 골프장 사업지가 “다른 지역과 비교해 보전이 필요한 우수한 자연환경으로 보기 어렵고, 원하레저가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했다”는 이유였다. 박 의원 가족이 소유한 농지가 골프장으로 탈바꿈하는 길이 열린 셈이다.

소송까지 불사한 건설사, 골프장으로 바뀐 농지
여기서 정리해 보면, 박 의원 일가는 2005년부터 강원도 홍천군 지역의 농지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후, 사실상 가족회사로 볼 수 있는 건설사를 앞세워 2010년 해당 농지에 골프장 건설 허가를 따냈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강원도의 제재가 이어지자 소송까지 불사하면서 최종적으로 농지를 골프장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뉴스타파는 이 사업에서 박 의원 일가의 최초 농지 취득 경위에 주목했다. 골프장 사업 당시 개발·건설회사로 등록된 원하레저는 농지 취득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점에 의문을 가진 것이다. 실제 명목상 골프장 사업은 원하레저가 담당했지만 농지 소유자는 박 의원의 배우자 최 씨 등으로 남겨둔 채, 사업 시행만 원하레저가 맡는 형태로 사업이 진행됐다.
문제는 최씨 등이 최초 농지를 매입할 때 스스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농지 취득 기준을 충족했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법인과 달리 개인은 관할 지자체에 농사를 짓겠다는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면, 구체적 확인 없이 농지 취득이 허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십억 거금 들여 농지 매입… 농지 면적만 13만 제곱미터
최씨가 직접 농사를 짓는다는 명분으로 수십억 원대 거금을 들여 수만 평의 농지를 사들인 점도 석연치 않았다. 골프장 개발을 앞두고 박 의원의 친형 박 씨 등이 사들인 농지까지 넘겨받은 최 씨는 강원도 홍천군에 최소 40필지에 달하는 농지를 소유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농지의 총 매입 비용은 37억 1천 3백만 원 정도다. 여기에 골프장 부지로 편입되지 못한 농지들을 더하면 농지 매입 비용은 52억 7천 6백만 원까지 증가한다.

이들 농지의 전체 면적은 약 13만 제곱미터(133,170㎡)로 평수로 환산하면 4만평이 넘는다. 트렉터나 콤바인 등 농기계가 없으면 농작이 사실상 불가능한 규모라서 최 씨가 전문 농업인이 되고자 한 게 아니라면 골프장 사업을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결국 농경 목적이 아닌 ‘농지 개발에 따른 투기’ 목적이 짙어 보이지만, 관할 지자체는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아마 (파악이) 안 됐으니까 그게 취득이 일단은 됐었겠죠. 근데 취득할 당시에 개인이 내가 여기를 경작을 할 목적으로 취득을 하겠다라고 하는데 그 뒤에 있는 숨은 의도를 파악을 해서 그거를 저희가 거부를 한다든지 이렇게 할 수는 사실 없어요.
- 홍천군청 관계자
일단 농지를 취득하게 되면 투기에 가까운 개발 사업을 벌여도 이를 제재할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헌법이 명시한 경자유전의 원칙, 즉 농사를 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원칙과는 배치된다.
농지법에 다양하게 경자유전의 원칙의 원리를 담아낸 조문들이 있긴 한데 그러한 것들이 현실에는 잘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문제, 괴리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오세형 경실련 경제정책팀 부장
설령 원래 목적이 골프장 짓는 게 목적이라 할지라도 농지취득자격 증명서상으로는 당연히 농업 경영이라고 명시를 하게 될 거고 다른 동기가 있다라고 할지라도 그걸 이유로 해서 농지법에 처벌하는 그런 규정도 없고 또 그렇게 하기도 어렵고요.
- 사동천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농지법 전공)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까지 불사하며, 사업권을 지켜낸 원하레저는 2019년 사업권과 사업 부지를 또 다른 개발회사에 넘긴다. 이때 최 씨는 앞서 매입한 농지를 처분해 40억 4,000만 원의 수입을 올린다. 해당 농지 구입에 쓴 37억 1,300만 원보다 약 3억 원이 많은 액수다.
그리고 최 씨는 골프장 부지로 포함되지 않은 홍천군의 농지를 여전히 소유하고 있다. 최 씨가 해당 농지에서 농사를 짓는지는 불분명하다.

농지 투기 의혹에도 지자체는 무력… 제도개선 뒤따라야
원하레저가 떠난 마을엔 결국 골프장이 건설됐고, 현재는 훼손된 자연과 지역 주민들 사이의 갈등이 남았다. 뉴스타파는 현재도 박 의원의 배우자 최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원하레저 측에 골프장 사업 및 농지 취득 경위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원하레저 측은 “다 끝난 일”이라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강원도 홍천군에서 골프장 사업에 따른 소송이 진행되고 있던 2014년 7월, 박 의원은 본인 명의의 농지를 매각해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있던 땅으로 총 매각가는 46억 2천만 원이다.
앞서 박 의원이 해당 농지를 구매한 시점은 1990년, 당시 토지 공시지가는 2억 7천만 원 정도다. 정확한 매입 가격은 확인할 수 없지만, 공시지가로 계산했을 때 40억 원이 넘는 수입을 거뒀다는 계산이 나온다. 농지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가 의심되지만, 농지법 시행 전에 취득한 땅이라 제재 대상은 아니다. 농지법이 시행된 1996년 1월 1일 이전의 거래이기 때문에 농지법 적용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이렇듯 박 의원 일가가 농지를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얻는 동안 헌법에 근거해 법을 집행해야 하는 관할 지자체는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었다. 헌법에 명시된 경자유전의 원칙, 농지법이 정한 투기 금지 조항은 박 의원 일가에게 적용되지 않았다. 이제라도 이재명 정부가 농지 전수조사를 예고한 것은 다행이지만, 농지 투기를 막기 위해 관련 제도 개혁이 대대적으로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본적으로는 이익을 차단하는 농지로부터는 이익이 생기는 부분들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실제로 농사를 짓고 있는 자에게 그 이익이 돌아가도록 그렇게 해서 우리 경제 발전과 그들도 함께 할 수 있도록 이런 방향으로 농지법이 개정되고 가야 되지 않나…
- 사동천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농지법 전공)
뉴스타파는 박 의원에게 농지 투기 의혹에 대한 해명과 함께 농지 전수조사에 대한 입장 등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뉴스타파 강현석 khs@newstapa.org
뉴스타파 변지민 plut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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