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탱볼’은 아니라면…‘타고’ 아닌 ‘투약’ 시즌?

시범경기 OPS ‘역대 최고’…KBO는 “공인구 반발력 오히려 낮아져”
개막 후에도 삼진 줄고 볼넷 수 증가 등 ‘투수가 타자 압도 못하는 현상’
타자들 ABS 적응…특급 외인들 이탈 여파 ‘투수력 약화’ 장기화 우려
2026시즌 정규리그 개막을 앞두고 현장에서는 KBO리그 공인구 반발력에 의문부호가 찍혔다. 시범경기 총 60경기에서 119홈런이 터졌다. 경기당 1.26개에서 1.98개로 급증했고, 장타율(0.422)과 출루율(0.350)을 더한 OPS는 0.772에 이르러 역대 시범경기 중 가장 높은 수치를 찍었다. 그리고 개막 2연전 10경기에서 총 24홈런, 199안타로 타선이 대폭발했다.
그러나 KBO가 최근 발표한 공인구 1차 시험 결과 반발계수는 오히려 낮아졌다. 합격 기준 0.4034~0.4234에서 낮은 쪽 기준을 통과했다. ‘탱탱볼’ 논란은 사라졌지만, 리그의 타격 강세는 여전하다.
일단 활화산 같았던 개막 직후보다는 안정되고 있다. 팀당 10경기씩 치른 8일까지 리그 홈런 수(87개)는 예년과 비슷하다. 그러나 타율은 0.267, OPS는 0.765인 반면 리그 평균자책은 4.98,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58로 높다. 볼넷은 479개로, 52경기를 치른 시점의 지난 시즌(398개)과 비교해 크게 증가했다. 반대로 삼진은 820개에서 748개로 줄었다. 투수들이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 드류 앤더슨 등 지난 시즌 특급 외인 투수들이 빠진 여파를 무시할 수 없다. NC 에이스 라일리 톰슨, 한화 오웬 화이트, 두산 크리스 플렉센 등 각 팀이 에이스로 기대한 외인 투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부분도 크다.
도입 3년 차인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영향도 있다. 조성환 KBS N스포츠 해설위원은 “ABS존 도입 초기에는 투수들이 유리하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타자들이 대응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투수력 자체의 약화가 주목받는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확인한 것처럼 타자들은 시속 150㎞ 이상 빠른 공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만, 투수들은 그 발전 속도에 발맞추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투수들의 기록 자체가 낮은 ‘투저’보다는 투수들의 능력이 타자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투약’이라는 것이다.
메이저리거 출신 김선우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타자들은 빠른 공에 대한 대비가 잘돼 있지만, 구위만으로 압도하거나 타이밍을 뺏으며 던질 수 있는 투수는 절대적으로 적다”면서 “메이저리그에서도 스피드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결국 구속이 아니라 볼끝과 제구가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조성환 위원은 “타자 입장에서는 공격적으로 투구하는 선수가 가장 어렵다.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자신의 강점, 레퍼토리를 잘 살리는 투구가 필요하다. 안 맞으려고 변화구를 늘리면 승부가 더 어려워진다”고 조언했다.
공통적으로 7일 SSG전에서 6이닝 4피안타 10탈삼진 2실점으로 막은 류현진(한화), 8일 키움전에서 5.2이닝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최민석(두산) 등 강속구 없이도 호투한 두 투수를 좋은 예로 들었다.
현재의 ‘투약’으로 인한 ‘타고’ 흐름이 단기적으로 달라질 수 있는 판도는 아니라는 예상도 일치한다. 허도환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타자들도 사이클이 있다. 5~6월에는 다시 투수들의 시간이 시작되겠지만 흐름상 ‘타고’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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