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포병 지도가 바뀐다…핀란드, K9자주포 112문 추가 구매
1차분 포함 나토 내 3번째 200여문 운용국
러시아 접경 나토 4개국 'K9 벨트' 형성
K9, 세계 1위 점유율 앞세워 美 시장 진격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자일리톨, 노키아, 그리고 K9.”
핀란드를 떠올릴 때 흔히 연상되던 단어에 한국산 자주포가 추가됐다. 북유럽의 대표적인 복지국가이자 오랜 기간 군사 비동맹 노선을 유지해 온 핀란드가 이제는 한국 방산의 핵심 고객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방위사업청은 9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핀란드 국방부 간 수주액 기준 총 9400억 원(5억4600만 유로) 규모의 K9 자주포 2차 수출 계약이 체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 규모는 자주포 112문이다. 2017년 1차 계약분 96문을 감안하면 핀란드는 총 200문 이상의 K9을 운용하는 세 번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가 됐다.

사실 핀란드는 한국과 전통적으로 국방 협력이 활발했던 국가는 아니었다. 1973년 수교 이후에도 교류는 제한적이었고, 방산 협력 역시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K9 자주포 도입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빠르게 변화했다. 2017년 핀란드의 K9 도입 당시 국방장관이 방한해 양국 장관 회담이 열렸는데, 이는 23년 만이었다.
당초 핀란드는 네덜란드로부터 중고 자주포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노르웨이가 자주포 도입을 위해 지난 2016년 1월 타 경쟁 자주포들과 동계시험평가를 진행할 때 참관했던 핀란드 군은 먼저 K9에 관심을 보여 노르웨이 보다 앞서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핀란드가 K9을 선택한 배경에는 자국 군 구조가 있다. 네덜란드 군이 운용하는 독일제나 미국제 자주포는 모병제 국가 특성상 숙련된 군인들이 운용하는 무기체계다. 징병제를 유지하는 핀란드는 단기 복무 병력도 운용 가능한 체계가 필요했다. 조작이 비교적 간편하면서도 자동화 수준이 높은 K9이 이에 부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에스토니아 합참의장이 방한해 K9 운용 육군 부대를 방문했을 때, 전입한 지 얼마 안된 신병이 K9을 운용하는 것을 보고 크게 놀라워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가격 경쟁력도 영향을 미쳤다. 기존 검토 대상이었던 독일 PzH2000 중고품 등과 비교해 가격이 낮은 데다, 양산 체계 기반의 최신 장비라는 점도 선택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였다.

K9 자주포는 전 세계 자유진영 표준 화력 체계로 자리 잡으며, 나토 동부 전선의 포병 체계를 대체하고 있다. 핀란드의 K9 추가 도입도 유럽 안보 환경 변화와 맞물려 있다. 핀란드는 2023년 나토에 가입하면서 러시아와의 국경 방어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 약 1340㎞의 국경을 러시아와 접하고 있어 나토 국가 중 가장 길다.
그런데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를 제외하면, 나토 회원국 중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폴란드가 모두 K9 운용국이다. 혹한과 폭설 등 북유럽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기동성과 화력을 입증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 국가와 운용 노하우를 공유하고 기술 협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이점은 큰 매력이었다.
핀란드는 이번에도 지난 1차 사업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군이 쓰던 중고품을 도입한다. 핀란드의 무기 획득 규정상 중고로 무기를 구매하면 별도의 입찰 과정없이 수의계약으로 할 수 있다. 신속한 전력화를 위한 방법이라는 의미다. 게다가 우리 군이 쓰던 장비는 창정비와 부품 교체를 거쳐 사실상 신품 수준으로 재생산되는데다, 핀란드 군 요구사항까지 반영하기 때문에 성능 문제도 크지 않다.
압도적 1위 K9, 미국 시장에도 도전장
핀란드의 이번 추가 도입으로 K9의 글로벌 위상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1100여 문을 운용하고 있는 우리 군을 포함해 전 세계 11개국에서 약 2600여 문의 물량을 자랑한다. K9 자주포는 현재 전 세계 155㎜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50% 이상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독일 PzH2000, 프랑스 CAESAR 등 주요 경쟁 기종의 수출량을 합친 것보다 큰 규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미국 육군 자주포 현대화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완전 자동화 포탑이 적용된 개량형 K9을 앞세워 약 10조 원 규모 사업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 공장과 탄약 및 추진장약 공장 구축도 검토하고 있다. 올해 7월께 시제품 계약과 최종 사업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철 방사청장은 “이번 핀란드 추가 수출 계약은 납기 준수를 통해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우수한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 등 우리 방위산업의 강점이 꾸준히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글로벌 방산 4대 강국 도약을 위해 우리 기업들의 해외 방산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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