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아주 오래된 질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말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대상은 친구의 아이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두 아이를 둔 친구는 아이들의 교육을 생각하면 고민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지식 노동이 외주화되고 많은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아이들에게 무엇을 배우게 하고, 어떤 직업을 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이다. 이런 종류의 고민을 하는 사람은 친구만이 아니다. AI 관련 책을 출간한 이후로 다양한 자리에서 비슷한 질문을 자주 받았다. ‘AI시대에 어떤 직업이 안전한가요?’ ‘AI시대에 무엇을 학습해야 하나요?’ 같은 질문이다. 인간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왔던 많은 것들이 AI로 가능해지면서부터 생겨난 질문들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일자리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면 ‘기술의 발전’이 아닌 ‘인간’과 ‘인간의 욕망’을 보라고 답한다. 지금의 AI 기술의 발전 속도와 방향을 봤을 때 최소한 일의 영역에 있어 장기적으로 자동화가 불가능한 듯한 부분은 거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일자리가 모두 사라지는가?’ 하면, 그렇진 않다. 일자리는 기술의 발전뿐 아니라, 사회, 문화, 정치의 영향도 함께 받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어떤 직업이 AI의 자동화로부터 더 안전한가?’에 해법을 찾으려면 기술이 아니라 인간을 봐야 한다. 기술적으로 자동화할 수 있다고 해도 인간인 우리가 기계가 아닌 인간에게 맡기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기계가 할 수 있더라도 인간이 했기 때문에 더 높은 가치가 부여되는 일은 무엇인지, 업무의 대다수가 자동화되더라도 사회, 문화적으로 책임질 인간이 필요한 직업은 무엇인지 질문하는 편이 막연한 불안보다 도움 된다.
‘무엇을 학습해야 하는지’를 묻는 말에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답한다. 현시점에서 어떤 AI도구를 배워야 할지 묻는 말이라면 그 사람의 일과 삶 속에서 AI의 도움을 받길 원하거나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는지를 물어 적당한 AI도구와 사용법을 추천한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막연하게 무엇을 배워야 할지 묻는 말에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삶의 형태를 원하는지’ 먼저 묻는다. 이러한 질문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질문에 대한 답만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해진 상황에서는 변하기 쉬운 외부 요소는 삶의 목표가 될 수 없다. 학교나 직업 같은 외부 요소는 단기적인 목표는 될 수 있어도 장기적인 목표는 될 수 없다. 끊임없이 필요한 것을 학습하며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더듬어 나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간은 외부 동기에 의해서는 오래 행동할 수 없다. 물질적 보상이나 사회적 인정, 부모의 요구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일정 기간 동안 특정 행동을 할 수는 있지만 평생에 걸쳐 지속하긴 어렵다. 평생에 걸친 실천은 자신이 원했을 때만, 내적인 동기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의 바깥에 있는 외부 세계를 배우고 공부해왔다. 사회가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특정 지식과 기술을 배우고 익혀왔다. 우리의 배움과 학습의 방향은 항상 외부를 향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나로부터 시작해 외부 세계로 향하는 배움이 중요해졌다. ‘나에 대한 앎’이 중요해졌다. 내가 어떤 것에 가치를 느끼는 사람이고 어떤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인지 아는 일이 필요해졌다. 어떤 것이 나를 움직이게 하고, 어떤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알 필요가 생겼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좋은 삶의 형태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답이 필요해졌다. 오랫동안 철학자들이 물어왔던 질문이 모두의 앞에 도착했다. 구체적으로 답해야만 하는 질문의 형태로.

우숙영 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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