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탈희소성 사회가 된다면
요즘 테크 리더라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지능과 에너지 비용이 모두 0을 향해 수렴할 것이며, AI 발전의 결실은 순수한 선이 될 것이다.’ ‘AI와 로봇이 재화와 서비스의 비용을 거의 제로로 떨어뜨릴 것이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냥 가질 수 있게 된다. 궁극적으로 존재하게 될 유일한 희소성은 우리가 인위적으로 만들기로 한 희소성이거나, 독특한 예술작품 같은 것뿐일 것이다.’
유력 벤처 투자자인 마크 앤드리슨은 2023년 10월 ‘테크노 낙관주의자 선언문’에서 기술과 시장이 결합하면 “영원한 물질적 창조, 성장, 풍요의 엔진”인 ‘테크노-캐피털 머신’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 선언문은 소위 ‘효과적 가속주의자’ 선언문이라고 평가하는데, 지금 미국 정부의 AI 정책을 주도하는 집단이 바로 이 ‘효과적 가속주의자’들이다.
탈희소성은 원래 모든 재화와 서비스에서 희소성이 제거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기본적 생존 욕구를 쉽게 충족할 수 있고,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욕구의 상당 부분까지 충족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이 개념은 마르크스, 케인스를 거쳐 머리 북친이 정치 사상의 개념으로 정착시켰다.
마르크스와 북친은 기술이 풍요를 만들어도 자본가가 기술을 소유하는 한 그 풍요는 만인에게 돌아가지 않기에 소유 관계의 근본적 변혁을 전제했지만, AI 가속주의자들은 탈희소성이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심지어 자본주의의 가속을 통해 풍요를 달성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다론 아제모을루를 포함한 여러 학자가 탈희소성 사회 자체에 대해 비판적인 면을 생각하면 AI 기업가들의 주장이 실제로 현실화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설령 풍요가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구체적으로 만인의 풍요로움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필요하다. 물론 극렬한 가속주의자 앤드리슨은 시장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허사비스와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는 공평한 분배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질문이라고 인정한다. 빌 게이츠는 모든 사람이 AI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자선사업가와 정부가 주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현실적인 제안은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제도 설계 접근이다. 여기에는 노동이 아니라 자본에 세금을 부과하는 과세의 전환, 모든 자원이 빅테크에 집중되는 구조를 해체하거나 견제하는 강력한 반독점 정책, 돌봄이나 봉사와 같이 현재 임금을 높게 받지 못하는 많은 활동을 경제적으로 인정하고 보상하는 노동의 재정의, AI로 인한 국가적 부를 펀드에 축적해 전 국민에게 배당하는 국부 펀드 모델이 있다.
사실 모든 설계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기술이 아니라 정치다. 모든 분배 메커니즘은 현재 자본과 권력을 가진 집단으로부터의 양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풍요의 공정한 분배를 위한 도구는 상당 부분 존재하거나 구상이 가능하며, 부족한 것은 실행할 정치적 의지와 권력 구조의 변화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가 논의하는 AI 기본사회의 청사진은 다른 나라에 매우 중요한 참고가 될 것이며, 이를 여러 국가와 협력을 통해 구체화하는 노력은 인류 전체를 위한 과제가 되는 것이다.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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