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VO가 5차전을 하루 앞둔 시점에 ‘불필요한 오해’를 감수하고도 현대캐피탈 블랑 감독에게 유감을 표명한 이유는?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남정훈 2026. 4. 9.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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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구연맹(KOVO)이 현대캐피탈 필립 블랑(프랑스) 감독을 향해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지난 4일 챔피언결정전 2차전 일어난 ‘로컬룰 논란’ 이후 선 넘는 발언과 행동을 몇 차례 보인 블랑 감독에 대한 유감 표명은 V리그를 관장하는 KOVO가 당연히 할 수 있는 조치다. 다만 이런 유감 표명이 남자부 왕좌를 가릴 10일 챔피언결정전을 하루 앞두고 나온 데다 KOVO의 총재(조원태)가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대한항공의 구단주라는 사실이 또 다른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어 우려된다.

KOVO는 9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지난 4일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 5세트 14-13에서 현대캐피탈 레오의 서브 판정과 관련해 소청심사위원회를 개최하고 그 결과(정독)를 통보한 바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립 블랑 감독은 언론을 통해 불응 및 비난의 언행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어 연맹은 필립 블랑 감독에 대해 아래와 같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블랑 감독은 지속적인 부적절한 언행으로 V리그와 연맹의 공신력과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있다. 더 이상의 부적절한 언행을 즉각 중단하고 V리그 구성원의 일원인 만큼 14개 구단이 합의해서 시행하고 있는 경기 규칙을 준수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사달의 시작은 지난 4일 열린 챔프전 2차전 5세트, 현대캐피탈릐 14-13 매치포인트 상황이었다. 레오(쿠바)의 강서브가 사이드 라인에 걸치게 떨어졌지만, 선심의 판정은 아웃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즉각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으나 판독 결과도 아웃이었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관장하는 경기였다면 당연히 인으로 판독됐을 서브였다. FIVB 경기는 호크아이로 공의 인·아웃을 판정하기 때문에 라인에 묻기만 하면 인이다. 다만 V리그는 지자체가 체육관을 소유하는 문제,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호크아이를 설치할 수 없어 중계화면으로 판독을 해야하는 상황 때문에 ‘코트 접지 면을 기준으로, 공이 최대로 눌린 상황에서 라인의 안쪽 선이 보이면 아웃, 보이지 않게 가릴 경우를 인’으로 보는 ‘로컬룰’을 만들어 기준으로 하고 있다. KOVO 로컬룰에 의해 아웃이 된 것이다.

결국 경기는 듀스로 향했고, 대한항공이 18-16으로 승리하면서 현대캐피탈은 1,2차전을 모두 내주고 벼랑 끝에 몰렸다. 이에 블랑 감독을 비롯한 현대캐피탈 선수단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 과정에서 블랑 감독은 “우리는 승리를 강탈당했다. KOVO 총재와 심판위원장이 한 굴레 안에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블랑 감독의 발언은 V리그 근간을 흔드는, 징계를 내려도 할 말이 없는 위험한 발언이었다. 최소 유감 표명이 나오려면 이때 바로 나왔어야 했다. 그럼에도 KOVO가 가만히 있었던 이유에 대해 KOVO 관계자는 “모처럼 불붙은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랬던 KOVO가 5차전을 하루 앞둔 9일 유감 표명을 한 것은 4차전 직후 보인 블랑 감독의 세리머니와 태도 때문이라는 게 KOVO 관계자의 설명이다. 블랑 감독은 4차전 승리 후 중계 카메라를 향해 왼쪽 손가락 세 개, 오른쪽 손가락 한 개를 폈다. 이미 현대캐피탈은 ‘3승1패’로 우승을 일궈냈다는 의미를 담은 세리머니였다. KOVO 관계자는 “그런 세리머니를 홈팬들을 향해서 하거나 중계 카메라에 대고만 하는 것음 그럴 수 있다고 본다”라면서도 “그 세리머니를 감독관석을 향해서도 했다. 이는 누가 봐도 감독관들을 향한 조롱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KOVO의 유감 표명의 의도는 부적절한 언행을 중지하고 우승 트로피의 주인을 가릴 5차전에선 경기에 집중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던가. KOVO의 이런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5차전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유감 표명이 나온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 이유인즉슨, KOVO의 총재가 대한한공의 구단주인 조원태 총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1,2차전을 잡으며 우승 확률을 100%를 거머쥐었던 대한항공이지만, 3,4차전을 연이어 0-3 셧아웃 패배를 당했기에 기세나 분위기는 현대캐피탈에 넘어가 있는 상황이다. 현대캐피탈 구단이나 팬들 입장에서는 KOVO가 나서서 V리그 남자부 최초로 리버스 스윕 우승을 바라보고 있는 현대캐피탈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보일 여지도 충분하다.
KOVO 역시 이런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유감 표명을 남긴 건 ‘부적절한 언행이나 조롱 등을 다 걷어내고 5차전에선 경기 자체에만 집중한 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우승 팀을 축하해주자’라는 의도라는 게 KOVO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이렇게 양 구단과 팬들의 감정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누가 우승하더라도 제대로 된 축하를 받을 수 있을까. 그런 상황이 되면 양 팀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런 것을 지금이라도 막아보자는 게 KOVO의 의도”라고 설명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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