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공감] 세월이 흐른다는 것

이효정 청년노동자 2026. 4. 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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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른이 됐다.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학생들과 나는 동갑내기, 나도 수학여행 길에 있었다.

우리 모두가 살기 위해서,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사회적 문제를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12년을 맞으며 나의 흘러간 12년을 돌아보며 누구와 대화를 해볼지 한번 꼽아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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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2년 지나도 사회 안 바뀌어
그럼에도 새로운 세대에 계속 말 걸어야

올해 서른이 됐다.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학생들과 나는 동갑내기, 나도 수학여행 길에 있었다. 수학여행 중이었던 우리는, 소식이 빠른 친구들을 통해서 배가 침몰했다는 얘길 들었다. 전원 구조됐대! 아니래!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하는 혼란스러운 대화들이 신나고 아름다운 우리 수학여행 사이를 끼어들었고, 여전히 우리 여행은 꽤 행복했지만 행복 사이로 스며오는 불안과 공포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막막함은 12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선장의 책임에 그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가 왜 구조에 총체적으로 실패했는지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임자가 제대로 처벌받지도 않았다.

글쎄, 배가 왜 침몰했는가를 두고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고 그것도 중요한 문제의 한 부분이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사고가 났을 때 인명구조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는 게 핵심 아닐까.

12년 동안 내가 느낀 핵심 문제의식은 그렇다. 우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위험과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이태원에서도 청년들이 죽어 나갔고, 무안 공항에서 제주항공 비행기 승객들이 목숨을 잃었다. 쿠팡에서는 노동자들이 밤새 일하다가 심장이 멎어갔고, 현대차에 안전밸브를 공급하는 안전 공업에서는 노동자들의 목숨이 불에 타서 재가 되었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고, 사고가 났다면 수습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시스템이 없을 때, 직접적인 원인이 뭐가 되었던 많은 사람들이 생삶을 빼앗기는 일은 순식간이다. 시스템이 있다면, 원인이 뭐가 되었던, 생삶들을 지킬 수 있다.

단지 이런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돈이 드는 일이다. 사람 목숨을 귀하게 생각한다면, 그 돈은 아깝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세월호 참사가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그저 죽은 사람들을 불쌍해하고 추모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살기 위해서,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사회적 문제를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한다. 12년 전, 나와 내 친구들에게 인식의 확장은 자연스러웠다. 우리 중 더러는 유가족 대책위의 시위에 참여했고, 전혀 사회에 관심 없던 친구들도 눈물을 줄줄 흘리며 안전 사회를 함께 만들자고 다짐하기도 했었다.

다시 4월이 오고, 길거리에는 노란 리본이 조금은 더 보인다. 이제 막 대학에 등록한 20살 새내기들의 가방에도 노란 리본들이 보일 때가 있다. 12년 전, 그들은 8살이었구나. 나는 8살의 시절에 무엇을 기억하고 있지? 내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는 거? 엄마가 아빠랑 갈등이 많아서 힘들어했다는 거? 주말에는 <무한도전>을 보면서 할머니가 차려준 밥을 먹고 행복했다는 거? 내 8살의 기억 속에 사회적 참사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런 20살의 새내기들이 노란 리본을 가방에 달고 어엿한 성인이 되어 있는 걸 보면서, 세월이 멈춰있으면서 또 흘러가는 것 같다. 그리고 또 궁금해진다. 그들이 느끼는 세월호 참사의 교훈은 뭘까, 내가 찾은 교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12년 동안 사회가 바뀌지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다. 계속 새로운 세대에게 말을 거는 것, 우리가 뭘 배워야 하고, 앞으로 무엇을 바꿔나가야 하는지 대화하는 것. 그 일이 어쩌면 가장 가치가 높은 일이다. 세월호 참사 12년을 맞으며 나의 흘러간 12년을 돌아보며 누구와 대화를 해볼지 한번 꼽아봐야 하지 않을까.

/이효정 청년노동자